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유럽이라고 불리고, 로컬은 멜버니안이라고 불리는 이곳 멜버른은 예쁜 성당도 있고 유럽식 건물과 현대 건물들의 조화가 좋은 곳이지만 타즈매니아로 가기 전 마지막 호주였다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긴 어려웠다. 성당은 도시마다 가봤고 유럽식 건물은 호주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밤마다 7달러짜리 스파클링 와인에 브리치즈와 사과에 꿀발라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만 어쨌건 남들 봤다는 건 보러 갔다. 플린더스 역은 멜번의 랜드마크인데 입구에 시계 9개가 있고, 초록색의 쿠퍼 돔이 얹허져 있는, 밤에는 노란 역이다. 낮에 가면 옅은 황토색이다. 확실히 밤에 보는 게 예쁠 것 같았지만 밤에 카메라를 이고 찾아가 찍을 정도의 열정은 없었다.
플린더스 역 바로 대각선에 st. paul's cathedral 이 있는데 스테인드 글라스는 평범하고 그 아래에 그려진 그림이 괜찮았다. 정확하게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 배경의 황금색이 예뻤다. 벽은 납작한데 스테인드 글라스에 통과되는 빛이 그림에 비치면서 황금색으로 자잘하게 빛나는데 이건 좀 볼만했다.
성당을 지나쳐서 위쪽으로 걸으면 타운홀하고 city of melbourne collection이 나오는데 바로 앞이 트램 역이다. 위 사진은 멜버른에 있는 3개를 다 보여주고 있다. 중심엔 유럽풍 건축물에 뒤로는 높은 현대 건축물들, 그리고 트램. 트램 중에서도 트레인처럼 따로 도로가 있는 게 아니라 버스랑 같은 도로를 쓰고 위에 줄을 매달고 다니는 트램을 도시미관에 더러워져서 진짜 싫어하는데 멜버른의 상징 중 하나가 이런 트램이다. 멜버른에는 무료 트램존이 있는데 플린더스 역하고 빅토리아 마켓까지 커버한다. 그리고 트램 역에 이곳은 무료 트램존이라고 써있어서 헷갈릴 일은 없다.
멜버른의 여름엔 빅토리아 마켓에서 나잇 마켓이 열린다. 매 수요일마다 열리는데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마켓이다. 맥주도 팔고 와인도 팔고 디저트를 비롯한 음식도 판다. 자리는 엄청 부족한데 메인 마켓에서 오른쪽에도 마켓이 있다. 이쪽은 사람들이 훨씬 적어서 메인 마켓에서 먹을 걸 사서 오른쪽에 딸린 마켓에서 자리를 잡고 앉는게 좋다. 사진은 simply spanish 부스에서 산 모로칸 비프인데 모로칸 스파이스에 양념된 비프하고 짭쪼름한 쿠스쿠스, 칙피에 토마토, 말린 서양대추에 그린샐러드와 민트 요거트를 곁들인 요리다. 여행가면 그나라 요리를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호주에서 유명한 스페인 요리 동남아 요리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원래부터가 호주요리라고 해봤자 피쉬앤칩스 아니면 소고기밖에 없는데다가 마켓에 생각보다 먹을 게 없어서 골랐다. 근데 멜버른에서 먹은 요리중에 제일 맛있었다. 가격은 15달러.
코코넛하고 먹을 디저트로 마카롱을 골랐는데 엄청 크다. 손가락 세 네 마디 정도 크기인데 맛은 그닥 없었다. 로즈, 크렘브륄레, 터키쉬 딜라이트하고 패션후르츠, 하나는 기억 안나는 맛 골랐는데 패션 후르츠 맛은 그나마 먹을 만 했다. 크림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꼬끄가 텅텅 비어있고 겉면이 너무 단단한데다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거의 안 났다. 호주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은 울월스 마카롱이다. 맛이 한정적이고 크기가 작은 것이 단점이지만 꼬끄가 사는 것 마다 꽉 차있어서 쫀득쫀득하고 고소하다.
