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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라오스

잘 알려진 미지의 세계로의 첫발 - 라오스 루앙 프라방

by 마리Mary 2019. 12. 13.

라오스 루앙 프라방은 비행기에서부터 설렜다. 그간 비행기로 여행하며 새파란 하늘과 바다를 주로 보다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라오스 루앙 프라방으로의 항로는 육지이기 때문에 그저 산과 산, 산과 나무 뿐이었는데 그게 너무 새로웠다. 저 멀리서 화전을 만드는지 불이 피어오르는 높다란 산자락이 벌써 감격이었다. 

 

라오스에서는, 놀랍게도 캄보디아와 미얀마에도 있는 그랩택시가 없다. 여행 정보를 알아보며 이 점이 너무나 싫다고 생각했다. 쾌적하고 편리한 그랩을 두고 바가지를 언제 쓸지 모를 툭툭으로 여행수단을 조달해야 한다니. 나같은 쪼렙 여행자에겐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공항에서부터 그랩이 없음을 슬퍼하며 택시 서비스라고 써있는 곳을 찾아간다. 찾아가지 않아도 택시 탈거냐고 드라이버들이 무심하고 바쁘게 안내를 시작한다. 숙소 이름을 이야기하면 바로 차를 알아서 배정받는다. 2019년을 기준으로 팀 당 5만낍으로,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탑승하게 된다. 시내까지 15분정도. 이 시스템과 가격은 정해져있는 규칙이다.

 

라오스의 화폐단위는 낍이다. 킵이라고 쓰기도 하고 실제 영어표기도 kip이지만 실제 발음은 낍에 가깝다.

30,000낍은 약 4000원.

 

라오스가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이 아니라 알려진 세상into the known인 이유는 말 그대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인에게. 왜? 꽃보다 청춘에 나왔으니까. 그 여행예능에서는 루앙프라방과 방비엥, 비엔티안으로 대표되는 라오스 북부를 여행했는데 그때문에 라오스 북부에는 한국인도 한국어 낙서도 참 많았다. 그래서 루앙 프라방 공항에서 긴긴 줄 끝에 스탬프를 받으며 코리안! 안녕하세요!를 공항 남직원으로부터 들은 것 같다. 그래, 나도 반가워. 이곳이 내게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2018년 9월 1일부터, 한국 여권으로 라오스 무비자 30일이 가능해졌다. 아마도 라오스 내 소수민족 차별 및 탄압으로 인해 서양권 여행자가 감소한게 이유같다는 어느 글을 본적이 있지만 비자 기간 변경까지 영향을 끼쳤을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면 내가 만난 여행자들은 전부 서양인이었으니까.

 

라오스의 여행 성수기는 강수량이 적은 12월부터 2월까지. 살에리게 추운 겨울엔 라오스 시판돈의 해먹이 그립다. 

 

이 아름다운 갈색 강은 메콩강으로, 동남아의 젖줄과도 같은 강이다. 서쪽으로는 메콩강, 동쪽으로는 칸강이 흐르는 루앙 프라방은 따듯하고도 건조하지 않은 것 같았다. 기분탓일까. 라오스 여행 내내 함께한 것이 바로 이 메콩강이었다. 아시아에서 7번째로 길고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이 강은 본적없는 색을 가지고 있고, 살아본 적 없는 곳에 있지만 볼때마다 한국 집의 옆에 항상 흐르는 금강이 떠올랐다. 언젠가 시내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사는 곳 옆에 강이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정말 답답한 일일 거라고. 어떻게 이 사람들은 강이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 수 있을까.

 

메콩강은 중국의 아주 끝에서 시작해 라오스와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 호치민 시티에서 끝난다. 라오스의 국경은 거의 이 메콩강을 따라 형성돼있다. 라오스 사람들은 이곳에서 수영도 하고 빨래도 하고 물고기도 잡는다. 금강에서 물놀이하고 돌멩이를 수집하고 다슬기를 잡던 나처럼.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인 것 치고는, 루앙 프라방은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루앙 프라방은 라오스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웬만한 호텔도 없을 만큼 작다. 구글에 루앙 프라방을 검색하면 뜨는 자동 질문은 루앙 프라방이 갈만한가, 갈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들인데, 다녀온 입장에서는 굳이 방문할 정도는 아니다. 칸강의 위태위태해 보이는 나무다리나 푸시힐의 일몰은 아름답지만 세상엔 다른 여행지도 참 많으니까. 프랑스 식민 지배 때문에 프랑스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다고는 하는데 난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빛나는 밀키블루의 꽝시폭포라면 어떨까. 죽기전에 봐야할 폭포란 건 아니지만 꽝시폭포와 맛있는 삥빠(생선구이)라면? 한번쯤은 나쁘지 않단말야.

 

꽝시폭포와 여행자거리, 푸시힐을 제외하고 루앙 프라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왓 씨엥통Wat Xieng Thong이다. 1559년에 짓기 시작해 1년만에 완공되었다. 이 왓 시엥통을 기준으로 칸 강과 메콩강이 갈라진다. 전형적인 루앙 프라방 식 건축양식이라고 한다. 태국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건 단연 지붕의 모양이다. 사진에서 왼쪽의 건물 지붕모양을 보면 건물의 밑단까지 글라이딩하듯 뻗어져있다. 옷자락처럼 휘날리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건축양식도 새롭고, 박물관같은 내부도 좋았다. 한국 용과는 참 다르게 생긴 라오스의 용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상당히 작은 절이지만 루앙 프라방에 머문다면 가벼운 산책으로도 좋다.

 

왓 씨엥통 입장료 20,000kip.

 

왓 씨엥통에서 조마 베이커리까지의 2km 여행자 거리다. 이 여행자거리 근처에 있는 푸시힐에 오르기까지의 산행은 쪼리신고 올라도 될 정도로 평탄하지만 숨이 거칠어질 정도로는 힘들다. 사람은 마치 호이안의 밤처럼 정말 정말 많아서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푸시힐의 일몰과 푸시힐까지 오르면서 볼 수 있는, 석양이 내려앉은 이 작은 마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기대되는 건 내일 가는 꽝시폭포였다. 꽝시폭포는 사진으로 반해 루앙 프라방에 찾아온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