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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남섬

빙하 위에서 스카이다이빙하기: 뉴질랜드 프란츠 조셉 빙하

by 마리Mary 2019. 3. 4.

 

 

에메랄드 호수가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하이라이트라면, 프란츠조셉에서부터 시작하는 와나카, 퀸즈타운, 레이크 테카포 구간은 뉴질랜드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이 지역에서는 빙하와 설산과 호수를 볼 수 있다. 버스나 기차 여행에서 좀 더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라면 그 날 버스에서 왼쪽에 앉을 것인가 오른쪽에 앉을 것인가이다. 그동안에는 타우포에서 오른쪽에 앉으면 타우포 호수 왼쪽에 앉으면 통가리로 산이었던 걸 빼면 딱히 신경쓸 건 없었지만 프란츠조셉에 가는 날부터는 다르다. 전날 미리 지도를 보고 어느 쪽에 앉는 게 좋을 지 보는 게 좋다. 프란츠 조셉으로 가는 날에는 왼쪽에 앉아야 설산도 더 많이 볼 수 있고 풍경도 더 예쁘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뒷문 너머에 앉는 것이 좋다. 버스 앞 쪽에 앉으면 창문에 버스 정면 유리가 비쳐서 성가시다. 중간에 레이크 마포우리카에 잠깐 들리고 프란츠 조셉 마을에 도착한다. 

 

 

프란츠 조셉으로 가는 길부터 설산과 푸른 빛깔의 호수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뉴질랜드라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프란츠 조셉에 도착해 숙소에 체크인을 하기 전에 헬리하이크를 하는 사람들이 잠깐 내려 설명을 듣는다. 청바지는 절대 입으면 안되고 결제는 내일 날씨를 보고 투어 당일 아침에 한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는 비가 왔지만 도착한 날에는 비가 그치기 시작한 날이어서 다행히 투어를 할 수 있었다. 프란츠 조셉 헬리하이크는 빙하투어인데, 헬기를 타고 빙하에 올라가서 3시간동안 하이킹을 한 다음 헬기를 타고 다시 내려오는 투어다. 이건 프란츠조셉에서의 둘째날 하는 투어고, 도착한 날에는 스카이다이빙을 한다.

 

번지점프는 하는 것에 비해서 가격이 너무 비싼 느낌이어서 타우포나 퀸즈타운에서도 할 생각이 없었지만 스카이다이빙은 아무리 돈을 많이 가져가더라도 하고싶었다. 스카이다이빙은 보통 가장 높은 게 16,500피트인데 5킬로미터가 조금 넘는다. 가장 높은 게 가장 비싸다. 내가 이거 하려고 샌드위치만 먹고 혼성 도미토리에서 묵었지. 10달러 20달러 씩 아껴서 500달러를 한방에 써버리는 건 참 재밌었다.

 

스카이다이빙은 사진만 사거나 사진과 비디오를 살 수 있는데 비디오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찍어봤자 자주 안 볼 걸 알기에 사진만 샀다. 고프로로 가이드가 엄청 열심히 찍어준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다보면 가이드가 툭툭 쳐서 카메라를 가리키는데 나는 사진에 대한 건 전부 까먹고 있었다. 그래서 아 왜자꾸 계속 쳐 생각했는데 집에와서 사진을 보니 내가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있는 사진이 몇 없을 정도였다.

 

스카이다이빙 16,500피트, 399뉴질랜드 달러.

스카이다이빙 사진, 95뉴질랜드 달러.

 

 

스카이다이빙은 하기 전에 설명을 듣는다. 기억해야 할 건 추락하며 잡는 바나나 자세와 랜딩하기 전 다리를 90도로 꺾어 엉덩이로 착지하는 것이다. 바나나 자세는 허리를 내밀고 머리와 다리는 타원처럼 꺾는 것이다. 왜 이래야 하는 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비행기에는 한 번에 3팀씩 타는데 1팀은 관광객 한 명과 가이드 한 명이다. 가이드 다리 위에 겹쳐 앉고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빙하가 보이는데, 구름이 많이 껴서 최고의 날씨는 전혀 아니었지만 어쨌건 빙하를 내려다보는 스카이다이빙이 곧 시작한다 생각하니 두근두근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기내에서 입김을 불면 하얀 김이 나온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미니밴을 타고 가는데 좀 웃겼던 건 다들 긴장을 한다는 것이다. 위기탈출 넘버원으로 쌓은 내 안전감각은 잠그지 않은 가스불에는 민감하지만 이런 스포츠에는 전혀 둔감하다. 스카이다이빙은 골드코스트에서 했던 서핑보다야 훨씬 쉽다. 서핑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물위에 떠있는 판자 위에서 중심을 잡으며 일어나 있어야 하지만, 스카이다이빙에서 할 일이라고는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세 팀 중 마지막 순서였는데 내 앞으로 2팀이 하늘 속으로 사라질 때만 해도 나는 들떠있었다. 근데도 스카이다이빙을 하려고 문에 걸터앉아 아무것도 없는 아래를 봤을 때는 내가 뭘 한다고 한 건가 싶게 무서웠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일은 가이드 말대로 딱 두 가지 뿐이다. 바나나 자세와, 소리지르기.