멜버른에서 타즈매니아로 넘어가면서 호주 여행은 끝나는데 스피릿 오브 타즈매니아로 이동했다. 호주 내에서 이동을 거의 비행기로 하다보니 비행기가 질려서 선택한건데 호주 여행 중간에 다녀온 뉴질랜드에서 배를 꽤 탔다. 그래서 타기 전에 약간 후회했는데 타즈매니아 데본포트에 도착해서는 많이 후회했다. 우선 대중교통으로 멜버른 중심부에서 스피릿 오브 타즈매니아 타는 곳까지 가는 게 좀 귀찮다. 문제점은 트램은 현금이 안된다. 근데 나는 교통카드를 안 샀다. 왜냐하면 무료트램존까지 있는 멜번에서 교통카드를 또 사기가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호주 교통카드를 네 개 가지고 있다는 게 스트레스여서 절대 또 교통카드를 사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트램 말고 캐시페이가 되는 버스를 타야했는데 현금으로 얼만지가 안나와있고 미키카드 요금만 나와있었다. 이게 교통카드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의 문제점이고, 택시를 타는 것도 유쾌한 경험은 아닌 것이, 선착장이 있는 포트 멜번의 도로는 페리를 위해 디자인돼있지 않아서 도로사정이 무지 안좋아 선착장 근처가 엄청나게 밀린다. 게다가 그건 스피릿 오브 타즈매니아만 쓰는 게 아니라 옆에 로컬 페리도 하나 있어서 더 밀린다. 이게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하고 체킹인이 45분전에 닫힌다는데 체크인 프론트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9시인 이유다.
스피릿 오브 타즈매니아는 그냥 좌석을 예매할 수도 있고 침대가 있는 방을 예약할 수도 있는데 나는 방을 골랐다. 출발이 아침 9시 반이고 도착이 저녁 7시 반인데 그때까지 의자에 앉아있는 건 좀 많이 괴롭다. 체크인을 하면 티켓을 주는데 그게 방 키 겸용이다. 그 다음은 백드롭을 하는데 이게 엄청 허술하다. 백팩 안에 먹을 거 든 비닐봉지가 있었고 그 안에 칼 있었는데 그쪽까지 확인을 안 한다. 술 있냐고 물어보기만 하고 가방을 열어보지는 않는다. 타즈매니아에 갖고가면 안되는 품목들이 꽤 있었는데 신경은 안 쓰는 것 같다.
스피릿 오브 타즈매니아, 멜번에서 타즈매니아까지 4인실, 270호주달러.
전날 잠도 거의 안잤고 배를 놓칠까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침으로 배에 딸린 편의점에서 파이 두 개 먹고 음수대에서 물 한잔 마시고 5시까지 잤다. 침대는 뭐 나름 편했다. 2층 침대는 올라가는 계단을 직접 침대에 걸어야 하는데 나는 1층 침대여서 신경안썼다. 4인실을 쓸 때 a하고 c침대가 2층이고 b, d침대가 1층이다. 일어나서 편의점에서 연어 샐러드에 어제 마시다 남은 음료수병에 마시다 남은 와인 섞은거 마시고 돌아다니다가 폰 충전하면서 데본 포트에 도착하면 집까지 어떻게 가나 검색해봤는데. 우선 가야하는 곳은 데본포트 시내고 스피릿 오브 타즈매니아 선착장하고 정 반대에 있다. 정 반대에 있지만 선착장이니까 당연히 다리는 없고 저 아래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스피릿 오브 타즈매니아 선착장에서 출발해서 데본포트 시내를 거쳐서 호바트로 가는 버스가 있다. 근데 그건 아침에 한다. 그럼 대중교통 버스를 타볼까? 근데 그것도 저녁이라 끝나있다. 그래서 택시를 불러야 했다. 구글에 데본포트 택시 검색해서 부른다. 가격은 20달러 약간 안된다.
뭐 여기까지는 여행 도중 흔하게 일어나는 일(=후회)이었는데. 데본포트에 며칠 묵었던 나는 더 더 더 큰 후회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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