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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베트남

오행산에서는 눈물이 찔끔 났다 - 베트남 다낭 오행산

by 마리Mary 2019. 11. 15.

오행산은 다낭 시내와 호이안 올드타운 근처에 있어서 이 날은 다낭에서 출발하여 오행산을 오르고, 호이안에 들렸다가 다시 다낭으로 돌아왔다. 오행산을 찍고 그랩을 타면 도착했을 때 길거리에 내려주는데, 위 안내도가 있는 곳의 왼쪽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그 앞에 매표소가 있다. 근처에 암푸 동굴이 있는데 그 동굴은 오행산과 입장이 별개여서 암푸동굴도 가려면 돈을 따로 내야 한다. 만약 그랩 드라이버가 내려준 곳이 주차장이면 암푸동굴(위 지도의 15번)이 바로 앞이어서 여기로 가는 건가 헷갈릴 수 있지만 그러지 말고 엘리베이터를 먼저 찾으면 된다. 

 

지도의 이름부터 뜯어보자면 1번 영응보탑, 2번 린응사, 3번 장주동굴, 4번 전망대, 5번 운통동굴, 6번 영암동굴, 7번 공원, 8번 산 정상, 9번 10번 현공동굴, 11번 삼태사, 12번 존담사, 13번 도담사, 14번 망강대(전망대). 2번의 린응사(영흥사)는 30층짜리 해수관음상이 있는 다낭 해안가의 린응사와 이름이 같다. 4번 전망대와 5번 운통동굴 그리고 12, 13번 등등의 절은 별 볼 건 없었다. 그냥 패스하거나 가더라도 큰 의미 두지 않기를 추천. 하지만 10번 현공동굴과 14번 망강대는 필수. 동굴 내는 바닥이 미끄러운 진흙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영응보탑은 7층 석탑으로 오행산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오행산은 다섯 개의 봉우리가 모여 오행(木·火···水)을 관장한다고 해서 오행산이고대리석으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영어로는 마블 마운틴이고현지 이름은 응우한썬이. 베트남 여행에서 다낭에 들리는 이유가 마블마운틴이어서  기대를 하고 갔다. 전부 돌아보는 데 딱 1시간 걸렸다.

 

2번 린응사 뒷편에 조각상들이 많았다. 크고작은 불상들과 용떼, 불상 옆의 사슴과 연못떼의 잉어같은 조각상들이 새하얗고 예뻤다. 특히 전날에 비가 왔는지 촉촉하게 젖어있는 것도 차분하고 마음이 편했다. 돌바닥은 좀 미끄러웠지만.

 

린응사를 벗어나는 계단에서 본 린응사의 옥빛 지붕색이 고급스럽다. 이 린응사 까지만 해도 예쁘고 볼것 많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산을 돌아보면서 동굴과 사원을 둘러볼 수록 볼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서 잘나가봤자 시골에서 잘나갈 뿐이었던 타즈매니아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오행산에서도 또 속았구나 느꼈다. 현공동굴을 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현공동굴의 입구를 지나면 아주 작은 단이 있는데 그 왼쪽에 현공동굴의 진짜 입구가 있다. 이 입구들이 너무나 작아서 이 현공동굴도 볼것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둡고 습해 서늘한 동굴로 들어서니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작은 단 앞에 놓여진 촛불들이 주황색 빛을 밝혔다. 그리고 그 위엔 부처님이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베트남전 때 생겼다는 천장의 구멍에선 물방울과 함께 햇빛과 떨어졌다. 이런 벅참은 생각할 수 없는 작고 초라한 입구 너머의 거대한 평온함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눈물 찔끔했다. 뉴질랜드의 테카포 호수처럼 화려했거나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같은 고생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이거 하나만 보러 오행산에 와도 될 정도였다. 

 

내부가 워낙 어두워서 이 동굴사원의 멋짐이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다.

 

망강대에서 찍은 오행산 파노라마다. 여기서 찍은 오행산 사진을 보고 반해서 다낭에 온 거였는데, 사진은 멋있지만 망강대는 생각보다 그저 그랬고 현공동굴이 가장 좋았다.

 

내려가는 길엔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이 있다. 그렇게 길지 않고 대기하고있는 택시기사들도 많아서 택시도 바로 잡힌다. 그랩 드라이버가 처음 내려줄 때 언제 내려올 거냐고 물어봤었다. 동남아에서 흔한 상황인데 끝날 때도 태우려고 항상 물어본다. 그런데 오행산을 다 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서 그냥 돌려보냈었다. 하산했을 때 호이안 올드타운으로 가려고 그랩을 부르려 하는데 바로 드라이버가 다가와서 그랩?? 하길래 그랩 가격 보여주고 바로 호이안으로 출발했다.

 

동남아에서 이렇게 하루종일 택시타고 다니다가 한국와서 버스를 타려니 캄보디아의 툭툭마저 그리워졌었다. 캄보디아같았으면 버스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툭툭 기사들이 불러 세웠을 텐데 캐리어를 질질 끌고 버스정류장에 가고 있자니 한국이란 게 실감났다. 캐리어 어디다 뒀냐고 나한테 짜증내는 공항버스 남기사를 봤을 때도 실감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