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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라오스

절로 이루어진 길거리 - 라오스 비엔티안

by 마리Mary 2019. 12. 29.

그간 철이 아닌지 아보카도 스무디를 팔지 않았었는데, 비엔티엔에서는 드디어 아보카도 스무디를 먹었다. 갈리다 만 아보카도 슬라이스 반쪽이 남아있는 진한 스무디와 깔끔한 동남아의 볶음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길가의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는데도 식당 벽의 포스트잇엔 한국어가 많았다. 첫 해외여행인데 바가지 쓰다보니 이제 좀 뭐가뭔지 알거같다는 메모를 남긴 어떤 아재는 지역이동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루앙 프라방-방비엥-비엔티안의 한국인 코스에서 지역이동은 슬리핑 버스를 많이들 이용한다. 말 그대로 누워서 잠을 자는 버스인데 야간 운전인데다 사고 소식이 많아 나는 루앙 프라방에서 비엔티안까지 비행기를 탔고, 방비엥은 가지 않았다. 방비엥은 액티비티로 유명한데 카약, 짚라인, 동굴 튜빙, 다이빙, 버기카 등 하고 싶지 않거나 이미 해본 것들 뿐이었고, 무엇보다 한국인이 많은 수준을 넘어 한국어 간판이 있다는 얘기에 일정에서 제외했다.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 블루라군은 조금 끌렸지만. 

 

아보카도 밀크셰이크와 볶음밥, 45,000낍.

 

비엔티안의 여행자거리는 남푸 분수대를 중심으로 양옆에 펼쳐져있다. 메콩강과 가까운 도로에 절들이 밀집해있는데 왓미싸이(Wat Mixai)라는 절에는 초등학교가 딸려있었다. 더운지 늘어져있거나 숙제를 하는지 뭔가 적고 있거나 했다. 흰 셔츠에 빨간 스카프.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말을 걸기 힘들어 찍진 않았다. 왓 미싸이는 예전 버마(지금의 미얀마)와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며 지은 절이다. 이 절을 중심으로 왓 옹뜨(Wat Ong Teu)같이 꽤 큰 절들이 모여있다. 한국의 카페처럼 라오스를 비롯한 불교권 동남아국가는 절 건너 절이란 게 익숙해지던 때였지만 골목골목에 있는 게 아니라 대로변에 절이 있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커다란 코끼리 조각상이나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조각된 용들도 처음이었다. 

 

왓미싸이를 지나 걸으면 분수대가 나온다. 2층짜리 술집이 늘어서있는 곳인데 낮이어서 조용하고 사람도 없었다. 분수대에서 10분거리에 대통령궁과 시사켓 절이 있다. 대통령궁은 철문으로 닫혀있어서 보기만 했고, 시사켓절은 들어가볼 수 있었다. 시사켓절에는 단체관광을 왔는지 중국인들이 많았다. 입구가 작고 절도 별 장식이 없었다. 다만 양 옆의 벽에 불상들이 잔뜩 놓여져 있었는데, 벽을 약간 파고 그 안에 아주 작은 불상들을 놓아둔 게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익숙해진 색감과 장식이 화려한 건물은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나왔다. 그동안에는 몰랐는데, 각종 열대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진 절들이 많아서 비엔티안의 절은 훨씬 이국적이었다. 색감도 훨씬 다채롭고.

 

시사켓 절 입장료, 10,000낍.

 

시사켓 절 안 쪽에 있던 건물들은 모두 지붕의 조각이 화려하고 섬세했다. 봉황같이 생긴 새가 그려져있다던지, 연꽃을 타고 있는 부처들이 그려져있다던지, 위 사진처럼 부처를 떠받치고 있는 금수(?)같은 조각이라던지 멀리서 봐도 그 정교함이 대단했다.

 

시사켓 절 바로 맞은편에는 허 프라깨우가 있다. 허 프라깨우는 태국 왓 프라깨우에 있는 에메랄드 부처를 모시는 왕실 사원이었다. 비엔티안의 정말 유명한 관광지인데 폐장시간인 5시 정도에 가까워 들어가서 사람없이 한산했다. 사진의 본당은 늦어서 들어가진 못했지만 본당 앞의 정원이 크고 멋지다.

 

허 프라깨우 입장료, 10,000kip.

 

용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듯하게 조각한 게 정말 인상깊었다.

 

이런 거대하고 화려한 절과 대통령궁이 있는 비엔티안은 라오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수도다. 이 허 프라깨우에서 10분거리에는 바로 메콩강이 있다. 강쪽으로 걸어나와 조조 젤라또에서 젤라또 하나를 먹고, 해가 지는 메콩강변을 걸었다. 세계음식축제를 하는지 고추장 양념을 했다는 한국 음식 부스가 눈에 띄었다. 옆에서 몸통 절반이 하얀 딸기를 파는 오토바이 노상의 딸기는 좀 사고싶었다.

 

이때쯤엔 동남아 여행이 거의 한 달 째였는데, 동남아 여행의 목표였던 절 보는 것엔 좀 질려있었다. 그럼 뭘 기대하고 라오스에 갔느냐 하면은 그건 바로 라오스 남부였다. 라오스 남부의 이름도 생소한(물론 이부근 국가들은 모두 그렇다.) 시판돈.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곳은 행복한 곳이었다.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은, 여행이란 힘들고 괴로운 기억들이 웬만해서는 '재미있었다'라고 포장되는 것을 생각해볼때, 어쨌든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