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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시드니, 멜번, 캔버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보는 크루즈타기

by 마리Mary 2018. 11. 24.

오페라 하우스 크루즈를 탄 건 두 번 모두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보고 난 이후였다. 그 오케스트라 공연의 기억때문에 배를 타고 보는 오페라 하우스는 더 예뻤다. 문제는 날씨였다. 

 
시드니 1.5시간짜리 낮 크루즈, 30.5호주달러.
시드니 뷔페포함 디너 크루즈, 71.16호주달러. 일주일 전에 예약해서 반값이다.
 
 시드니는 어떻게 내가 갈 때마다 흐리고 비가 오는 것인가. 케언즈에 가기 전 시드니를 경유하면서 은행에서 카드를 받아올 때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시드니에 며칠 있으면서 낮 크루즈 탄 날을 포함해서 하늘을 구름이 전부 덮었고 심지어 디너크루즈 타기 전엔 비내리고 천둥쳤고 처음 블루마운틴에 가려고 했던 날에도 비왔다. 거의 비와의 전쟁이었다. 마지막 날은 정말 화창하고 공격적인 햇빛이 있어서 공원에서 누워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시드니를 떠나는 날 길안내를 해준 트레인 직원은 시드니 날씨는 예측할 수 없는 날씨라고 하고 시드니에 처음 왔을 때 은행에서 만난 남직원은 보통 화창한데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다. 시드니에 오기 전부터 일기예보를 항상 봤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된 걸 보면 그냥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인가보다. 

 

 처음 크루즈는 2시간도 안 되는 가장 싼 크루즈였다. 해보고 좋으면 밤에도 타봐야지 생각했다. 오페라 하우스 바로 앞의 선착장에서 출발해서 꽤 멀리까지 갔다가 하버브릿지로 돌아와 루나파크를 살짝 넘고 다시 되돌아온다. 하늘의 1/3이 구름진 날씨였는데도 새하얀 오페라 하우스와 우아한 하버브릿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요트가 얼마나 예쁘던지. 적어도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씩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디너 크루즈를 예매했다.
 
저녁에 탄 크루즈는 디너 크루즈였다. 뷔페식이었던 디너 크루즈는 저녁을 먹는 것인 만큼 탑승시간이 길다. 그래서 배가 달링 하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하버브릿지 다음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볼 수 있다. 오페라 하우스 앞의 페리 선착장에 잠깐 정박하고 다시 운행한다. 

 

처음 오페라 하우스를 자세히 본 건 건축학과 교양수업에서였다. 오페라 하우스는 덴마크남이 지었는데 돛단배를 형상화한 외벽은 100만 개가 넘는 흰 색과 베이지 색의 타일로 만들어졌다. 비가 올 때 이물질이 씻겨 내려가는 재질이라 손으로 만져봐도 먼지 정도만 묻어나오는 신기한 외벽이다. 낮에 봐도 예쁜 오페라 하우스지만 이 베이지 색의 타일 때문에, 밤에 반짝이는 게 정말 예쁘다. 낮에는 정말 돛단배나 요트처럼 눈이 부시게 새하얀데 밤에는 베이지색이 은은하게 올라와서 우아하다. 오페라하우스에 오케스트라 실황을 보러 갔을 땐 늦을까봐 서두르느라 오페라 하우스를 감상할 정신이 없었다. 보고 나왔을 땐 오케스트라 실황에 감동받아 오페라 하우스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둠을 입은 오페라하우스를 제대로 감상한 건 디너 크루즈를 타면서였는데 낮보다 훨씬, 훨씬 예뻤다. 크루즈를 밤이나 낮 둘 중에 하나만 탈 수 있다면 무조건 밤이다. 내가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노랗고 붉은 빛과 오페라 하우스 외벽의 베이지 색이 말도 안 되게 조화가 좋다. 시드니 타워 아이부터 시작해서 하버브릿지로 마무리되는 야경도 소소한 맛에 보기에 나쁘지 않다. 브리즈번보다는 확실히 뒤떨어지지만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데 뭔들 더 끼워넣을 필요를 느낄까.
 
이날 보름달이 떠서 더 좋았던 크루즈였다. 보름달을 볼 때마다 브룸이 생각난다. 이 보름달을 브룸에서 보려고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어쩌다 시드니까지 와서, 내 눈으로 볼 거라곤 상상도 안 한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까지 봤다는 게 감격스러워서 오페라 하우스만 보면 조금 감성적인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