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가는 계단은 달이 떠오르면서 달빛이 갯벌에 비추다가 말다가 하는 구간이 생겨나면서 계단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 달에 2~3일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현상보다는 그냥 풍경에 가깝지만. 그리고 가기 전에, 꼭 꼭 꼭 모기퇴치제를 바르자. 아니면 모기향을 피우거나. 아니면 모기에게 잔뜩 뜯길 각오라도 하고 가자.
브룸에서 달로 가는 계단을 볼 수 있는 곳은 두 곳이 있는데 타운비치와 맹그로브 호텔이다. 타운비치에서 달로 가는 계단을 보려면 백사장에 앉아있는 게 아니라 선착장처럼 길게 뻗어있는 곳에 가야한다.
타운비치나 맹그로브 호텔까지 가는 길을 구글 맵에서 검색하면 버스가 뜨지 않는데, 브룸에 버스 있다. 이 시골 마을에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모두 똑같고 겪는 불편함도 똑같으며 주민들이 이런 관광객들을 그냥 내버려둘 일은 없으니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어른 요금 4달러, 10번 탈 수 있는 티켓은 30달러 쯤에 판다. 브룸 버스 노선 및 시간은 broomebus.com.au 사이트를 참고한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서 달로 가는 계단을 보고 난 후 집에 오는 노선을 검색하면 운영시간 끝났다고 뜬다. 하지만 달로 가는 계단을 볼 수 있는 동안에는 저녁에 2번 운행한다. 버스 내부에 저녁 버스 시간이 공지되어 있으니 사진을 찍어두면 된다. 그리고 빨갛게 칠해진 버스정류장에 가면 다들 노숙자처럼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단, 타운비치에서 브룸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곳은 broome museum이라 타운비치에서 조금 위로 걸어야 한다. 이건 달을 보는 거고, 갯벌에 달이 비치지 않고 달로 가는 계단이 없어지는 건 달이 저 위까지 떴을 때이기 때문에 완전 한밤중에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어두우니까 버스를 놓치면 안된다.
달 보러갈 때는 조금 더워도 긴팔 긴바지를 입는 게 좋다. 나는 반팔 반바지에 벌레방지약같은 것도 안 바르고 갔는데 다음 날 보니까 모기한테 20방 넘게 물렸다. 그런데 갈 수록 계속 자잘하게 물린 곳들이 발견돼서 이거 무슨 병인가 하고 검색까지 해봤다. 열은 안나는 걸 봐서 병 걸린 건 아니었지만 온몸이 가려워서 밤에 잠을 잘 못 잤다. 모기 가려운 걸 그래도 참는 편인데 너무 긁어댔더니 진물에 피에 좀 심각해져서, 콜스에서 수도크림sudocrem까지 사서 치덕치덕 바르고 반창고도 붙이고 다녔다. 그때 생긴 흉터가 지금도 남아있다. 그땐 정말 감염으로 사망하는 줄 알았다.
달이 너무 밝고 빨개서 태양같았다. 달빛이 태양빛이긴 하지만 이렇게 태양같은 달은 처음 봤다. 동영상도 찍어놨는데 볼수록 예쁘다. 울루루랑 비슷한 느낌이다.
퍼스에 있을 때 룸메이트가 브룸에서 7개월이나 일한 대만인이었다. 그래서 나 다음에 거기 가는데 브룸에서 뭐 하면 좋냐고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staircase to the Moon보려면 맹그로브 호텔에 가라면서 거기가 제일 좋고 로컬들은 거기가서 본다고 했다. 나 거기 안 묵는데 가서 봐도 돼? 했더니 된댄다. 그 말을 믿고 둘째날은 mangrove 호텔에 갔다. 실제로 달로 가는 계단이 없어지고 집으로 돌아갈 때 본 바로는 꽤 많은 사람들이 호텔에 묵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확실히 타운비치보다는 이 호텔에서 보는 걸 추천하는데 달이 뜨기 전 레스토랑의 불을 모두 끄고 디두리주 음악을 잠깐 연주해주기 때문이다. 좋은 때의 좋은 음악은 정말 소중하다.
맹그로브 호텔에 가면 리셉션이 있는데 리셉션 오른쪽엔 레스토랑 입구가 있고, 레스토랑 입구 오른쪽엔 숙소가 있다. 그 숙소의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서 바다쪽에 있는 101호를 찾는다. 101호의 오른쪽에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거기를 통해서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그러면 야외 레스토랑이 보이는데, 끝까지 갈 필요는 없다. 여기서 staircase to the Moon을 보는 명당은 두 자리인데 하나는 레스토랑으로 내려왔던 101호 오른쪽에 있는 계단이다. 하나는 레스토랑의 쇼파자리 사이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 쇼파랑 두번째 쇼파 사이가 잘 보인다. 달 뜨길 기다리는것도 정말 지루한데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있으면 된다. 운 좋으면 별똥별도 볼 수 있다. 별님께 모기에게 덜 뜯기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보자.
달이 점점 떠오르면서 계단은 사라지고 바다에 달이 동그랗게 비치는 걸 볼 수 있다. 이러면 달로 가는 계단 감상은 거의 끝이다. 위 사진들이 너무 초라하다고 해서 실제도 그럴거란 지레짐작은 마시길. 항상 그렇듯 멋진 실물은 사진에 담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초라한 실물이 사진에서는 화려한 반대의 경우는 많지만. 구글에 staircase to the moon만 쳐봐도 훨씬 더 멋진 사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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