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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륙

가는 길이 더 좋았던 광양 매화축제

by 마리Mary 2019. 3. 11.


광양 매화축제는 2018년이 20번째였던 오래된 축제라고 하는데 별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2019년 매화축제는 작년보다 몇 주 일찍 시작했다고 한다. 금요일에 시작했는데 일요일은 비가 온다고 해서 토요일에 갔었다. 가는 길에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로 검색을 했었는데 매화열매인 매실이 주된 판매제품이고 매실 아이스크림, 매실차같은 걸 판다고 했다. 서울같이 멀리서 출발하면 새벽 5시에 나와서 주차하고 기절한 다음 해가 뜨면 꽃구경을 하는 모양이었다. 



매화축제를 가는데 팁이나 정보랄 게 있다면 우회도로로 진입해서 마을에 차를 대고 축제장까지 걷는 것이다. 오전 늦게 출발해서 2시 반쯤에 옥곡ic에 도착했는데 매화마을로 가는 길에 우회도로들이 있었다. 처음 나온 우회도로는 오른쪽으로 가는 거였는데 그냥 멀리 돌아가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냥 직진을 했는데 두번째 나온 왼쪽 우회도로에서 차들이 많이 꺾어서 거기서 꺾어 들어갔다. 가는 길에 본 인스타그램에서는 1시에 올린 포스팅에서 2km가는 데 한시간 걸린다고 하고, 특정 시간대가 아니더라도 웬만해서는 12시부터 2시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을에 도착하는 시간에는 차도 너무 막힌다고 모든 사람들이 말하길래 걱정을 했는데 우회도로로 들어가서 마을로 들어가서 길가에 주차하고 매화마을까지 걸어가는 게 매화를 더 잘 볼 수 있었다. 마을에 주차를 하면 매화마을까지 2km정도 걸리는데 그렇게 길지도 않았고 마을하고 길가 옆에 가로수로 심어져있는 나무들에 매화가 빽빽하게 피어있었다. 오히려 축제 중심지에 도착하면 매화나무는 생각보다 풍성하지 않았고 심지어 섬진강변의 매화는 지고 있었다.



매화마을에서는 나무를 밭에 많이 심어놨는데 이 밭에서 매실을 따야하니까 가지를 일부러 아래로 굽혀놓고 나무도 크게 키우지 않는 것 같았다. 벚꽃과 매화의 차이 중 하나가 나무의 크기인데 안그래도 작은 매화나무가 더 작게 느껴졌다. 벚꽃하고 매화는 둘 다 팝콘같이 생겼지만 나무의 크기도 다르고 꽃잎 모양도 다르다. 벚꽃은 꽃잎의 끝이 갈라져있는데 매화는 그렇지 않고 둥글다. 하지만 두 꽃의 가장 큰 차이는 꽃이 피는 곳의 위치다. 벚꽃은 가지에서 초록색 목이 뻗어나오면서 그 끝에서 피는데 매화는 나무에 바짝 붙어서 핀다. 그래서 벚꽃은 비가 오면 전부 떨어져버리지만 매화는 그 정도로 우수수 떨어지진 않는다.



마을로 가는 길에는 나물도 팔고 매실차도 팔고 매화분재도 판다. 화장실이 급해서 못 사먹었는데 화장실은 가는 길목에도 없고 행사장에 들어가서 푸드트럭 늘어져있는 곳의 끝부분까지 가야 된다. 광양이 광주하고 가까워서 그런지 강변에 백종원의 푸드트럭 광주편에서 우승했다는 푸드트럭들이 늘어서있었다. 산 아래에는 푸드트럭들이 많고 산에 올라가면 파전하고 비빔밥같은 걸 파는 큰 포장마차 노점들이 있다. 여기는 먼저 식권을 구매한 다음 음식을 받아야 한다. 박물관이라는 곳도 있는데 안에서 매실차하고 매실 아이스크림을 판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했더니 기계가 과열돼서 작동이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산에 올라가다보니까 매실소스 비빔밥파는 곳 옆에 아이스크림을 또 팔길래 물어봤더니 여기는 된다고 해서 먹을 수 있었다. 새콤한 매실 맛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일까 했는데 그냥 새콤한 요거트 맛이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앞에 지도가 있었다. 이런 코스 저런 코스가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렇게 루트를 찾아가며 볼 만큼 매화마을이 넓거나 볼거리가 많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참고할 필요는 없다. 꽃이나 구경하며 정자에 앉아 사람들 지나가는 걸 보고있으면 그만인 곳이었다. 그런데 그 꽃마저도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들이 더 화려해서 막상 산에서는 매화를 많이 구경하지 않았다. 길에서는 매화를 더 가까이 그리고 더 많이 구경할 수 있다면 마을에서는 자박자박한 섬진강을 배경으로 매화와, 산의 이곳저곳에 넓게 퍼진 흰 매화뭉텅이들이 보이는 경치가 좋았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아니면 축제 첫 주말이라 그런지,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화창한 날이었는데도 사람도 생각했던 것 보다 많지 않았다.



