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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호바트

시골에서 가장 잘나가봤자 시골에서 그럴 뿐이다 - 호주 타즈매니아 데본포트, 호바트

by 마리Mary 2019. 1. 20.

 

멜버른에서 스피릿오브타즈매니아를 타고(http://thejourneyofmary.tistory.com/65) 데본포트에 도착했다. 데본포트에서 호바트까지는 버스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비행기로 가려면 데본포트에서 론세스톤으로 가야한다. 데본포트에서 론세스톤가지는 버스로 30분정도 걸린다. 나는 스피릿오브타즈매니아를 아침에 타서 저녁에 도착했다. 저녁에 타서 아침에 도착하면 바로 호바트까지 갈 수 있는데 내가 원하던 날에는 저녁배가 없기도 했고 체크아웃 한 다음 저녁까지 뭐하나 싶어서 아침배를 탔다.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었고, 데본포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나마 laneway라는 곳이 먹을 만 하다. 나머지는 그냥 시도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처음 구글맵에 식당하고 카페를 검색했을 때 4.0이 훨씬 넘는 집들이 있기에 기대했는데 이 별점들은 확실히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캔버라에서 먹었던 뇨끼(http://thejourneyofmary.tistory.com/66)를 그리워하며 며칠 후 호바트에 갔다. 데본포트에서 호바트로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가려면 버스를 타면 되는데 tassielink라는 홈페이지에서(tassielink.com.au) enquiry를 작성하면 된다. 근데 전화가 오더니 가려고 했던 날에 자리가 없대서 다음날 갔다. 

 

 

그렇게 도착한 호바트였다. 테이스트 오브 타즈매니아가 열리는 주간이었고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불꽃놀이는 9시 반에 한번, 12시 정각에 한 번 한다. 9시 반에 하는 건 10분 정도인데 불꽃도 작은편이고 심심하다. 정각에 하는 게 진짜다. 테이스트 오브 타즈매니아는 타즈매니아에서 가장 큰 축제로 연말을 끼워서 일주일간 열린다. 연말엔 시드니에서 출발한 요트가 도착하고 불꽃놀이를 하는데, 말만으로도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말만 매력적인줄은 몰랐다. 이걸 너무 기대한 나머지 연말을 꼭 타즈매니아에서 보내겠다고 했는데 그게 무색할만큼 너무나도 시시했다. 축제는 정말 조그맣다. 정말 작다. 이 도시만큼이나 작다. 여기서 종종 잊게되는 말을 다시 상기했다. 가장 큰 축제라고 한다면 그 지역의 규모를 우선 봐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진은 호바트의 랜드마크같은 건물이고, 우체국이다. 

 

 

하지만 아무리 뭔가가 실망스러웠어도 이곳은 타즈매니아고, 그러면 해산물을 맛봐야 할 것이다. 굴은 거의 모든 가게가 6개 또는 12개로 판다. 굴은 고소하고 부드럽고 좋았다. 피쉬앤칩스는 레몬조각이 너무 작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고등어튀김은 여전히 적응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다. 그냥 대구를 튀겨줘.

 

 

호바트에서 살라망카마켓, 테이스트 오브 타즈매니아를 빼고 볼 만한 건 웰링턴 마운틴이다. 가운데에 보이는 다리는 타즈만 브릿지다. 다리 양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다고 하는데 엄청 좋을 것 같다. 호바트에도 멜번처럼 스카이버스가 있는데 공항에 갈 때 타즈만 브릿지를 지난다. 호바트 공항은 인터네셔널이 없고 도매스틱만 있다. 

 

 

맑으면 저 멀리 타즈만 페닌슐라도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크레이들 마운틴까지 보인다고 한다. 마운트 웰링턴까지는 투어를 예약했는데 모나라는 박물관이 포함된 투어로 골랐다. 오전엔 마운트 웰링턴에 가고 모나로 가는 페리 티켓과 입장권을 받고 오후에 각자 알아서 모나에 갔다가 돌아오는 투어인데, 이 박물관에 가는 게 타즈매니아에 있으며 한 잘못된 선택 중 가장 크게 잘못된 선택이 될 거란 걸 정말 몰랐다.

 

 

우선 페리는 탈대로 타봤기 때문에 이 때 쯤엔 밖에 나가보지도 않았다. 박물관은 꽤 북적였는데 전시된 것들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텀블러에 grunge라고 올라오는 것들을 좋아하는 돈많은 웬놈이 개찌끄래기같은 것들을 모아서 예술이라고 전시한 박물관이었다. 그렇다고 grunge라고 올라오는 것들하고 비슷한가 하면 전혀아니다. 보고있으면 정신병 생긴다. 절대 가지 말자. 예전같으면 어쨌든 왔으니까 하면서 기분 잡치면서도 다 돌아봤을텐데 이제는 더 잡치기 전에 1초라도 빨리 나온다.

 

 

페리 시간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살랑살랑하는 바람을 맞고 내 마지막 호주가 이따위라는 것에 짜증내며 음악을 들었다. 그래봤자 이미 병신같은 걸 봐버린 건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지만 위 사진같은 걸 찍은 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타즈매니아에 가려면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렌트카를 빌려 서부를 돌자. 그게 뭐가 됐든 내가 하고 보고 듣고 먹은 것 보다는 나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