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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북섬

하루로는 피곤했던 호빗튼과 타마키 마오리족 빌리지 - 뉴질랜드 로토루아

by 마리Mary 2019. 2. 7.



와이토모에서 로토루아로 출발한다. 로토루아에 가기 전에 반지와 제왕과 호빗 시리즈에 나오는 호빗 마을 샤이어 세트가 있는 호빗튼 무비세트에 들려 호빗튼 투어를 한 다음 호빗버스를 타고 로토루아에 도착해 마오리족 빌리지 투어를 결제하고 숙소에 돌아와 저녁에 마오리족 빌리지 체험을 한 다음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게 로토루아에서의 하루 일정이다. 이것 말고도 로토루아에서는 스파도 할 수 있어서 여기서부터 1박 씩 더 하느라 헤어지는 애들이 생기고, 다음날 버스에 모르는 애들이 새로 앉아있기 시작한다. 


호비튼 투어는 두 시간 동안 가이드를 따라 샤이어를 구경하는 투어다. 기본 컨셉은 호빗들을 보러 놀러왔으나 호빗들은 때마침 휴가를 갔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설정이다. 샤이어에는 약 300명의 호빗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도 호빗 삼부작도 모두 봤지만 대부분 참을 수 없이 지루했기 때문에 영화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없었고, 그냥 예쁘게 꾸며놓은 영화 촬영장을 간다는 생각으로 갔다. 2시간동안 샤이어에 있다보니 끝날 때 쯤엔 피곤하고 질렸지만 티켓 끊는 곳부터 카페까지 전부 호빗 글씨체로 쓰여있는 막강의 컨셉질과 빌보 배긴스 집문에 붙어있는 공지에 들뜨긴 했다. 


로토루아로 가는 것 까지 포함된 호비튼 투어, 키위버스 가격 99뉴질랜드달러.




실제로 호빗튼에 가는 사람들 중에 절반은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나도 영화를 보긴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공감은 됐지만 호빗튼을 안 가는 사람도 이해는 된다. 뉴질랜드를 하루에 4시간 이상 버스타고 여행하면 매일매일 보는게 끝도없는 들판에 양소말사슴이라 뉴질랜드 모든 곳이 호빗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작은 집과 빨래줄에 걸린 빨랫감들과 체스판에 낚시용품과 꿀과 치즈판매대, 장작패는 도끼같은 소품들은 없지만 말이다. 남감독이 로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게 빌보 배긴스의 생일잔치의 배경이 되는 아주 커다란 나무였는데, 이 양떼 목장 말고도 다른 로케도 보러 가려다가 위 사진의 나무를 보고서는 바로 여기를 영화의 배경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진: hobbitontours.com



사진은 호수하고 풍차 옆에 있는 샤이어의 술집인 그린드래곤인데 여기서 맥주나 논알콜 진저비어를 한 잔 마실 수 있다. 티켓값에 포함돼있다. 진저비어는 생강향이 스쳐지나간 약간 단 음료수 맛이다. 지치려고 할 때 들리니까 상쾌하고 좋았다. 이날 날씨가 정말 화창했기 때문에 2시간동안 걷는 투어가 아니라 샤이어에서 낮잠자는 투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샤이어의 전통을 따라 2접시 이상 많이 먹는거지.


그린드래곤에서 좀 쉬다가 파티하는 곳을 지나면 기념품 가게가 나오고 투어는 끝난다. 호비튼 투어는 티켓파는 곳 바로 앞에서 줄을 서서 호빗 버스를 타고 호비튼으로 들어간 다음 호빗 버스를 타고 다시 티켓파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끝나는데 로토루아로 가는 버스까지 포함된 투어는 그 호빗 버스를 타고 그대로 로토루아까지 간다.



마오리족은 뉴질랜드의 원주민인데, 로토루아가 마오리족의 문화적 수도라고 한다. 그 위상에 걸맞게 로토루아에서는 영어와 함께 마오리어 2개 국어를 쓴다. 안 그래도 마오리어는 뉴질랜드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는데 로토루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표지판이나 안내판에 영어와 마오리어로 표기가 돼있다. 마오리족의 헬로우는 키아오라인데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보고 시내에 나가는 길에서도 보기 때문에 좀 익숙해진다. 키위 로컬들끼리야 쓰지 않겠지만 관광객들한테는 정말 자주 팔아먹는 말이 kia ora다. 호주에 몇개월을 있었는데도 애보리진 말로 헬로우가 뭔지 모른다는 점에서 뉴질랜드는 확실히 호주하고 다른 곳이다. 


로토루아에 도착하면 마오리족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보고 결제하고 티켓 받으라고 오피스에 내려주고 호빗 버스는 떠난다. 결제하고 나오면 반가운 샛초록 키위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엔 숙소에 체크인을 한 다음 저녁 7시 쯤에 마오리족 투어 픽업버스에 타서 타마키 마오리 빌리지에 내린다. 마오리족 투어는 10시가 넘어서 끝나고 바로 돌아오는 것도 있고, 하룻밤 자는 오버스테이도 할 수 있다. 마오리족 투어는 마오리 마을인 marae에 들어가서 마오리족의 환영행사인 powhiri를 보는 걸로 시작한다. 혀를 쭉 내미는 게 포인트인데, 티켓을 받은 사무소에 비치된 안내서를 보면 존중의 관점에서, 웃지 말라고 써있다. 근데 뭐 그렇게 웃기진 않았다. 그리고 관심도 없었다. 내 관심은 오로지 저녁 뷔페로 먹는 항이음식이었다.


항이음식은 영어알파벳으로 hangi라고 쓴다. 영어로 풀어쓰면 earth oven인데 말 그대로 3~4시간동안 뜨거운 돌 아래에 고기와 야채들을 놓고 열로 익히는 조리방식, 아니면 그렇게 조리된 음식을 말한다. 나무하고 돌이 데워지면 고기를 담은 바구니를 돌 위에 놓고 맨 위에 야채를 담은 바구니를 놓은 다음 젖은 천을 위에 덮고 익히는 마오리족의 전통 조리법이다. 돌은 화산지대여서 뜨겁다. 이게 정말 맛있다고 해서 간건데 내가 간과한 점은 저녁 먹는 게 투어의 마지막 일정이라는 점이다. 저 환영인사도 하고, 마을에 들어가 마오리족의 문화를 실제로 체험하고, 강당같은 곳에서 마오리족의 춤과 노래를 감상하는데 이걸 다 해야 저녁을 먹는다. 그게 9시였다.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먹은 항이음식은 건강하게 밋밋한 맛이었다. 간이 부족한 건 아니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3접시는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육류는 소고기, 닭고기, 크림소스로 조리한 생선, 곡물은 퀴노아 맛이 나는 이름 모를 것에 야채는 감자, 고구마같은 구황작물과 함께 생야채도 있었다. 약간 감동했던 것은 그레이비에 링곤베리 맛 잼까지 있었던 것, 게다가 디저트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요거트에 과일, 초콜릿 데이트 푸딩에 연유 크림, 키위와 패션프룻이 올라간 파블로바까지 있었다. 파블로바는 뉴질랜드와 호주의 디저트인데 크게 구운 머랭쿠키에 생크림을 올리고 과일을 올린 아주 달콤하고 맛있고 만들기도 쉬운 디저트다. 마무리로 전통 차까지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저녁 내내 굶은 보람이 있었다.


타마키 마오리 빌리지tamaki maori village, 키위익스피리언스 가격으로 95뉴질랜드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