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포로 출발하기 전날, 로토루아에서 낮에는 2시간동안 땡볕에서 호빗튼 투어를 하고 밤에는 쫄쫄 굶으며 마오리족 문화 체험을 하느라 피곤했지만 키위익스피리언스 픽업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밖을 나선 건 로토루아의 천연스파에 발 한 번 담궈보려는 의도에서였다. 로토루아는 지열활동 때문에 공원 안에 있는 물가에서 김이 펄펄 난다. 이 공원이 키위익스피리언스 숙소인 base 바로 앞에 있어서 빨리 갔다오기도 나쁘지 않다. 근데 위험해서 아무 물에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공원 내에 작게 발만 담글 수 있는 곳이 있다. 따땃하고 기분 좋다. 같은 숙소에서 묵은 키위버스 여행자는 전날 마오리족 빌리지에 가지 않고 스파를 했는데 그것도 딱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이음식을 생각하면 좀 아쉬우니 로토루아에서 하룻밤 더 묵고 스파 한 번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만약 키위버스에서 구매한 패스가 오클랜드로 돌아오는 패스라도 로토루아에서 내릴 수 있다. 마지막 날 일정은 타우포-오클랜드인데, 따로 말하면 타우포-로토루아, 로토루아-오클랜드로 일정을 수정해서 로토루아에서 머무를 수 있다.
로토루아에서 아침에 픽업해서 30분동안 가다가 테푸이아에서 가이드 투어를 할 사람들을 내려준다. 지열활동이 너무 활발한 로토루아의 테 푸이아에서는 간헐천을 볼 수 있다. 간헐천은 돌이 뜨거워지면서 생기는 증기의 압력으로 지하수가 뿜어져나오는 걸 말한다. 위 사진은 nga mokai-a-koko mud pool이 정식이름이고 팔짝팔짝 뛰고 있는 건 끓는 진흙이다.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고 펜스가 쳐져있다. 그냥 보면 갯벌인데 물을 끓이는 것 마냥 진흙이 보글보글하다가 저렇게 팍 튀어오른다. 어떤 건 높게 뛰어서 좀 튀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뭔 사고가 실제로 있었던 건지 티켓에 모든 사고나 상해는 물론 입장객의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고 써있다.
테푸이아 안에 키위하우스가 하나 있는데,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키위새는 프란츠조셉에서 보는 게 제일 나았다.
테 푸이아 90분 가이드 투어, 키위익스피리언스 가격 35뉴질랜드달러.
위 사진은 whakarnewarewa geyser terrace라고 써있는데 geyser는 간헐천이다. 땅속으로 침투한 빗물이 마그마에 의해서 끓어올라 밖으로 분출하는데 그게 두 번째 사진인 pohutu 간헐천인데 남반구에서 가장 큰 간헐천이라고 한다. 웬만해선 호주나 뉴질랜드가 남반구에서 가장 뭐한 어쩌고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사진의 물줄기는 큰 게 터지길 기다렸다 찍은 게 아니라 저 높이가 기본이다. 한 시간마다 한두번씩 폭발하는데 가끔은 30미터까지도 올라간다고 한다.
이상한 냄새가 나면 그건 유황냄새다. 하지만 통가리로 산의 에메랄드 호수에서 나는 냄새보단 훨씬 덜하다. 보통 유황냄새를 보고 썩은 달걀 냄새라고 많이 말하는데 나는 썩은 달걀 냄새가 뭔지 몰라서 그렇게는 못 말하겠다. 그렇게 역하지도 않았다. 냄새 신경쓸 틈 없이 저렇게 폭발하는 간헐천이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pohutu geyser를 지나면 지열에 달궈진 돌 위에 앉아있을 수 있는데 느낌은 온돌하고 완전 똑같다. 장판 까맣게 익은 아랫목에서 무거운 솜이불 덮던 기억이 났다. 그 전통 한국집은 어렸을 때 헐렸고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가끔 그 집에 놀러가서 자고 올 때면 밤에 밖에 있는 화장실(보단 뒷간에 가까운 그곳)에 간다고 자던 사촌을 깨워 같이 갔었다. 밖에서 빨간휴지 파란휴지 장난을 하면 진심으로 쫄았던 것 같다.
