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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브리즈번, 케언즈, 골드코스트

팜코브에서 수영하기

by 마리Mary 2018. 10. 31.


케언즈에서 대중교통으로 바다수영하는 곳을 갈 수 있는 곳은 트리니티 비치와 팜 코브다. 포트 더글라스는 차가 있어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면 산에서 쿠란다로 가는 스카이레일이 운행중인 걸 볼 수 있다.


케언즈는 선샤인 스테이트인 퀸즐랜드 주에 있긴 하지만 바닷가는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린 날도 더러 있어서 날씨 운이 좋아야 한다. 바닷가엔 전부 바베큐 시설이 있으니 케언즈 시내 콜스나 울월스에서 바베큐 해먹을 걸 사가서 해먹을 수 있다. 물론 해변 앞이 카페 아니면 리조트니 사먹어도 된다. 아주 특별히 비싼 가격은 아니고 항상 그렇듯 평범하게 비싼 호주 외식 가격대가 형성돼있다. 트리니티 비치에서는 해변가에서 꽤 떨어진 케밥 하우스라는 곳에서 케밥을 하나 사먹었는데 케밥이 너무 커서 같이 주문한 칩스는 서빙된 종이 포장지에 도로 싸서 가져와야했다.


케언즈는 내가 처음 만난 호주인 만큼 모든걸 어떻게 해야되는지 잘 몰랐는데 어느 정도까지 몰랐냐면, 심지어 나는 한국에서 내륙지방에 살았으므로, 해변가에 산책가듯 하루 놀러가는 것도 처음이었다. 팜코브나 트리니티나 버스정류장 근처에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집에서 나올 때 수영복을 입고 오는 게 편하다. 선크림, 선글라스, 챙 넓은 모자, 모래사장에 깔고 누울 수건, 해변에 비치돼있는 간이 샤워기로 바닷물을 닦고 물기를 털어낼 수건 정도를 챙겨가면 된다. 음수대도 많이 설치돼있어서 물병도 가져올 필요가 없다. 선크림은 햇볕에 탔을 때 빨개지고 아픈 사람이면 바르는 게 좋은데 한국에서 햇볕에 탄다고 아프지 않은 사람이라도 케언즈 햇빛에는 아플 수도 있다. 선글라스와 모자는 수영하고 누워서 낮잠잘 때 필요하다.



햇빛 쨍쨍한 날에 잘 맞춰 간다면 세상의 모든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팜 코브와 트리니티 비치의 차이점은 팜 코브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해변 바로 앞을 보면 팜코브는 리조트 한 개에 카페 세 개 씩은 있는데 트리니티 비치는 리조트가 많고 식당은 몇 개 없다. 둘 중에는 팜코브에 놀러가는 걸 추천한다. 케언즈 시내에는 악어때문에 바다수영을 할 만한 곳이 없고, 인공 바다인 라군이 있기는 하지만 물이 더러워서 계속해서 수영하기엔 별로다.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그 날 밤에 여기저기 가렵다. 그래서 라군에선 수영을 즐긴다기 보단 라군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게 중요했고, 트리니티 비치는 가봤더니 너무 작기에 수영까지 하지는 않았고, 케언즈를 떠나기 며칠 전 팜코브에 가서 수영을 했다. 호주에 오기 한 달 전, 호주에 수영장이 많다기에 일부러 케언즈 가는 시기를 늦추고 동네 체육관에서 한 달동안 수영을 배웠다. 내가 바닷가에 태어났다면 매년 여름 구조요원 알바를 하진 않았을까라고 상상될 만큼 좋았고 재밌었다. 수영장 물은 특히 동네 체육관이라면 그렇듯이 누구의 어디인지 모를 털이 떠다니고 여러모로 더러웠지만 한 달 동안 매일 가서 한 시간 이상 꼭 수영을 했다. 그 전에는 물에 떠있는 것조차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물놀이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랬다는 게 정말 이상하다.



그러나 이상할 것도 없는건 그 이전까지 수영장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따위에나 신경쓸 만큼 나는 내 몸을 계속해서 평가했고 그랬기에 내 몸이 드러나는 것도 싫었고 민소매에 삼각팬티가 합쳐진 수영복디자인도 싫었다. 수영복은 절대 수영하기에 편하지 않다. 수영복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그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가려면 겨드랑이털도 깎아야 되고 비키니라인털도 깎아야 한다. 그리고 수영장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긴 머리도 감아야 하고 그걸 또 말려야 하는데 그럼 수영장에 가는 건 귀찮아진다. 심지어 여기에 화장할까말까 하는 생각이 들면? 그럼 수영장은 가기 싫어진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말하는 불편한 사람들 생기겠지. 수영복 다른 디자인 엄청 많은데요? 님이 관심없어서 몰랐던 걸 왜 남탓하세요?



이제 이런 얘기는 먼나라 남의 이야기가 됐지만 인생의 많은 시간을 저런 것들에 허비했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저런 이유때문에 수영을 배우지 않았고 그럼으로 인해 그동안 방문했던 멋진 해변가와 계곡에서 더 재밌게 놀지 못했으니 나 자신에 대한 평가와 머리털과 불편한 옷 때문에 잃어온 것이 꽤 많다. 물론 수영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됐을 것들 때문에 긴 시간동안 많은 것들을 지속적으로 잃어왔다. 그동안 어느 누구도 내 얼굴과 몸을 평가하지 않아도 되고, 짧은 머리를 해도 되고, 다른 편한 옷을 사도 된다고 하지 않았다. 그들도 이럴 수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나. 이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든 하지않든 돌아오는 것은 조롱이 섞인, 형태만 다른 귀찮게 살지 말라는 말이다. 아무도 니 몸에 관심 없어. 어디어디에 가는데 화장은 뭐하러 해? 뭐하러 남들 다 입는데 다른 걸 찾아입어?



내 인생에서 가장 크고 생산적이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변화는 이런 것이다. 신경써야 할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세운 다음 그것에 따르며 차후에 알게 되는 대로 몇 가지를 수정해나가는 것. 알고 나면 이렇게 간단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