산의 하얀 부분들이 모두 활짝 핀 매화다. 이 높은 산자락에 만개한 꽃들을 그냥 감상할 수는 없는 걸까? 왜 산중턱에서도 다 들리도록 아무도 듣지않는 뽕짝을 틀어대는 걸까. 언제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싶은 관광지 시스템은 맘에 안드는 구석이 많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셔틀버스 승차장을 봤다. 차없이 오는 사람들도 많은지 줄이 정말 길게 늘어서있었는데 셔틀버스는 노란색 작은 학원버스같은 게 두 개 있었다. 왕따시만한 관광버스같은 걸 두 개 돌려도 모자랄 판에 그런 작은 학원버스를 돌려서 뭘 어쩌라는걸까 싶다. 매화마을처럼 관광지로서 한철장사를 하는 곳은 한철만 빼고 휑할테니 마을 내에 주차장을 만들 게 아니라, 저 앞에 놀고있는 땅에 큰 주차장 하나 만들어서 주민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통제하고 큰 셔틀버스를 자주 운행하는게 낫지 않으려나. 20회가 넘었다면서 2km가는 데 한 시간 걸린다면 그건 이런 상황을 바꿀 의지도 돈도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푸드트럭에서는 식사하지 않고 산에 올라가면서 매화를 구경하다가 먹었는데 매실막걸리하고 파전을 먹었다. 막걸리는 생각보다 달았는데 매실의 새콤한 맛이 약간 느껴졌다. 5000원이었던가. 파전은 팔천원이었는데 기름 많이 넣은 바삭한 전 맛이었다. 근데 전이 얇아서 내려오다가 배추가 들어간 국수를 또 하나씩 먹었다. 계란을 일일이 깔 시간은 없으니 터프하게 국수 한 그릇당 삶은 계란 두개를 따로 줬다. 소면이 아니고 중면이었는데 싸게 먹는 국수가 보통 그렇듯 조미료처럼 넣은 깨소금이 엄청나게 많았다. 내려오다가 엄청나게 큰 도너츠를 사먹었는데 옥수수가루로 빚었다는 건 좀 차갑고 완두콩 앙금이 들어간 게 따닷하고 좋았다. 



6시가 넘어가고 산 아래에서 책이나 꽃, 기념품이나 쿠키같은 걸 파는 곳들은 파장분위기였다. 매실쿠키같은 건 사먹어보고 싶기도 했었는데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먹는 걸 사먹기 어렵다. 가짜분재를 파는 곳에서는 재첩같이 작은 조개껍질하고 이상한 주황색 얇은 플라스틱 가닥들로 매화나무를 만든 걸 봤는데 너무 예쁘고 신기했다. 물론 사진 않았지만. 그래도 멋지고 큰 분재는 키워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이런 가로등은 정말 길가의 날벌레보다도 못한 존재였는데 시골벽에 벽화그리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이런 것도 장식을 넣기 시작해서, 이젠 시골의 지표 중 하나가 벽화와 모양있는 가로등이 됐다. 지금은 어느 바닷가 가로등에는 갈매기가 있고 어디엔 꽃게가 있다.


강변에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있어서 종종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길은 평탄하지만 막 달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전거를 끌고 꽃구경할 만큼 한산한 것도 아니고 시끄러우니 섬진강 자전거 종주를 하려면 매화마을 지나갈 때에는 꼭 축제시기를 전후로 가야할 것 같다. 




꼼장어 볶음이든 곱창볶음이든 뭘 먹더라도 괜찮을 듯한, 매화꽃에 둘러싸인 식당은 정말 좋아보였다. 7시 전에 마을을 나섰는데 그때에도 마을로 들어오려는 차가 많았다. 마을앞에 하나있는 무인텔에 예약을 했는지 매화보다 야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해가 져도 차가 밀린다는 게 신기했다. 그정도로 볼거리나 할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매화는 마을에서 축제장으로 들어오며 많이 봤지만 사람들이 그정도로 꽃을 좋아했던가. 아니면 내가 모르고 지나친 엄청난 볼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