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운틴은 유칼립투스의 오일과 먼지입자와 수증기와 햇빛이 만나 푸른 빛이 반사되어 산 전체가 푸르게 보여서 블루 마운틴이다. 그러니 햇빛이 좋은 날에 가야 하고 비오는 날에 블루마운틴을 보러간 글은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만큼 가는 사람이 없거나 실망해서 글도 올리지 않았거나 둘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오는 날 블루마운틴’으로 구글링을 한 이유는 블루마운틴에 처음 가려고 했던 날의 전날 저녁 일기예보를 봤더니 비 90%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예약했던 시닉월드 무제한 패스도 메일을 보내 당일 아침에 다음날로 미룬 것은 당일 아침에 본 일기예보가 비 100%였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본 블루마운틴엔 별 감흥이 없었는데도 호주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린다기에 일기예보까지 체크해가며 방문했다. 킹스캐니언이 아니라 블루마운틴이라니 생각하면서. 블루마운틴은 great dividing range 산맥의 일부로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100키로정도 떨어진 곳에서 남북으로 뻗은 산악지대다. 산지는 중생대 수평 사암층으로 이루어져있다. 처음 블루마운틴에 갈 계획을 세울 때엔 투어를 알아봤는데 투어로 가면 페더데일 동물원에 들린다. 또 동물원에 갈 생각이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다.
블루마운틴에 가려면 트레인을 이용한다. 센트럴 역에 가서 오팔카드를 20달러정도 충분히 충전한다. 트레인 플랫폼 넘버를 확인하고 (내가 갔을 때에는 플랫폼 6) 오팔카드를 찍고 들어가 한시간에 한 번 있는 트레인을 기다린다. 트레인은 미리 와서 정차해 있으니 미리 타고 있어도 된다. 불안하면 기관사나 직원에게 이거 블루마운틴 가는 트레인이냐고 물어본다. 내려야하는 역의 이름은 katoomba다. 여기까지 가는 데 약 6달러의 교통비가 들고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툼바 역에서 에코포인트까지 가려면 옆에 찻길이 난 도로를 걸어야 하는데 그 도로를 걷고싶지 않다면 hop on hop off 버스 티켓을 사거나 그냥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에코포인트에 도착해서 산도 타고 시닉월드의 어트랙션도 타는 데에 5시간이면 충분하다.
에코포인트에서 관광을 시작한다면 에코포인트에서 산을 보고 섰을 때 왼쪽의 길로 들어가 세 봉우리를 더 가까이서 보고 돌아나온 다음, 에코포인트에서 산을 보고 섰을 때 오른쪽의 길로 들어가 세 봉우리를 더 감상한 다음 계속계속 걸어 카툼바 폭포를 보고 시닉 월드에 도착해 스카이웨이와 시닉웨이, 케이블웨이를 탄 다음 시닉 월드 수증기가 나오는 시계탑의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카툼바 역으로 돌아와 시드니 센트럴 역에 도착할 수 있다.
시닉 월드에 가서 팔찌티켓을 받으면 루트를 추천해주는데, 나는 3가지를 제한없이 탈수 있는 티켓이어서 스카이웨이를 타고 반대편에 갔다가 바로 돌아오고, 시닉웨이를 타고 내려가 유칼립투스 숲속을 산책한 다음 케이블웨이를 타고 위로 올라오는 걸 추천받았다. 스카이웨이는 시닉월드에서 먼저 타고 돌아오는 걸 추천하는데 시닉월드에서 스카이웨이를 기다리는 줄이 정말 길어서 한 번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시닉월드 반대편의 줄은 길지 않아서 바로 시닉월드에 돌아올 수 있다.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도 일단 탄 다음 시닉 월드에 내려서 값을 지불할 수도 있다.
세 개 다 타본 입장에서 뭔갈 타고 싶다면 스카이웨이나 시닉웨이만 타는 걸 추천한다. 가격이 있으니 정 그렇다면 아무것도 안 타도 좋다. 세 개 전부 상당히 짧고 사람도 너무 많아서 재미도 별로 없다. 스카이웨이는 기구 가운데가 투명한 바닥이라 그 아래로 산을 내려다보는 게 재밌고, 시닉웨이는 어린이용 롤러코스터 느낌으로 석탄을 나르던 걸 놀이기구로 개조한 걸로 의자 각도를 가파르게 조절할 수 있고, 다음 기차를 기다려서 가장 재밌는 자리인 맨 앞에 앉을 수도 있다.
스카이웨이는 시닉 월드에서 그 반대편으로 갈 때는 가장자리에서 블루마운틴 쪽을 보고 서서 바깥 구경을 한 다음, 반대편에서 시닉 월드로 돌아올 때 가운데 투명한 바닥에서 아래 구경 좀 하다가 가장자리에서 카툼바 폭포를 구경하는 걸 추천한다. 시닉웨이는 의자에 앉으면 끝에 의자 경사를 조절하는 버튼이 있다. 나는 가장 가파르게 조정했는데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으니 laidback을 하면 재미없을 것 같다.
