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몬둘끼리에 왔을 때 툭툭기사에게 이 보우스라 폭포에 가고싶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그 툭툭기사가 먼저 코끼리 보러왔냐고 말을 걸었다. 그래서 응 맞아 근데 이 폭포도 가보고 싶어 하니까 와 너 이 폭포를 어떻게 알아? 다들 여기 오면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야. 나 폭포 보겠다는 사람 처음본다! 했다. 아 그래? 이 폭포 예뻐보여서.. 라고 하니까 그럼 내가 내일 데려다줄게 하길래 그러자고 했다.
폭포에 도착하니까 10시였다. 거의 한 시간을 달리는 동안 중간중간 이것저것 얘기해줬는데, 페퍼나무란 건 살면서 처음 봤다. 말레이시아 페퍼트리가 캄보디아 거 보다 크다고 했는데 내가 볼 땐 별 차이 없었다. 그리고 아보카도나무! 이것도 정말 실물로는 처음이다.
툭툭기사가 말하길 여기 폭포에는 외국인도 없고 유로피안도 없고, 그저 코끼리 코끼리라고. 내가 이 폭포를 보러 온 게 그렇게도 신기했나? 확실히 폭포에 가 보니 식당이랄 것도 없고 현지인들이 피크닉하러 많이 오는 것 같았다. 30분 정도 다리담그고 쉬었는데, 오토바이 타고 온 웨스턴 커플이 하루종일 본 서양인 전부였을 정도로 서양인을 안 본 날이 처음이었다. 그 점에서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시원하고 상쾌한 폭포였다. 이 폭포가 폭포 바로 앞에 저런 넓은 땅이 솟아있는 게 신기해서 보러 간 거였는데 막상 돌은 너무 미끄러워서 오래 안 있었고, 저 폭포 주변이 산책로처럼 넓은 평지라서, 산책하기 좋았던 것 같다.
평지 말고도 폭포까지 가는 곳까지 이런 노점상들이 있는데 딱히 뭘 파는 것 같지도 않은데 꽤 많다. 그 점이 신기했다. 직업.. 인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장사를 한다는 느낌이 안들었지만.
폭포에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툭툭을 다시 타러 올라갔는데, 툭툭기사가 다른 워터폴 갈래? 했다. 이때쯤에는 배고프길래 배고파서 점심 먹게~ 하니까 여기는 별로고, 커피플렌테이션 갈래? 하길래 그래 그러자 했다. 볼라벤 고원이 생각나는 루트였다. 폭포보고 커피마시기. 식당같은 데에 내려주고 한 시간 뒤에 온다고 했는데, 식당에 호수 위에 있었다. 호수 뒤에는 작은 나무들이 빼곡하고 그 뒤로는 커피나무들. 뷰가 너무 좋았다. 어딘진 지금도 모르지만. 사람도 중국인 같은 단체손님밖에 없었는데 너무 조용해서 거의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이랑 밥 먹고, 연유커피를 마셨다. 연유커피는 라오스에서 먹었던 건 그냥 저냥 그랬는데, 베트남하고 캄보디아의 연유커피는 정말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마시면 정말이지 저절로 표정이 ^______^
밥을 먹고 다른 곳에도 데려다줬는데, 여기가 정말 최고였다. 하늘은 파랗고 저 멀리 나무들도 빽빽하고 중간을 가로지르는 붉은 땅과 낮은 집들. 그리고 중간에 호수인지 뭔지 물도 있고. 정말 맘에 들었는데 어딘지를 모르겠다. mondulkiri viewpoint라고 치면 구글맵에 나오는 곳이 있긴 한데 여긴지 확실하지가 않다. 뭔가 사진이 다른 것 같아서. 몇 년이나 지났으니 이곳도 바뀌었나? 근데 맞지않을까 싶기도 하고..? 왜냐하면 몬둘끼리는 정말 작은 곳이라 몬둘끼리에서 전망대를 간다고 했을 때 이곳말고 또다른 전망대가 있을거라고는 잘 생각이 안 되니까.
