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루루 투어 가려고 들렸던 앨리스 스프링스다. 앨리스 스프링스 공항에서 내리고 셔틀버스를 예약하는 곳에 관광 가이드가 몇개 있어서 집어왔다. 나와있는 곳들 중에 몇곳 가려고 나왔는데 고양이를 만났다. 예쁜 정장을 입은 숫코양이다. 고양이도 그늘을 좋아하는 여기는 사막성 기후 앨리스 스프링스, 그리고 시골이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온통 거리에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주변에 서있거나 노래부르며 걸어다니는 애보리진이 대부분이다.
앨리스 스프링스 공항에서 내리면 셔틀버스를 예약하는 곳이 있다.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예약할 필요는 없고 데스크에서 신청하면 된다. 그 셔틀버스 예약 데스크에 관광 팜플렛이 몇개 있어서 지도가 있는 걸로 집어와 가볼 곳이 있나 봤는데 성당이 있대서 가봤다. 예쁜 엽서가 두 장 있어서 가져왔다. 호주 성당은 케언즈 성당 이후로 두번째였는데 성 모니카 성당이 예쁘긴 예쁜 거였다. 여기는 케언즈보다도 작은 시골이긴 하지만 조촐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다.
8월의 앨리스 스프링스는 구름 하나 없고 햇볕은 쨍쨍하다. 그리고 조금 걸으면 목이 마르고 숨이 막힌다.
나는 이거랑 똑같이 생긴거 쿠란다 스카이레일까지 타면서 봤는데 여기엔 그냥 길거리에 있었다. 주변에선 넌 뭔 그런 걸 찍니? 하는 표정으로 날 본다. 이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나무를 보려고 많은 돈을 들여 지구 저편에서 날아온다는 걸 알까?
저 언덕은 edge hill인데 선셋이 예쁘고 앨리스 스프링스 경치가 전부 보인다고 한다. 나도 가고싶었는데 좀 걸으니까 피곤했고 울루루 투어에 필요한 생수 2병을 사느라 짐이 많아져서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산책은 손이 무거워지면 끝나는거다.
그리고 숙소 와 보니까 옆 침대에 이놈이 누워있었다. 룸메한테 물어보니까 여기서 잘 논다고 한다. 3명 방에 룸메는 두명이었는데 귀여워해서 밤에도 재워준다고 했다. 추워서 방에 들어온다고 한다. 착하고 깔끔한 룸메들이었는데 앨리스 스프링스에 오래 있지 못해서 아쉬웠다. 노던 테리토리에서는 다 좋은 기억 뿐이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길고양이를 침대에 뉘인다는 거 부터가 깔끔하지 않은 거긴 한데 방은 깨끗하긴 했다.
그리고 여기서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밤에 정말로 얘가 들어와서 내 침대에 올라왔다. 난 얘를 내 침대에서 재우고 싶지 않았지만 귀엽긴 해서 등하고 머리 좀 쓰다듬어줬는데 고롱고롱대면서 엄청 좋아했다. 옛날에 고양이 키우는 웹툰 볼 때 많이 봤던 고르릉 소리를 직접 듣다니 신기했다. 물론 털은 드러웠고 내 침대에 지 침 튀겼지만. 이제 자려고 들어서 내려보내니까 다른 룸메 침대에 올라가서 잤다. 그리고 새벽 밤중에 문 열어달라고 울어서 다른 룸메가 문 열어주니까 나갔다.
고양이 웹툰 볼 때 털빠짐에 대해 얘기하는 회차가 있었다. 밥에도 털 국에도 털 소파에도 옷에도 모든 곳에 털이라고 할 땐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그거 잠깐 쓰다듬는데 내 코로 세상의 모든 털이 들어오는 느낌에 목구멍이 텁텁해졌다. 심지어 내려간 자리엔 온통 까만 털을 흔적으로 남기고 갔다. 그 부분은 내 몸에 안 닿게 접어두고 베개도 뒤집어서 벴다. 원래도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역시 털달린 동물보다 파충류가 좋다. 내가 포용할 수 있는 포유류는 코끼리와 (돌)고래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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