가격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처음 블루마운틴에 가려고 했을 때에는 교통비 할인때문에 모든 요금이 2.5달러 정도가 되는 일요일에 가거나 주중 피크시간대를 피해 타려고 했는데 블루마운틴에 가는 것만 2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피크시간대를 피하려면 12시 전에 일찍 도착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절대 가면 안된다. 나는 평일에 갔는데도 도시가 도시인지라 관광객이 엄청 많았다. 에코포인트에도 바글바글하고 시닉월드에도 바글바글하다. 절대 일요일에는 가지 말길 바란다. 오팔카드를 주중에 8번 이상 쓰면 금토에는 무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사람들 적어지는 화수에 가야된다. 그래야 그나마 쾌적할 수 있다.
시드니에는 9월 말에 갔었다. 반팔에 긴바지를 입고갔고 배낭에는 긴팔옷 하나와 반 쯤 마신 1.5리터 물병하고 먹을 걸 싸갔다. 에코포인트에 12시 반에 도착해서 토스트 하나를 까먹고 4시 반 쯤에 집에 돌아오는 트레인에서 나머지 싸온 걸 먹었다.
그렇게 블루마운틴에 가긴 했는데, 멀리 있는 산은 원래 파랗게 보이는 거고, 신경써서 햇빛 좋은 날에 갔는데도 이게 왜 푸른 색인지 전혀 모르겠다. 사진 보정할 때 밝기하고 색감 조정하면서 산에서 푸른 색이 튀어나오는 걸 보고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육안으로 보기는 그렇게 쉽지 않은가보다. 또 아쉬웠던 점은 가장 멋있는 트랙일 세 봉으로 가는 three sisters walk, great stair way, honey moon bridge코스가 공사를 한다고 닫혀있었던 것이다.
산을 탄 건 킹스캐니언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블루마운틴은 킹스캐니언보다 훨씬 관광지고 펜스도 쳐놨다. 블루마운틴이 호주의 그랜드캐니언이라지만 그랜드캐니언은 자연보호한다고 펜스나 철봉도 없는데 여긴 펜스도 꽤 놔뒀다. 무엇보다 블루마운틴은 가파른 산악지대가 아니다. 그래도 트랙킹 코스가 있으니 놀이기구만도 못한 애들 장난감 차 타는 것보다는 카툼바 역에서 나오면 바로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나 에코포인트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트랙킹 지도를 사서 트랙킹을 해도 좋다. 좋은 게 아니라 훨씬 나을 것이다.
신경 거슬렸던 점은 세 자매 봉이라는 이름인데 세 자매가 무슨 남왕인지 마왕인지한테 쫓겨서 세 자매의 아빠가 돌로 만들었는데 마법지팡이를 잃어버렸나 아빠가 죽었나 해서 돌에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는 (대개 관광지의 소위 전설이란 것들이 그렇듯) 어이가 없는 소설을 써놨다. 예전에 한국에서 자전거 국토종주를 끝내고 목포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삼학도에 갔었는데 여기는 무슨 소설때문에 삼학도라는 이름이 됐냐면 뭔놈의 선비를 여자 세명이서 기다리다가 안와서 그 셋이 학이 됐다는 소설 때문이다. 여자 세명이서(꼭 세명이어야 된다. 두명은 안되고 한명이거나 세명이어야 된다.) 죽거나 어쨌거나 해서 뭔가로 변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건 어느 나라 어디를 가도 똑같다. 도대체 이딴 망상을 왜 써제끼고 자연물에 저딴 이름을 쳐 붙여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산은 어쨌건 예뻤다. 완만하고 부드럽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게 뒷산 등반하는 느낌이었다. 세 봉우리는 시닉 월드로 향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보인다. 나중에는 반가운 지경이다.
트랙킹 길을 걷다보면 스카이웨이 타는 곳이 나오는데 여길 지나쳐서 쭉 걸으면 카툼바 폭포가 나온다.
이 새는 cockatoos라는 새인데 왜 여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잔뜩 널부려져 있고 가족단위로 온 관광객들이 놀고 있었다.
카툼바 폭포는 높이가 244미터쯤 되는 폭포인데 물은 콸콸 흐르지 않고 졸졸졸 시냇물처럼 흐르는 폭포였다. 그래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생각하고 가면 나처럼 실망한다.
대신 스카이웨이를 타고 보는 카툼바 폭포는 꽤 멋지다.
다시 봐도 이게 블루 마운틴인지 뭔지 모르겠다. 어딜 봐서 이게 블루야.
시닉웨이에서 내리면 길을 걷는 산책로가 나온다. 10분도 안 걸리는 코스,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 1시간 코스가 있고 트랙은 케이블웨이를 타는 곳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공기는 맑고 깨끗했고 나무가 얼마나 크고 빽빽한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서 여기서는 가져간 긴팔 옷을 입어야 했다.
케이블웨이는 시닉월드로 돌아가는 방향을 정방향으로 뒀을 때 앞에 타면 세 봉우리를 잘 볼수 있고 뒤에 타면 블루마운틴의 넓은 경치를 잘 볼 수 있다.
난 여전히 니가 왜 블루인지 모르겠어.
시닉월드를 나오면 이런 시계탑이 있는데 이 시계탑하고 시닉월드 사이 도로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카툼바 역에 돌아온다.
오랜만에 잔뜩 걸어서 좋았지만 unblue mountain이었고 관광객은 너무나도 많았다. 정말 많았다.
다음날엔 하이드파크나 로열 보타닉 가든을 따라 오페라 하우스 옆 잔디밭에서 누워 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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