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축제는 보통 7월에 시작해서 8월 초중순에 끝이난다. 그 이후 8월엔 축제가 없고 그 다음엔 코스모스나 핑크뮬리, 갈대나 억새로 넘어가고 12~1월에 동백꽃으로 잠깐 북적이다가 다시 매화-벚꽃-유채-장미 정도로 한국의 꽃축제 1년 사이클은 돌아간다. 함안 해바라기축제도 18년에는 7월 말에 시작해서 8월 초에 끝났었는데 올해 함안 해바라기축제는 8월 30일에 시작해서 9월 15일에 끝난다. 작년보다 덥지 않아서 그 이유이려나. 입장료는 2000원, 입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해바라기가 백만송이 있다고는 하지만, 부지는 다른 꽃축제들보다 넓지 않고 작은 편이다. 해바라기 1단지, 2단지, 3단지까지 있지만 1단지 말고는 꽃이 많이 피지도 않았고 작고 키가 낮아서, 2단지 입구쪽의 평상에 앉는 것 말고는 볼 게 별로 없다. 대신 그게 아쉽지 않을 만큼 1단지가 넓고 꽃이 제일 많다. 또, 해바라기라는 꽃 자체가 크고 화려하다보니 면적이 넓지 않고 듬성듬성 심어놨다해도 꽃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1단지에 들어서면 바로 해바라기 밭으로 건너가서 한바퀴 돌고 포장길로 내려오는 게 좋은데 해바라기란 360도로 즐길 수 없이 앞모습을 보는 꽃이라서 그렇다.
주차장에서부터 들려오는 쿵쿵대는 뽕짝비트와 각설이 품바품바 비트..리듬..소울..나타나네.. 하지만 해바라기밭으로 올라오니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뽕짝부스가 두 개나 있다는 것 치고는 관광객을 배려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은 양산(같은 우산)을 대여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양산이 노란색이었다는 점은 사진이 중요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양산이 사진에 잡혀도 노란색이라서 사진 분위기를 망쳐놓거나 하지 않는다. 또 해바라기 종류도 세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위 사진의 한 나무에 여러송이가 열리는 것도 개량종이고, 아래 사진에 있는 주황색 자잘한 잎이 빼곡한 종도 테디베어라는 종의 변형이다.
오후 1시쯤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 자리가 많이 남아있었고, 축제 첫날치고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고 생각했는데 4시 쯤에 축제장을 벗어나는데 이제서야 들어오는 차들이 엄청나게 밀려있었다. 이날 날씨는 정말 더웠다. 8월 30일이 이렇게 덥다면 지난 1달간 여기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가 생각이 저절로 드는 그런 날씨였다. 기온은 높고 햇빛까지 너무 쨍쨍해서, 모자를 썼지만 얼굴은 달아오르고 팔은 타오르는 것 같은 그런 더위였다. 그렇다보니 해가 조금 지고 난 후에 축제장에 가자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인 것 같았다.
튤립축제에서 꽃은 역시 커야 더 예쁘고 감상할 맛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튤립보다도 해바라기는 훨씬 크니까 꽃구경하는 기분이 난다. 나비들도 그렇게 느끼나? 함평 나비축제에서도 갇혀있는 것밖에 못 본 호랑나비를 두 마리나 보고 호박벌같이 생긴 까맣고 큰 벌도 많이 봤다. 꿀따는데 온정신이 팔렸는지 꽃이 크니까 딸 꽃가루가 많은지 나비랑 벌들은 한참을 꽃에 앉아있는데다가 해바라기는 꽃이 크고 넓어서 그 나비, 벌 몸에 붙은 꽃가루들까지도 구경하기 좋았다.
강주 해바라기 축제장에서 차로 20분정도 거리에 함포냉면이라는 냉면집이 있다. 다리 옆에 있는 작은 곳이지만 웨이팅하는 의자가 많이 놓여있었고 2층은 카페가 있었다. 주차할 자리도 있고, 4월부터 9월까지만 영업하며 주중엔 오후 3시까지, 주말 및 공휴일엔 오후 7시까지만 영업한다. 추석연휴는 쉰다. 육전냉면을 파는 곳으로 고명이 이것저것 올라가고 가격은 물냉비냉 구천원. 비냉을 시키면 온육수를 준다.
여름은 싫지만 냉면은 좋다. 혹은 여름이 싫은만큼 냉면이 좋다. 가게 냉방이 잘 된다면 비냉, 냉방이 시원찮다면 물냉. 집주변에 냉면집도 없고 어쩌다 먹는 음식이라면 그대로 먹지만 자주 먹는다면 국물에 겨자, 면에 식초 섞고 힘들게 비벼서 한입 넣어 씹고있으면 여름도 어쨌건 사람 사는 날씨가 될지도 모른다. 날이 더워지면 올해의 첫 냉면과 마지막 냉면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최근엔 날이 선선해져서 언제언제 어디서 먹은 그 냉면이 마지막이었구나 생각했는데, 이날 함안은 기절할만큼 더웠으니 딱 좋은 날이었다.
냉면에 만오천원짜리 육전도 같이 먹었는데 놋그릇이나 테이블에 겨자와 식초가 세팅조차 되어있지 않은 점이 너무 맘에 들었고 맛도 좋았다. 보통 한국축제를 가면 주변 인프라가 아무것도 없어서 축제장에서 막걸리 파전같이 기억에 남지 않는 식사를 할 때가 많은데 이런 것 까지 고려하면 갈 만한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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