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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륙

산은 원래 핑크색이야 - 황매산 철쭉제

by 마리Mary 2019. 6. 30.

 

철쭉은 진달래보다 색이 더 진하고 꽃받침 부분이 끈적하다. 무엇보다도 철쭉은 진달래보다 늦게 만개한다. 진달래는 4월 초, 철쭉은 5월. 황매산 철쭉제 홈페이지에서 철쭉 개화 현황을 체크할 수 있다. 5월 초에 다녀왔는데 아마도 그때가 절정이었던 것 같다. 경상남도 합천에 있는 황매산은 한국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 중 하나다. 고려시대부터 자연적으로 생긴 군락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목초지로 이용되어 생명력이 강한 철쭉만 남았다고 하는 글도 있다.

 

 

주차비는 삼천원. 매표소까지 가지 않고 아래에 주차한다면 주차비는 내지 않아도 된다. 걷다보면 셔틀버스 타는 곳이 있다. 셔틀버스는 자주 오는 편이고, 산에서 6시가 넘어서 내려왔을 땐 운영이 끝나있었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조금 더 걸어가면 흰 천막들이 있는 곳이 나오는데 음악(뽕짝)(수와진) 부스하고 노점상들이 있다. 여길 지나치면서부터 철쭉 군락지가 시작된다. 올라가서 왼쪽은 비교적 듬성듬성하고, 봉우리 쪽에 있는 군락지가 넓고 꽃이 빽빽했다. 산에는 하드 파는 곳은 있지만 물을 살 곳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등산로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게 평지에 가까운 곳이지만, 군락지가 정말 넓기 때문에 물은 한 병 씩 가져가는 게 좋다.

 

 

이 봉우리가 1100m의 황매산 정상인데 나무 데크길이 깔려있고 올라가는 길에는 계단도 있어서 올라가기 어렵지 않았다. 전망대에 가려고 했었는데 전망대라고 해서 펜스를 둘러놓지는 않았고 그냥 큰 바위들이 쌓여있다. 여길 지나쳐서 나오는 길은 생각보다 멀어서 해가 지기 전에 돌아내려왔다.

 

 

산은 산인데 초록색보다 분홍색이 더 많았다. 철쭉 꽃 자체가 그렇게 예쁜 꽃이 아님에도 큰 천을 덮어놓은 것처럼 저 멀리부터 내 발 밑까지 분홍색으로 물든 산을 만들 수 있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런데도 산은 참 담담해보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맘때에는 항상 이런 풍경이었다는 듯이. 원래 내 옷은 이런 색이었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