가이드 투어는 사진의 ngararatuatara cooking pool에서 끝나는데 여기서 가이드가 계란을 삶아준다. ngararatuatara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토종 파충류 이름이다. 계란은 그냥 계란 맛인데 너무 뜨거워서 휴지를 많이 덧대야 한다. 푹푹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보면서 뜨거운 바위에서 찜질하고, 호수에서 삶은 계란을 먹으며 이것들이 오로지 지열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내가 별천지같은, 한국과도 호주와도 너무 다른 곳에 와 있다는 걸 느꼈다. 지구엔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다.
타우포에 도착하기 바로 전 30분동안 하카폭포에 들린다. 폭포가 정말 크고 긴데, 이 웅장한 폭포를 보고있으면 탄산수처럼 상쾌하고 설탕처럼 달콤할 것 같다. 거품은 밀키스 맛, 폭포수는 블루레몬에이드 맛일 거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렇게 레이크 타우포에 갔는데 비가 왔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을 하려고 타우포 날씨를 매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근데 매일 확인한다고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바뀌지는 않았다. 뉴질랜드는 트로피컬하지 않다. 뉴질랜드는 하루에 4계절이 있다고 할 만큼 변덕스럽기도 하다. 맑은 날에 온다면 수영하기 참 좋은 타우포 호수는 616제곱킬로미터정도 되는데 서울보다 약간 큰 크기다.
떠난 날에는 저렇게 맑았는데 도착한 날에는 비가 좀 많이 왔다. 맑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타우포에 도착하는 날 까지만 해도 타우포에 며칠 더 머무르는 일정을 바꾸지 않았는데, 도착해서도 날씨가 그모양이어서 숙소에 체크인 한 다음 바로 키위버스에 전화를 해서 원래 일정대로 이틀 묵기로 수정했다. 타우포에 도착한 날도 그 다음날도 비가 왔기 때문에 나가지도 않고 앞으로의 일정도 확인하고, 가서 할 액티비티도 예약했다. 이때 폭스 빙하에서 할 투어를 예약했는데 이게 뉴질랜드에서 가장 익스트림했던 기억으로 남을 줄은 몰랐다.
숙소에 체크인 하고서 식료품 가방을 냉장고에 넣으려고 키친에 갔더니 보기 드물게 냉동실이 있었다. 냉동실이 있고 자리도 넉넉한 걸 확인하고 바로 마트에서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뉴질랜드에 갔을 때 먹어보면 좋을 음식들은 그린홍합, feijoa, L&P 그리고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이다. 호키포키는 캬라멜 토피인데, 캬라멜 토피는 뭐 그냥 캬라멜을 만들어서 단단하게 굳힌 것이다. 호키포키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잘게 부셔진 동그란 호키포키가 들어있는 것이다. 제일 싸게는 뉴질랜드의 대형 슈퍼마켓인 뉴월드, 파캔세이브(아니면 파큰세이브), 카운트다운(호주 슈퍼마켓인 울월스가 뉴질랜드에 진출한 것)에서 2리터짜리를 4달러에 파는 건데 바로 사와서 이틀동안 먹었다. 뉴질랜드의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tip top에도 당연히 호키포키 맛이 있는데 팁탑이나 제일 싼 브랜드나, 애초에 특별할게 없는 거라 맛은 똑같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니 한번쯤은 먹어보길 추천한다.
엘앤피는 레몬 맛 코카콜라로 뉴질랜드에서 만든 탄산음료고, 피쉬앤칩스랑 같이 많이 먹었었다. 그린 홍합은 사먹지는 않고 마트에서 사서 베이컨으로 말아 오븐에 굽거나 후라이팬에 구워서 시금치에 마요네즈 뿌려 같이 먹었다. Feijoa는 피조아라고 부르는데, 키위하고 사과를 섞은 맛으로 새콤하고 달콤함의 정석으로 정말 맛있어서 음료수로 사서 스파클링 와인에 타서 마셨다.
