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니겠을까. 시드니 타워 아이에 갔을 때에도 구름이 또 잔뜩 꼈었다.
여기에 간다고 하면 오페라 하우스를 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천문대에 가도 타워 아이에 가도 오페라 하우스는 잘 안 보인다.
시드니 타워는 짓는데 6년이 걸린 300미터 높이의 건축물이다. 하버 브릿지보다 두배 높고 오페라 하우스보다 4배 더 높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1,504개의 계단을 날아간다. 타워 밖 길을 따라 전망대 지붕을 오를 수도 있다. 시드니 타워 건물에 들어가면 바로 타워에 가는 게 아니라 몇 분 짜리 쓸데없는 3D 동영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서야하고, 그걸 본 다음에서야 타워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로 가기 전에 소지품 엑스레이를 통과하고 절대 사지 않을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안 살거라 찍지 않는다고 하면 시간만 지체되니 쿨하게 몇 방 찍혀주는 게 현명한 일이다. 이렇게 이것저것 지나야 할 관문이 많으니, 해가 지는 걸 사드니 타워 아이에서 보고 싶으면 원하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가야 한다. 구름이 꼈다거나 비가 온다거나 해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 간다면 사람이 적을 것이므로 언제 가도 상관없다. 타워 아이 말고 다른 곳에서 시드니 경치를 구경하고 싶다면, 시드니 천문대는 좋은 선택지다.
이런 70년대스런 다리를 지나고 언덕길을 오르면 시드니 천문대가 나온다. 천문대 전시관 관람은 무료고, 별을 관측하는 밤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나는 예약했는데 못 갔다. 그 날은 블루마운틴을 갔다오는 날이었는데 폰 배터리는 꺼지고 보조배터리는 없고 블루마운틴 갈때 탔던 플랫폼과 블루마운틴을 갔다 와서 내린 플랫폼은 넘버가 달랐고 난 다른 플랫폼에서 집에 가는 길은 몰랐다. 오팔 카드를 충전하려다가 카드 잔고가 바닥난 것까지 안 나는, 아침에 블루마운틴에 가는 트레인을 타려고 역에 가다가 본 광고판을 발견하고 마치 고행의 순례길 끝에 절대자를 만난 수행자마냥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이렇게 집에 가는 플랫폼 출구를 찾아 집에는 무사히 잘 도착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정말 꼼짝없이 노숙해야 하는 줄 알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기 때문에 별 따위을 보러 갈 수 없었다. 어딘지도 모르고 새까맣고 똑같은 밤거리를 이리 걸었다 저리 걸었다 하는데 하필이면 또 금요일 밤이었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로 헤메고 있자니 이런 내 처지가 노숙자 아니면 도대체 뭔가 싶었다. 이런 아픈 추억을 갖고 천문대에 갔다. 투어 날짜를 바꿀 수도 있었을 텐데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할 일정이어서 그것조차 못 했다. 천문대 박물관은 정말 작고 딱히 볼것도 없다. 다만 박물관 2층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예쁘다. 기억나는 게 있다면 예전 시드니와 지금 시드니를 비교해놓은 모니터와 별 사진전이었다.
천문대에는 노란색 공이 달린 막대가 있는데 시간을 알려주는 공이었다. 어느 나라에 있든간에 천문대라는 게 그렇듯 원래의 목적은 정확한 시간을 계산하는 거였고 1858년에 천문대가 지어지기 전 호주 시드니엔 정확한 시간 기준이 없었다. 이 노란색 공은 맨 꼭대기에 있다가 매일 오후 1시가 되면 바닥에 떨어진다. 지금도.
시드니 타워 아이에서는 시드니 전체를 볼 수 있고, 천문대에서는 오페라 하우스가 아주 조금 꽁무늬만 보이고 하버브릿지부터 달링하버까지 볼 수 있다. 시드니하면 오페라하우스 인 줄 알았는데, 하버 브릿지부터 달링하버까지의 경치가 정말 좋다. 넓은 잔디밭에 누워있으면 오페라 하우스가 없는 하버 브릿지도 사실은 예쁘단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하버브릿지를 보기 전엔 오페라 하우스하고 같이 보는 게 제일 낫고 하버브릿지가 오페라 하우스 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굉장히 화창했다. 그런데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쯤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니 천둥이 쳤다. 하필이면 그날은 시드니 야간 디너 크루즈를 예약한 날이었는데. 아,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사춘기 남자애같은 시드니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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