 

 

막 떨어지는 첫 1초도 정신이 안 들게 무섭지만 곧 저 멀리 타즈만 해와 발 밑에 구름과 빙하와 들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스카이다이빙하기 전에 몰랐던 건 얼굴이 많이 시렵고, 엄청난 바람 때문에 입을 벌려서 소리지르고 있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그리고 입 계속 벌리고 있으면 침 나온다. 멋진 풍경 그거 보겠다고 많은 돈을 내고 기꺼이 일부러 자기 의지로 하늘에서 떨어지고 싶어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하지만 안전하게 떨어지는 것 자체도 재밌었다. 안전한 데서 불구경하는 느낌.

 

 

다음 날에는 어제보다 날씨가 좋아졌으므로 헬기하이킹 투어를 하러 갔다. 신발, 장갑, 비니까지 제공되는 장비를 착용하고, 제공되는 가방에 크램폰이라는 빙하 용 아이젠을 챙긴다. 크램폰은 빙하에 도착하면 그때 신는다. 각자 착용을 하는데 착용하는 방법은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강의를 해준다. 

 

키위버스를 탄 미국 남자애는 자기 나라에도 빙하는 있고 이렇게 비쌀 것 같지 않아 뉴질랜드에서 빙하는 안 볼 거라고 했지만, 난 한국인이니, 빙하라는 것 만큼 특별한 게 또 있을까? 꿈을 꾸는 것 같은 환상이었다. 뉴질랜드에 빙하는 크게 네 개가 있다. 가장 큰 빙하는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의 타즈만 빙하고, 프란츠 조셉 빙하, 폭스 빙하, 후커 빙하 같은 애들이 있다. 후커 빙하는 후커밸리 트레킹을 하며 볼 수 있고, 타즈만 빙하는 레이크 테카포에서 출발하거나, 개인 이동으로는 테카포 호수에서 버스를 타고 마운트 쿡 빌리지에 가면 된다. 프란츠 조셉 빙하는 키위익스피리언스에서 들리는 곳이고, 폭스 빙하는 키위버스가 들리지는 않지만 프란츠 조셉 마을 바로 옆에 있다. 나는 폭스 빙하도 보려고 프란츠 조셉에 더 오래 머물렀고 폭스 빙하에서 왔다 가는 인터시티 버스를 예약했다.

 

프란츠 조셉 헬리하이크 가격, 419뉴질랜드달러.

 

 

프란츠 조셉에서 하는 빙하 하이킹은 뉴질랜드에서 빙하 투어를 할 때 가장 인기있는 투어여서 프란츠 조셉 빙하에는 사람이 많다. 길도 나름 저렇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빙하는 하루에 계속 움직여서 매일매일 바뀌기 때문에 항상 길이 달라진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 가이드가 왜 곡괭이를 들고 다녔는지 의문이 풀렸다.

 

 

길을 가는 동안 이렇게 얼음을 파내 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헬리하이킹은 세 시간 짜리 짧은 투어여서 물병도 가져가지 않았다. 빙하 얼음 깨먹으려고 한 이유도 있다. 목마를 때 얼음을 마시면 물 마시는 것보다는 갈증이 해소되지 않지만 빙하를 보고 밟고 깨먹는 걸 또 어디서 해보나 싶었다. 빙하 맛은 그냥 얼음 맛이다. 겉이 좀 더러우면 손으로 좀 녹여서 겉을 털어내고 먹으면 된다.

 

 

빙하의 색이 파란 이유는 눈이 쌓이고 그 눈 위에 또 눈이 쌓이며 무거워지고 눈 안의 작은 공기층을 눌러 눈이 얼음이 되고, 이 빙하 얼음이 더 단단해지면서 컬러 스펙트럼 중 푸른 색만 빼고 흡수하기 때문이다.빙하가 단단하고 깊을 수록 파란 색이 되는 것이다. 빙하 얼음이 흰색이라면 안에 공기층이 아직 많은 것이다. 

 

프란츠 조셉에서 폭스로 가는 인터시티 버스는 인터시티 웹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빙하 하이킹을 끝내고 yha 앞에서 인터시티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30분이나 늦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버스도 인터시티가 아니라 great sights였다. 프란츠 조셉에서 꽤 많은 사람이 내렸는데 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폭스빙하로 가는 사람도 노부부 두 명 뿐이었다. 프란츠 조셉과 폭스는 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폭스빙하의 호스텔은 이틀밤만 예약을 했다. 바로 다음 날 또 빙하를 볼 수 있다. 그것도 이건 폭스 빙하로 사람도 덜 붐비고 훨씬 더 예쁘다는 그 폭스빙하였다.

 

폭스빙하 얘기: https://thejourneyofmary.tistory.com/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