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서 핫 워터 비치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오클랜드에서 파이히아 까지는 선택 번들이지만 오클랜드에서 핫 워터 비치는 키위버스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버스에 사람도 많아지고, 여권확인을 또 한다. 이때 만나는 드라이버는 오클랜드에서 파이히아, 파이히아에서 오클랜드로 가며 만난 드라이버가 아니다. 이 날 만나는 드라이버가 따로 어떤 도시에서 더 머무르지 않는다면 키위버스 내내 다닐 드라이버다. 보통 많이 구매하는 키위익스피리언스 패스는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부터 남섬 퀸즈타운까지지만, 드라이버는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출발해서 퀸즈타운에서부터 북쪽으로 다시 올라와 오클랜드로 도착하는 것 까지가 일이다.
핫워터비치는 파이히아의 베이오브아일랜드처럼 아주 솔직하고 정확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핫워터비치에 도착하는 건 오후 1시 쯤인데, 숙소는 별다른 호스텔이 아니고 캠핑 롯지같은 곳에서 자는거라 그냥 버스에서 예약한다. 근데 체크인을 늦게 하면 방이 없어서 비싼 싱글룸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여기 싱글룸은 비싸긴 비싸면서 화장실은 밖에 있어서 별로다. 짐을 내려놓고 잠깐 쉬다가 cathedral cove에 가는데 나는 자느라 안 갔다. 진짜로.
핫워터비치는 깜깜한 밤에 가야 하는데 숙소에서 해변까지 가는 길이 안 그래도 잘 정비된 길이 아닌데다 표지판도 없고 찻길도 건너야 해서 몇 명 모아서 같이 가는 게 좋다. 키위버스가 묵는 숙소의 주차장에서 반대편으로 꺾어서 꽤 걸어야 한다. 해가 완전히 진 밤에 가는 이유는 물이 너무 뜨거워서 그나마 밤에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핫워터비치에 대해 들었을 때에는 미지근한 정도겠지 생각했고 해변에 도착했을 때에는 차갑길래 뭐가 도대체 핫 워터라는 건지 생각했다. 먼저 와있던 애들은 미니풀장으로 만들으려고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있었는데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서있는 애들한테로 가서 물 별로 안 핫 한테 뭐가 핫하다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발로 모래사장을 파면 뜨거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바다 가까이에서 발로 팠더니 와 물이 진짜 너무 개개개 뜨거웠다. 그제서야 그래서 밤에 가라는 이유를 이해했다. 얼마나 뜨거웠냐면 발을 오래 담그고 있기가 좀 어려울 정도였다. 지구엔 이런 곳도 있구나 신기해하면서 발을 담그고 별 구경하면서 하늘에서 화성도 찾고 그랬다. 본적은 없지만 하늘에서 일억개의 별이 쏟아진다는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밤하늘이었다. 은하수같은 별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다음 날 와이토모에서 볼 수 있던 글로우 웜을 핫워터비치 가는 길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핫워터비치 키위익스피리언스 숙소, 32뉴질랜드달러.
키위버스는 뉴질랜드의 관광버스인 만큼 관광 말고도 뉴질랜드의 이런 저런 것들을 알려주는데 L&P나(l&p는 레몬 맛 콜라다. Lemon and Paeroa의 줄임말로 Paeroa는 이 제품이 처음 만들어진 지역 이름이다. 엘앤피의 캐치프라이즈는 world-famous in New Zealand다.) 뉴질랜드에서 흔한 젤리도 알려주고, 뉴질랜드에서 많이 쓰는 말도 알려준다. 그건 sweet as인데 이건 그냥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계~~~속 쓴다. 뭔가에 대해 설명하거나 말을 끝낼 때 sweet as 아니면 뭘 해야 하는 전달사항이 있으면 설명을 끝내고 easy as 이런 식으로 말한다. 말하다 중간에 쓰기도 하는데 all good, awesome 이런 것 처럼 sweet as 이러는데 너무 맘에 들어서 지금도 가끔 쓴다. 말부터 달콤하잖아. 나는 키위버스 패스 중에서 whole kit를 샀기 때문에 타우포에서 오클랜드로 돌아오는 마지막 버스에 있었는데 버스기사가 오클랜드에 돌아와서 이랬다. sweet한 두 단어를 잊지 말라고. 그거 sweet as야?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스윗한 두 단어는 마오리 족의 키아오라Kia Ora라는 걸 버스 안의 모두가 알았다.
