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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시드니, 멜번, 캔버라

오페라 하우스 보면서 낮잠자기 - 호주 시드니 시내 산책

by 마리Mary 2018. 11. 29.
 

예쁜 타운홀 건물로 시작한다. 시드니는 호주 최대의 도시라기엔 정말 작아서 돌아다니기 어렵지 않다. 최대 도시니 버스도 늦은 시간까지 착실히 운영하기 때문에 밤에도 잘 돌아다닐 수 있어 좋다. 내가 어렸을 땐 호주 수도를 시드니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고 내가 자라남과 함께 적어도 한국에서는 호주 수도를 캔버라라고 대답하느냐 시드니라고 대답하느냐가 어떤 상식의 척도가 된 것 같다. 호주 수도는 어디가 될 것인가에 대해 멜번하고 시드니가 너무 싸워서 그 중간인 캔버라가 됐다고 어느 누가 인터넷에 써놓은 게 기억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호주 수도는 캔버라다. 캔버라에 간다고 하면 모든 호주인들이 거기 아무것도 없어라고 하는 그 곳 맞다.

 

세인트 메리 성당은 한국말로 그냥 성당이 아니라 대성당이라고 부르는데 1821년에 지어진 호주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 그렇다. 수십개의 기둥이 이어져있고 스테인글라스는 40개 정도 있다. 하지만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아무리 자랑해도 케언즈 성당만큼의 충격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시드니 대성당이 좋았던 점은 그 성당 자체보다는 그 앞의 넓고 깨끗한 공원과 큰 조각분수대였다. 조각 분수대가 상당히 멋진데 가운데 동상도 그렇고 가장자리를 따라 물을 뱉고있는 거북이, 각종 신화속 모습일 조각상들이 활을 겨누고 켄타우로스 뿔을 휘어잡고 있는 게 정말 볼만하다. 햇빛 좋은 날에는 무지개도 진다. 또 이 바로 옆에 하이드 파크가 있는데 거기도 꽤 관리가 잘 돼있다. 그래서 노숙자도 많다.

 

성당 안은 붉고 노란 조명으로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조성돼있었는데 구조는 평범한 박스형이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오밀조밀한 조각이어서 멀리서보다는 좀 더 다가가서 보는 게 나았다. 아무리 성당이라도 시드니에 있는 이상 사람도 많고 언제 가든 성당치고는 북적이는 곳이다. 성당은 퍼스의 세인트 메리 성당이 구조가 가장 예쁘고 스테인드 글라스는 케언즈 성당이 최고였다. 

 

하버 브릿지를 보고 섰을 때 왼쪽에 rocks market이 있는데 왜 마켓이라고 써있고 볼거리라고 써있는지 모를 만큼 조그맣다. 시장이라기 보다는 카페거리에 가깝다. 예쁜 디저트가게와 고소한 페스츄리 가게들이 몰려있다. 그리고 동양인 관광객이 많다. 이 마켓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면 하버브릿지를 지나 오페라 하우스 건너편 도로로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 오페라 하우스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가 하나 있다. 

 

카푸치노와 오징어튀김을 시켰는데 나온 걸 보니 감자튀김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메뉴판의 메뉴설명에서도 감자칩이 없었지만 고개를 들면 오페라 하우스가 있으니까 짜증나는 일은 아니다. 엄청난 명당 자리인 걸 생각하면 음식 값은 용납이 가능하다. 이 앞에 잔디밭이 있는데 주변 건물이 높아서 그늘이 져서 식사 하기는 좋은 자리인데, 앉아있기는 춥다. 여기보다는 왕립 식물원과 연결돼있는 잔디밭이 햇빛이 세서 더 좋다. 

 
칼라마리와 카푸치노, 26.5호주달러.
 

그리고 시드니에 있으면서 흑백사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다른 호주 도시에 있을 때도 흑백사진은 관심이 없었는데, 시드니는 아니었다. 피사체가 충분히 화려하면 흑백사진도 나쁘지 않았다.

 

시드니에 대해 잘 몰랐던 것 중 하나는 퀸 빅토리아 빌딩이었다. 줄여서 QVB인데 구글맵에는 쇼핑센터라고밖에 나오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어딘가에 가고 있던 중 엘리자베스 왕의 동상 앞에서 사진찍는 관광객들을 보고 여기도 가봐야 하는 곳이구나 생각만 했었다. 그 동상이 퀸 빅토리아 빌딩 앞에 있는 동상이라는 것도, 그 빌딩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어느 남성 건축가가 말했다는 건 그날 검색을 해보고 알았다. 그렇게까지 말했다니 안 가볼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드니에서의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고, 블루마운틴에 갔다 온 이후에도 계속 어딘가에 돌아다녔던 상태였다. 이게 가장 아름다운 건물에 놀러가면서 1키로가 넘는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이유다. 

 

엘리자베스 왕 동상을 폰카로 찍을 때도, 빌딩 안에 들어설 때도 후회하지 않았는데 건물 입구의 바닥문양을 보자마자 카메라를 가져왔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이 날 로열 보타닉 가든에서 몇시간을 누워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잘한 선택이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날 왜 이 빌딩을 방문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깊은 후회를 했다. 퀸 빅토리아 빌딩은 상점가이지만 가서 쇼핑하는 사람의 비율은 크지 않을거라고 생각될 만큼 건물 그 자체가 관광지였다. 양쪽 벽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안쪽 공간의 색은 초록색이어서 중앙 복도의 따듯한 색감의 바닥하고 대비가 나 되게 고급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천장에 매달린 시계도 다른 입구의 유리창도 예뻤다. 정말로 예뻤다. 카메라로 찍었으면 며칠동안은 내 노트북 배경화면이 됐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겠지. 

 

2층의 바닥은 붉은데 2층으로 가는 계단의 벽면은 파랗다. 이 평범한 조합은 그 사이에 흰색 기둥이 두껍게 세워졌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쇼핑하러 가기보다는 이 예쁜 빌딩 안에서 맘에 드는 자리를 잡고 식사 한 번은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시드니 왕립 공원은 볼거리는 별로 없다. 넓고 넓은 잔디밭과 높고 높은 나무들 뿐이다. 크로키를 하는 학생들이 종종 보이고 대부분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다. 로열 보타닉 가든에서 오페라 하우스로 가는 길에 넓은 강이 있는데 이 강이 정말 예쁘고 비현실적이다. 이 강을 지나쳐서 계속 걸으면 경사가 있는 잔디밭이 있는데 그곳이 누워있기 좋다. 경사가 있어서 누워도 오페라하우스가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모아나에서 디즈니가 바닷물을 그려놓은 모양새는 예쁘기는 하지만 색깔과 깊이감이 상당히 부자연스럽고 물이라기보다는 지점토 같다고 생각했는데 걔네가 그렇게 그린 이유를 이 강을 보고 알았다. 파도치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흐르는 물같지가 않고 점성이 있는 반고체 물질같다. 만지면 물컹할 것 같은 고무같았다. 그 강 바로 옆에 있는 경사가 있는 잔디밭도 누워있기 좋은데 햇빛이 너무 세다면 오페라 하우스 바로 앞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는 것도 좋다. 이 언덕도 잔디밭인데 얇고 높은 나무가 있어서 얼굴에만 그늘을 띄우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