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 애들레이드는 애들레이드 cbd에서 버스로 삼십분은 넘게 걸리는데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maritime museum에도 갔었고 등대도 올라갔다. 박물관에 가면 등대는 공짜로 올라갈 수 있다. 근데 어차피 등대 입장료는 1달러밖에 안한다. SA홈페이지(southaustralia.com)에서 어트랙션 부분에 있는 One and All이라는 게 뭔지 궁금했었는데, 위 사진의 배에 올라가보는 거였다.
등대는 저 배 옆에 있는 작은 빨간색 등대다. 별로 높지도 않은데 정상뷰가 너무 예쁘다.
초록색 천막에 갈매기들이 잔뜩 앉아있었고, 햇빛을 받은 바다는 진주를 잘개 쪼개 흩뿌려놓은 것처럼 빛났다. 애들레이드에서 다음날 날씨를 보면 흐리거나 비온다고 할 때가 많았는데 막상 다음날 되면 해가 쨍쨍하고 오후에 잠깐 구름만 낄 때가 많았는데 이날도 그랬다. 해가 화창해서 거센 바람도 시원했다. 날 흐릴 때 등대에 오르면 바람때문에 너무 추울 것 같다.
이 등대 바로 옆에서는 일요일에 fishermen's wharf markets가 열린다. 컨테이너 빌딩을 통채 쓰고 2층까지 있어 건물은 크지만 도시가 도시인 만큼 한산한 마켓이다. 책집이 많아서 좋았다. 젬스톤도 예뻤고 빈티지 식기들도 예뻤지만 여기 오기 전에 이미 그 예쁜 하우스박물관을 두개나 갔다온 후라 별 감흥 없었다.
hart's mill에도 갔었는데 그 앞에서 모형 요트 조종 경기같은걸 하고 있었다. hart's mill은 뭐하는 곳인지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모르겠었는데 건물 안내표지판을 보니 퍼블릭한테 빵이나 케이크를 구워주던 곳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다. 하츠밀 앞에는 바다 위에 folklore라는 카페가 있다.
내가 갈매기를 싫어하는 이유: 더러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새는 이상하게 생겼다. 자기 신체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부리가 너무 이상하다. 나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영화로 본 세대인데 이 세대들이 으레 그랬듯 티비로도 보고 만화책으로도 보고 소설책으로도 엄청 많이 봤는데 내가 이런 야생의 새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건 인간에게 불을 갖다줬다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먹은 독수리 때문인 거 같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아니어서 제우스의 독수리가 간을 쪼아먹어도 다음날이면 재생이 돼서 죽을 수가 없으니 그건 끝나지 않는 형벌이었다는 게 개충격적이었다. 지금도 새 부리를 보고있으면 내 눈을 파먹을 수 있을 거 같다. 부리 자체가 뭔가 물렁한 걸 쪼아먹기에 최적화된 부위이기도 해서 나름 현실성이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끝나지 않는 형벌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점에서 변태같다. 바위를 가파른 언덕 정상에 올려야 하는데 그 정상은 가파르니까 당연히 바위가 굴러 떨어지고 평생 끝낼 수 없는 시시포스(시지푸스)의 형벌도 그렇다. 물론 시시포스는 죽기 싫어서 플레이아데스한테 장례치르지 말라고 하고 하데스한테 개구라를 치긴 했지만 내 기억엔 이게 이 형벌의 원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시시포스의 형벌을 생각하면 한 교수님이 떠오르는데 교수님은 이번 학기에 가르쳐서 올려보내면 다음 학기에 또 모르는 애들 올라오고 얘네 가르쳐서 올려보내면 또 모르는 애들 올라온다고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본인 인생의 시시포스의 형벌같다고 했다.
애들레이드 비치는 케언즈처럼 크고 활기찬 분위기는 없었지만 조용한 분위기였다. 애들레이드는 중심부는 말그대로 cbd여서 바쁘고 복잡한데 사람없고 주변이 전부 공원인 노스애들레이드와 바다인 포트애들레이드는 고요했다. 다른 호주 시골도시보다 좋았던 점은 햇빛 아래에 있을 수 있다는 거였다. 브룸이나 다윈에서는 공기 자체가 더우니까 시원한 바닷가여도 그늘에 있어야 했는데 여기는 추워서 햇빛받으며 앉아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에서도 강 바로 옆에 살다가 중심부에 가면 답답하고 어떻게 이런데서 사나 하는 생각을 늘 했는데 사람은 역시 변하지 않는 거다. 아무리 편하고 볼게 많고 사진 찍을 게 많아도 주변에 물이 없으면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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