와이토모에 가다가 paeroa에 잠깐 정차해서 카페에 들리고, karangahake gorge라는 곳에서 구름다리를 두 개 건너는데 둘 다 최대 열 명만 건너라는 표지판이 있다. 근데 두번째 작은 다리는 드라이버가 신경쓰지 말라고 해서 그냥 건넜다. 200미터가 넘는 천장호 출렁다리도 재밌을 뿐이라 여긴 별로 볼 건 없는 곳이었지만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셔서 좋았다.
뉴질랜드를 여행하기 전에 이건 꼭 해야 겠다고 생각한 게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레킹, 마운트 쿡 트레킹, 프란츠 조셉에서 스카이다이빙이었는데 나는 내가 이렇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저걸 하겠다고 골드코스트 하버타운 노스페이스에서 트레킹 화 사고 방풍방수 자켓에 바지를 사면서도, 아무도 안 시킨 파이히아 뒷산을 오르면서도, 등산하면서 산 속 공기가 시원하고 맑다고 느끼면서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내가 왜 이러지 계속 의심할 정도로 뉴질랜드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와이토모에서는 숙소에 체크인을 한 다음 글로우웜 케이브에서 블랙워터래프팅을 하는데, 보트만 타고 돌아다니는 것, 3시간동안 래프팅하는 것, 좀 익스트림한 거 세 가지가 있는데 보통은 3시간짜리 투어를 많이 한다. 투어 이름은 black labyrinth이다. 저 튜브는 동굴 안에서 강물에 떠다닐 때 쓰는데 저 튜브를 엉덩이에 끼고 폭포 아래를 등져서 뛰어내리는데 생각지도 못한 스릴이었다. 튜브를 안 쓰고 걸어다닐 때는 저렇게 튜브를 옆에 끼우고 이동한다. 생 동굴을 맨손으로 짚어야 하기 때문에 다치지 않게 조심한다.
와이토모 키위버스 숙소, 35뉴질랜드달러.
와이토모 블랙워터 래프팅, 147뉴질랜드달러. 인데 키위버스에서 예약하면 122뉴질랜드달러다.
글로우웜은 동굴 천장에 붙어있는 벌레인데 파란색 빛이 난다. 별 기대 안했는데 밤하늘 별자리처럼 빽빽했다. 투어를 하면서 두명의 가이드가 앞뒤로 한 명씩 붙는데 설명만 해주는 게 아니라 노래도 불러줬다. 마오리족 전설같은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때 들은 노래는 너무 감동적이어서 코끝이 찡해졌다. 천국을 노래로 표현한다면 아마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문제는 이 투어를 하기 전과 한 다음인데, 하기 전에는 웻수트를 입어야 하고 한 다음엔 웻수트를 벗어야 한다. 케언즈에서 다이빙할 때 웻수트를 입어봐서 요령을 아니까 수월했는데 웻수트는 그냥 옷처럼 윗부분을 잡아당기면서 입는 게 아니라, 말단부터 조금씩 당겨야 한다. 이때 손가락 끝을 이용하면 손가락 까지니까 그러지 않고 손 마디를 전부 이용해야 한다. 벗을 때는 업체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파트너끼리 벗겨주는데 이부분이 클라이맥스로 진짜 웃기다.
동굴 안은 깜깜하고, 안그래도 동굴은 추운데 물 위에 떠다녀야 해서 더 춥다. 그래서 투어가 끝나면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베이글하고 토마토 수프로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샤워는 간이샤워실같은 곳에서 하는데, 나는 수영복을 입고 수건 하나 챙겨간 다음 샤워할 때는 수영복을 벗고 옷만 입었다. 케언즈에서 다이빙했던 게 여기서 도움이 됐다.
'뉴질랜드 > 북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 2일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0) | 2019.02.14 |
---|---|
뉴질랜드 북섬의 중심 타우포 - 2시간짜리 통가리로 산 트레킹 (2) | 2019.02.11 |
하루로는 피곤했던 호빗튼과 타마키 마오리족 빌리지 - 뉴질랜드 로토루아 (0) | 2019.02.07 |
파이히아에서 뉴질랜드 최북단 케이프 레잉가로: 혼돈의 키위버스 첫날 (0) | 2019.01.29 |
오클랜드에서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하며 (0) | 2019.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