처음 타우포에 왔을 때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을 못하게 돼서 너무 속상했는데 떠나는 날 타우포는 참 맑았고 통가리로 산을 2시간동안 트래킹할 수 있었다. 이 트레킹은 키위익스피리언스 버스를 타고 여행하면 포함돼있는 트레킹이다. 통가리로 노던 서킷 트랙의 일부분을 트레킹하는 코스인데 큰 폭포를 보고 온다. 키위버스를 타면 이렇게 트레킹을 시키는데 버스에 있을 수 있을 때도 있고 꼭 나가야 할 때도 있다. 이 트레킹은 버스기사가 같이 내려서 트레킹하기 때문에 아마 남아있을 순 없을 것 같다. 폭포를 보러가는 5키로가 좀 넘는 트랙인데 폭포 이름이 타라나키여서 taranaki falls walk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저건 나우루호에 산이다. 2시간 동안 트레킹 트랙은 쉽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을 거 같지도 않다.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할 세가지 중 두가지가 트레킹인데 이렇게 힘들다니 그냥 통가리로 트래킹 하지 말까 생각하면서 걸었다. 후커밸리 트레킹도 쉽고 평탄하지만 어쨌건 그게 트레킹이라고 불리는 만큼은 힘들다. 쉬운 난이도의 트레킹이라고 그게 동네 산책길이 되는 건 아니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트레킹하다 마시는, 피톤치드가 이런건가 싶게 맑은 공기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건 한국에서 몇번 등산했을 때도 알고 있던 거 아닌가? 그게 등산까지 좋아할 정도는 아니었다. 뉴질랜드에서 새로 느낀 건 등산은 땀나고 힘들지만 정상에 섰을 때 보이는 뉴질랜드의 장관은 그럴 가치가 있다는 거였다. 특히 테카포 호수의 마운트 존 트랙은 최고였다. 이렇게 정상뷰가 좋아서 등산하다보면 언젠가 등산 그 자체까지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떠난 1박2일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https://thejourneyofmary.tistory.com/73
타라나키 폭포는 20미터 쯤 되는 폭포로 폭포 아래서 물도 떠마실 수 있다. 모래가 좀 들어가긴 하지만 너무 깊숙히 물병을 넣지 않으면 된다. 뉴질랜드에서는 어쩐지 흙모래도 깨끗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점심을 싸가서 폭포 옆에서 먹는다. 이렇게 점심을 따로 챙겨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전날 미리 버스에서 말해준다.
이 짧은 통가리로 트레킹을 마치고 리버밸리로 출발한다. 이 리버밸리에서는 아무것도 안 한다. 아무것도 없다. 핸드폰도 안 터진다. 데이터 신호가 잡히고 자시고 아예 no service가 돼서 전화도 안 된다. 래프팅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많이하지는 않고, 저녁 먹고 술마시고 놀 뿐이다.
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숙소 신청과 함께, 저녁 먹을건지 말건지 신청을 받는데 이곳 조리시설이 조악하기도 하고, 저녁이 상당히 맛있으니까 먹는 걸 추천한다. 저녁은 7시 쯤에 먹는데, 로스트 비프에 그레이비, 퀴노아 칙피 샐러드(진.짜.로 맛있었다.), 요크셔푸딩에 구운 단호박, 고구마, 감자, 이름모를 익힌 채소 샐러드가 나왔다. 모든 것이 맛있었지만 특히 요크셔 푸딩이 나왔을 때는 감격을 하면서 먹었다. 요크셔 푸딩은 머핀 틀에 기름을 붓고 오븐에서 뜨겁게 데운다음 차가운 반죽을 넣어서 파바박 부풀게 굽는 일종의 밀가루 빵인데, 그레이비랑 먹으면 정말 맛있다. 근데 만드는게 저렇게 귀찮아서 집에서 절대 안 만드는데 남이 만든 요크셔 푸딩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것도 음식은 영국하고 비슷한 뉴질랜드에서 먹어서 더 행복했다. 그리고 여기 코코넛 라즈베리 치즈케이크도 맛있다. 퀴노아 칙피 샐러드가 너무 맛있어서 앞으로 해먹으려고 뭐가 들어갔고 소스는 무슨 맛이고까지 적어놨다. 이 저녁식사를 한 번만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뉴질랜드에서 먹은 식사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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