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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륙

태안 안면도 튤립축제 - 튤립은 고급이니까 괜찮아

by 마리Mary 2019. 5. 6.

 

튤립.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말만 들어도 어딘가 낭만적이고, 이국적이고, 고급의 이미지가 있는 꽃이다. 하나 심는다고 꽃이 여러 개 달리는 것도 아니고 딱 한 개 씩만 피며, 키크게 우뚝 솟아있고, 꽃잎도 두터운 이 꽃은 길가에서는 절대로 아무렇게나 피지 않는다. 벚꽃이나 개나리처럼 어떤 계절의 지표가 되어 일상에서 함께할 수는 없는 특별한 꽃 중에 하나가 튤립인 것이다. 그게 아마 태안 튤립축제에 1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이유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 아무 장식도 없이 튤립 10송이에 5만원하던 꽃다발을 아무 날도 아니면서 산 적도 있는 나에겐(하지만 이건 별로 비싼 것도 아니다.) 만이천원이 아니라 이만천원이어도 이득이다. 2019년이 겨우 8회째인 태안 튤립축제는 4~5월 한달의 기간동안 진행하는데, 5월 초 끝물에 갔을 때에도 튤립은 만개한 곳이 더 많았다. 물론 진 곳도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았고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곳들도 있었다. 

 

 

공기업이나 방송국 건물 앞에 듬성듬성 심어져있는 게 전부인 튤립이 무더기로 심어져있는데 이런 걸 어디서 보나 싶다. 노란색 빨간색 튤립은 기본이고 끝이 핑킹가위로 자른 것 처럼 삐죽삐죽한 프린지드 튤립부터, 흰 바탕에 연한 초록색 줄무늬가 심어져 너무너무 청순하고 예쁜 그린 스피릿 튤립까지, 튤립 축제 부지가 작은 것도 아닌데 다양한 튤립들이 빽빽하게 꽂혀있다. 게다가 뽕짝류의 음악부스도 없고 음악이라고는 에티오피아에서 왔다는 남자들이 하는 전통음악 버스킹정도이니 거슬리지도 않는다. 간사한 인류답게 뽕짝이 없어지니 세계음식부스가 거슬리기 시작했지만 아무렴 뽕짝보다는 백배 나았다.

 

 

튤립축제라고 해서 튤립만 있으면 지루할 것 같았는지 튤립만 있는 게 아니라 유채꽃이나 이름모를 꽃들도 나름 심어져있었다. 또 천막 안에 나리꽃을 비롯한 다양한 꽃 종류들을 꽃다발로 만들어 전시해놓은 것도 좋았다. 나리꽃이나 튤립이나 길거리에서 공짜로 보긴 힘든 꽃이다. 한때 개나리를 보고 이렇게 작고 귀여운 꽃보고 '개'나리라는 건 도대체 무슨 작명센스일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진짜 나리꽃을 보면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간다. 크고 화려한 원래 나리꽃을 생각하면, 개나리는 개나리가 맞는 것이다.

 

 

튤립은, 마치 옥수수처럼 개량을 거듭해 평범하고 작은 들꽃에서 이런 풍성하고 깔끔하고 고급진 꽃이 됐다. 원래 히말라야의 낮은 지대나 동부 터키에서 자라던 꽃으로 건조하고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잘 자란다. 아무리 튤립이 기르기 어렵지 않고 추위도 잘 견디는 꽃이라지만, 이 넓은 튤립밭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을거다. 밤이 되면 연중무휴라는 태안 빛축제도 하는데 해가 지기 전에 나와서 보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튤립밭이 메인이지만 입구나 행사장 가운데쯤에는 곰이나 사진과 같은 거대 조형물같은 것도 있다. 또 튤립밭에는 위에서 튤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튤립은 가까이서 보는게 예쁘지만 인증샷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조형물도 애들한테는 좋은 구경거리일 것 같다. 

 

 

어린이날이 임박한 주말 오후 1~2시였는데도 주차장이 넓어 주차난도 없었고, 안면도로 향하는 길도 딱히 막히지 않았고, 평소엔 볼 수 없는 다양한 튤립이 넓고 빽빽하게 심어져 있으며 행사장 바로 옆은 바다라서 경치도 좋다. 이 모든걸 만이천원에 드립니다. 지금 당장 주문하세요. 그리고 몰랐는데 미리 얼리버드 티켓을 구입하면 만원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