그래서, 몬둘끼리는 코끼리와 전망대로 기억되었다. 이제 프놈펜으로 향하는데 몬둘끼리에 왔을 때와 같이 북미버스에서 버스를 예약하고(버스가 아니라 승합차!) 짐을 싸는데 하.. 정말 속이 너무 안 좋았다. 뭔가 체한느낌. 지금같으면 뭔가 프론트에 전화라도 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정신이 혼미해서 그럴 생각도 못 했던 것 같다. 어쨌든 거의 그렇게 밤을 못 자고 프놈펜으로 향했다. 이어폰 있음 확인, 보조배터리 확인, 폰 배터리 확인, 플레이리스트 다운받은 것 확인. 만반의 준비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나는 정말 생각도 못한 광경과 마주쳤다. 다음날 프놈펜으로 향하는 6시간 동안의 격렬한 드라이빙을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우선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두 가지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한국의 태권도 차량이었다. 처음에 도로에서 노란 색 차를 봤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차에 붙여진 글자가 너무나 익숙한 글자였던 것이다. 내 모국어인 한국어였다. 어라. 저게뭐야? 한국어로 써있는 글자는 더 황당했다. 태권도...? 아무리 봐도 한국의 태권도 학원 차량이었다. 정차하면 펼쳐지는 차 옆의 주의표시 빨간색 표지까지 그건 북극에서 봐도 한국의 태권도 학원 차였다. 더 놀라운 사실. 그런 차를 몇개를 봤다. 세다 포기했기 때문에 열개가 넘었다. 태권도 학원이며 피아노 학원까지 캄보디아는 한국 학원 차량의 수입국이었던 걸 나는 전혀 몰랐다. 돈을 버는 방법은 정말이지 다양하구나... 아 나는 학원 차량을... 여기서...? 정말 믿기 좀 힘들어서 눈앞의 확실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중고자전거를 수출하는 건 알았는데... 뭔가... 진짜 황당했던 게 그냥 무슨 평범한 차도 아니고 학원차... 그 샛노란 차가...
그리고 두번째. 중앙선을 넘나드는 아찔한 드라이빙 스킬. 물론 한국에서도 시골길엔 앞 차가 영 아니면 반대차선을 보고 중앙선을 좀 넘는 그런 경우도 있지만 반대차선에 차가 정말 바로 앞에 있는데도 그냥 무슨 칼치기하듯이 중앙선을 넘어서 추월을 한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나는 슬며시 이어폰을 빼고 현실감 넘치는 서라운딩 스트릿 사운드를 즐기며 눈앞의 포디보다 현실적인 익스트림 드라이빙을 체험했다. 이건 확실히 돈주고도 못하는 경험일지도.. 돈주고 하고 있지만..
그렇게 프놈펜에 도착했다. 정신은 혼미하고 배는 아프고, 배가 너무 아파서 머리까지 아픈 지경이었다. 그런데 예약한 호스텔이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이었다. 아... 뭔가 가방을 짊어지고 가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중간의 식당에서 아무거나 시키고 좀 머리를 식혔다. 그러다가 아...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한국에 왔다. 동남아 여행기 끝!
한국에 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 방금까지 더워 죽을 것 같은 곳에 있었는데 황당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한국에 와서 며칠동안 감기로 고생했다. 이러고 얼마 안가 코로나가 터진다. 그것도 이젠 정말 옛날이군 싶지만. 요즘은 다시 여행 많이 가는 듯 하지만 나는 아직이다. 돈도 없고.. 돈 있어도 시간이 없고.. 돈과 시간의 굴레에 빠져있다. 아무튼.. 이 동남아 여행의 교훈: 여행을 갑작스럽게 끝내고 싶지 않다면 상비약을 꼭 챙겨다니자. 감기약 두통약 소화제 이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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