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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베트남

하노이는 생각보다 볼 게 없었고 분짜는 지상 최고의 음식이다.

by 마리Mary 2019. 11. 29.

하노이에 도착해서 첫날은 우선 파테, 소고기, 치킨 반미 세 개와 망고스무디를 먹었다. 반미 샌드위치는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하노이에 성 요셉 성당이라는 게 있다 해서 가봤으나 여전히 호주와 뉴질랜드의 기억이 빛바래지 않아 성당은 아무 감흥 없었고, 그 옆의 작은 식당에서 분짜를 먹었다. 사진의 com viet nam이라는 식당인데 간판 일부가 고기를 굽는 불에 의해 그을린 것이 참 오래간 장사한 동네 토박이구나 하게 되는 조그만 가게였다. 분짜는 가게 기둥에 붙은 대로 35,000동이었다. 보통 삼만동이면 먹는 다고 들어서, 가격도 관광객 물가가 아니었다. 사실 그냥 좀 더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망고스무디 45k동, pate 반미 23k동, 비프 반미 35k동, 치킨 반미 30k동.

 

분은 얇은 쌀국수 면, 짜는 돼지고기라는 뜻이다. 피시소스와 함께 그릴에 치이익 지져 구운 돼지고기를 국물에 담가먹는 음식으로, 하노이에서 시작됐다. 보통 아침부터 점심까지의 끼니로, 저녁엔 주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베트남엔 오바마 분짜라고 해서 오바마가 먹었다는 유명한 집이 있는데 이 설명만 듣고도 가고싶지 않았다. 분짜는 고기를 직화로 바로 굽는 곳이 가장 맛있다고 들었다. 이 가게는 배고픈 상태에서 바로 보였고, 가격도 보통 가격이고 직화구이가 있기에 바로 들어갔다.

분짜의 고기는 달달한 돼지갈비 맛이다. 그리고 국물도 달콤한 느억맘 소스 베이스로 안에 당근과 파파야가 들어가있다. 돼지갈비같은 완자를 달콤한 국물에 담가서, 쌀국수 면과 야채와 함께 먹으면 된다. 입맛이 달콤한 맛에 민감해서 디저트가 아니고서야 달콤한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국물이 달콤한 맛보다는 상큼함이 강했다. 한 번 밖에 먹지 못했지만 베트남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맛있었다.

친구들끼리 비스트로에서 몇가지 시켜 함께 먹게 되는 곳에서 샐러드를 시키자고 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샐러드? 내가 잘못 들은거 아니지 라는 듯한 되물음만 받는다. 내가 샐러드 시키길 좋아하는 걸 아는(알고 그렇게 하도록 해주는) 사람들과 갈 때가 아니면 샐러드 시키자는 얘기는 하지 않지만 난 샐러드가 좋다. 난 공산당이 싫어요 수준의 고백으로 들리지만 난 샐러드가 맛있다. 아삭아삭하고 상큼하고 담백해서 좋다. 물론 그만큼 고기도 좋아하고. 그래서 베트남 요리에서 채소라기 보다는 허브에 가까운 것들이지만 풀때기 나오는 게 정말정말 좋았다.

이리도 맛있는 분짜, 단돈 35k동. 1,700원.

 

호안끼엠 호수 안에 있는 절에도 한 번 가봤다. 호안끼엠 호수는 민물호수인데 굉장히 크다. 12헥타르니까 120,000제곱미터인데, 1헥타르는 3000평이 넘는 크기다. 호안끼엠 호수나 사원 그 자체보다는 호수 앞의 광장의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층층이 올라간 건물과 넓은 도로를 내달리는 오토바이들,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섞여 움직이는 곳. 2층 카페에 앉아 구경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다낭에서 싸돌아다닌 피로가 누적됐는지 더 돌아보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그 다음날은 하롱베이 투어를 떠났다. 엄마 친구가 하롱베이가 너무너무 좋았다고 했다는 걸 전해듣고 투어를 신청했는데 날이 흐려서 그랬는지 단체투어여서 그랬는지 기대했던 것 보다는 실망스러웠다. 하롱베이보다는 같이 둘러봤던 석회동굴이 더 기억에 남는다.

 

지상 최고의 반미 셰프님을 뵈옵니다.

그리고 그 하롱베이 투어에서 돌아와 저녁을 고민하다가 반미 노상에 갔다.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가장 가장 맛있는 반미를 먹었다. 사콤은행 atm있는 좁은 골목에 있는 반미노상이었는데 작은 보라색 의자에 털썩 앉아 먹는 곳이었다. 반미가 완성되고 소스와 고수 올릴거냐 물어봤는데 전부 듬뿍 달라고 했다. 저 베트남 바게트가 줄줄이 탑을 쌓고 있는 게 귀여워서 한 개만 먹어보려고 했는데 한 입 먹자마자 개안하는 맛이었다. 

 

주소는 01 Ngõ Huyện, Hàng Trống, Hoàn Kiếm, Hà Nội, Vietnam.

샌드위치 세 개에 60k동, 3,000원.

 

계란부침에 고기젤리가 듬뿍 들어갔는데 바로 전전날 먹은 그 맛있는 분짜보다도 맛있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바게트빵에, 갓 부쳐서 따듯하고 폭신한 계란부침에 말랑말랑한 고기젤리, 그리고 달짝지근한 소스에 상큼하고 톡 쏘는 고수의 미친 하모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그런 맛이었다. 한 개를 허버허버 먹고 바로 두 개를 포장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비나밋 고구마와 편의점 앞 과일판매하는 분에게서 망고 한 개까지 사들고(이 과일판매상들의 망고 깎는 솜씨는 예술에 가깝다.) 늦은 저녁을 먹었다. 분짜는 정말 맛있는 요리지만 베트남 11일 여행기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고르라면 난 단연 이 반미 샌드위치를 고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