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엔티안 시내는 절이 많았고, 비엔티안의 대표적 관광지 세 개 중 두 개도 절이다. 두 개의 절은 왓 씨엥쾅 불상공원과 파 탓 루앙, 나머지 하나는 라오스의 개선문 빠뚜싸이다. 빠뚜싸이는 라오스의 독립기념탑이다. 프랑스로부터의 독립기념탑인데 왜 침략자의 개선문을 본땄는가에 대해서는 한국교육을 받은 한국인으로서 강한 의문이 든다. 야경이 멋지다고 하는데, 깨끗하고 밝은 주경도 멋지다. 빠뚜싸이의 바로 앞에 큰 분수대가 있고 그 뒤로는 신비의 코끼리 상이 있다. 왜 신비의 상인지는 가까이서 보면 안다.

작고 좁은 돌계단을 따라 옥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30분정도 걸린다. 대낮에 가면 엄청 덥다는 글이 있던데 10시에 갔는데도 그렇게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층마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이 있는 게 신기했다. 분명 이건 국가적 기념 건축일텐데 층마다 각종 공장 기념품을 늘어놓고 팔고있는 노점이 있었다. 마치 불국사 층마다 불국사 미니어쳐를 파는 노점을 보는 기분이었다.
빠뚜싸이 입장료, 3,000낍.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있는 비엔티안의 거리를 내려다 보다가 탑을 내려오며 발견한 건데 개선문의 천장이 정말 멋지다. 조각이 불교보다 힌두교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비슈누와 브라마, 인드라를 조각했다고 한다. 허 프라깨우처럼 금과 빨간색으로 강렬한 조합이 아니라 하늘색 배경에 금색의 조합이 얌전하고 부드러웠다. 집에 벽지로 해놓으면 정말 예쁠 것 같은데.

빠뚜싸이에서 전망을 보니 분수 뒤에 코끼리 상 큰 게 있기에 가봤다. 처음엔 새하얀게 예쁘고 청량하다고만 생각하면서 서있었다. 그런데 옆에 엄마와 딸로 보이는 한국인들이 얘기하는 게 들렸다. 이게 다 접시로 만든 거라는 얘기였다. 접시? 하면서 다시 들여다 보는데 이렇게 신기할수가.

진짜로 접시였다. 조막만한 것들은 물컵이나 그런 것 같았고 나머지는 정말로 접시, 빨간색 초록색으로 뒤집어져있는 것들은 밥공기 사이즈, 노란 접시 위에 둘러놓여진 것들은 수저였다. 이렇게 기발할 수가. 세상의 기발하다는 것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아니 근데.. 왜?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긴 했다.

가까이 보고서도 찾아가면서도 이게 접시로 만들어졌다는 걸 몰랐던 이유는 애초에 갈 생각이 없어 별달리 알아보지 않아서였다. 왜 갈 생각이 없었냐면 이때쯤의 나는 여행에 다소 지쳐있어서 어디선가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래서 비엔티안에서는 시내 구경만 조금 했다. 씨눅카페에서의 라오커피와 숙소 옆 작은 포장마차스런 가게에서 아주 맛있는 볶음밥과 콜라만 조금 먹었고, 라오스 시판돈으로 가기 위해 그 중간 도시인 팍세로의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가장 적당한 시간이 아침 8시여서 밤을 새야겠다고 생각하고 눈을 뜨니 어쩐지 아침 9시였다. 이후 가장 빠른 비행기는 오후 4시였다. 그렇게 나는 비엔티안의 빠뚜싸이와 코끼리 상을 보게되었다. 뉴질랜드에서의 어느날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빠뚜싸이에서 툭툭으로 10분거리에는 파탓루앙pha that luang이 있다. 라오스의 큰 상징과도 같은 황금색 절이다. 원래는 모두 황금이었는데 지금은 꼭대기만 진짜 금이고, 나머지 부분은 금색으로 칠해졌다. 그건 파괴의 역사가 매우 길기 때문이다. 파탓루앙은 처음엔 힌두사원으로 1세기에 지어졌다가 13세기에 크메르 사원으로 다시 지어졌다. 이후 태국 침략으로 파괴된 것을 프랑스가 재건하기 시작했는데 성공적이지 않아서 30년대에 또다시 재건축되었다. 그러다 프랑스-태국 전쟁에 또 파괴되었고, 세계2차대전 이후 재건축되었다. 이 긴 재건축의 역사의 일부는 파탓루앙 내부에 사진으로 전시되어있다.

파탓루앙은 원래 계획에 따르면 안 보고 떠날 곳이었지만 구경하다보면 또 재밌고 신기한 것이 관광지인 것 같다(그럼에도 불상공원이라고 불리는 왓 씨엥콴은 가는데만 30분이 걸리고 관광하고 돌아오는데 최대 2시간이 걸려서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파 탓 루앙만으로도 압도적인 크기와 빛깔을 느낄 수 있지만 파 탓 루앙 양 옆의 절도 빼놓기 어렵다.

단순한 벽이 아니라 이런 화려하고 눈부신 기둥들로 둘러져있는 절들에도 나름 익숙해져있었다.

땡볕아래 참 편안해보이는 와불도 봤지만 이미 엄청난 것을 봐버린 눈을 사로잡기는 좀 어려워보였다.

파탓루앙 양 옆의 절 하나는 왓 탓 루앙 느아, 다른 하나는 왓 탓 루앙 타이다. 와불상이 있는 절이 왓탓루앙타이인데 이 사원 안이 정말 정말 신비롭고 예뻤다. 흰 배경에 빨간 색감이 눈에 띄는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사원 안의 그림들이 신기했다.

꽤 크다는 성당에 가면 벽에 성경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려놓거나 조각해놓은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의 불교버전이 이 사원에 있었다. 희고 빨간 색감에 힌두스럽기도 하지만 그림들로 미루어볼때 부처얘기같았다. 파탓루앙도 멋있었는데, 이 사원의 그림들이 충격적이라 파탓루앙과 이 사원을 같은 날 바로 옆에서 봤었다는 게 잘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 분명 여기는 올 계획이 없었는데 그게 무색하게도 열심히 구경하고 감탄했다.
빠뚜사이에서 파탓루앙까지,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툭툭 60,000낍.
처음 드라이버가 파탓루앙에서 30분정도면 될거라 했지만 난 1시간을 제안했다. 결국 45분 후에 보기로 했는데 35분만에 나왔다.
ps. 라오항공에서 주는 간식인 건과일칩은 맛있다. 파란봉지로 포장돼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사진도 찍어놨었다. 재료는 바나나, 잭프룻, 고구마, 호박, 타로, 파인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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