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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와 티엔꿍 동굴과 때아닌 화학공부

by 마리Mary 2019. 12. 6.

베트남 호치민 시티를 거치고, 다낭과, 호이안을 거쳐 하노이에 도착했다고 엄마에게 문자했을 때, 엄마는 친구가 하롱베이에 갔었는데 무지 좋았다더라하는 말을 전했다. 그 말을 듣고 하롱베이 투어를 신청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가 있는 하롱시티로 가는 시간만 3시간 반이었다. 아침 8시에 출발하여 저녁 8시가 넘어 끝나는 투어였다.

 

하롱시티로 가는 세시간 반의 드라이브 동안 홍강의 삼각주(red river delta)지역을 지나게 된다. 홍강은 중국 윈난의 위안(yuan)강에서부터 시작해 베트남의 홍하강, 송코이강으로 이어져 바다로 나가는 강을 말한다. 이름이 빨간 이유는 강의 퇴적물에 산화철(iron oxide)이 많아 강의 색이 적갈색이기 때문이다. 이 홍강의 평지대인 삼각주는 베트남에서 가장 작은 지역이지만 인구수와 인구밀집도가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가 이 홍강의 삼각주 지역에 속해있다.

 

하롱베이 데이투어, US$55.

 

그 세 시간 반 짜리의 여정을 마치면 세계자연유산 지역인 하롱베이로 도착해 4시간 크루즈를 시작한다. 하롱베이는 1,500 제곱키로미터가 넘는 만이다. 하Ha는 내려온다, 롱Long은 용이라는 뜻으로, 하롱베이Ha Long Bay는 하늘에서 용이 내려온 곳이란 말이 된다. 바다 건너의 침략자들을 막기 위해 하늘의 용이 보석과 구슬을 내뿜고 그것들이 떨어지며 각각의 암석이 되어 적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다.

 

바항 수상 마을에서 전통 나뭇배나 선택에 따라 카약을 타고 45분동안 하롱베이의 중심부를 돌아본다. 처음엔 저런 조그만 배를 왜 타야 한다는 건지 생각했는데, 

 

이런 작은 동굴을 통과하기 때문에 그런 거였다. 동굴 내부엔 뭔지모를 그리고 어떻게 썼는지 모를 한자들이 써있었다. 

 

 높다란 바위에 오리, 백주, 개, 고양이같은 걸 볼 수 있었다. 이 나뭇배에서 내리고 다시 크루즈 배에 타서 해산물 점심을 먹고 다시 하롱베이를 떠다니기 시작한다. 

 

사진의 큰 돌 두 개는 fighting cocks라는 하롱베이의 아이콘이다. 두 개의 바위가 두 마리의 닭처럼 보인다는 건데 어찌보면 그래 보이기도 하고 억지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닭 두 마리가 뽀뽀하고 있다고 키스바위로 불리는 것 같다. 역시 의학드라마면 병원에서 연애하고 수사드라마는 경찰서에서 연애하고 요리드라마는 주방에서 연애하는 번식의 민족다운 네이밍이다.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하농베이의 에메랄드 빛 물색과 거대바위로 둘러싸인 만을 가로지르는 크루징은 나쁘지 않았다.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왜이리 기억에 남는 게 없을까 계속 생각해보니 이전에 밀포드 사운드라는 멋지구리한 피요르드 국립공원을 봤던 게 이유였다. 차이점은 하롱베이에선 작은 나룻배를 탔다는 것 뿐. 분명히 하롱베이는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밀포드 사운드는 더 멋진 곳이었던 것이다.

 

역시 여행에선 새로운 게 최고인 것 같다. 하롱베이 크루즈보다 티엔꿍 동굴(Dong Thien Cung, 천궁동굴)이 더더욱 기억에 남는 걸 보면. 티엔꿍 동굴은 1993년에 발견된지 1년 만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커다란 구멍들이 나있고 곳곳에 밝은 조명들이 설치되어있어 큰 동굴 내부인데도 음침하거나 어둡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봤던 종유동굴(종유동굴, 석회암 동굴, 석회동굴, 카르스트 지형 모두 같은 말이다.)은 단양 고수동굴로, 아주 어렸을 때였는데 약간 춥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이란 곳에 심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비오는 날 지하실의 쿰쿰하고 젖은 냄새마저 사랑하는 이상한 취향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에서 새로운 게 최고인 걸 다시 떠올려보면 특별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 땅을 딛고 사는 인간들에게 지하같은 동굴 속과 물 아래의 세상이 신기한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다시 봐도 정말정말 신기하고 또 어쩌면 징그러운 모습이다. 

 

영어로 받은 투어 itinerary에는 이 동굴이 라임스톤 동굴이라고 나와있었다. 라임스톤이 뭐지 하고 찾아보니 석회암이었다. 석회암이 라임이랑 무슨 상관인가 해서 찾아보니 라임이 과일 이름이기도 하고, 라임스톤을 가열하여 만들어진, 산화칼슘으로 이루어진 알칼리성 물질이란 뜻도 있었다. 그럼 라임스톤은 라임이 들어있는 돌이라는 뜻인가? 더 검색해보니 뭔가 원소기호가 튀어나오면서 화학 40점을 받은 내 머리는 아파오기 시작했다. 

 

https://www.graymont.com/en/what-lime

그래서, 아무도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픽을 가져와봤다. 라임스톤은 가운데 limestone이라고 써있는 애인데 얘는 탄산칼슘이다. 그런데 탄산칼슘을 가열하면, 탄산칼슘은 산화칼슘이 되고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산화칼슘이 그래픽의 quicklime이다. 이 산화칼슘이 물을 만나면 수산화칼슘, 그래픽의 hydrated lime이 된다. 그래서 정리하면, 라임스톤은 탄산칼슘이고 이 라임스톤을 가열해 나온 라임(사진의 퀵라임, CaO, Calcium Oxide)은 산화칼슘이란 거다. 여기서 예전부터 궁금했던 의문점이 풀렸는데, 이 라임을 태우면 흰 빛이 나온다. 이게 바로 1820년대 무대조명의 그 라임라이트였다. 그래서 limelight의 다른 말은 calcium light. 무대에서 쓰던 이 라임라이트가 관용어로 굳어져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될 때 라임라이트를 받는다는 표현이 생겼다. 예전부터 노래나 책에 limelight이 나오면 그냥 초록색 조명을 특별하게 부르는 줄 알았는데 이제 어디가서 이런 멍청한 얘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말이 길었는데 다시 석회동굴로 넘어오자면, 석회암(라임스톤)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물과 산에 약하다. 그래서 동굴에 있는 석회암은 산에 녹고 흐르다가 그대로 굳게 된다. 그래서 모양이 기이한 거였다. 엘사가 마법을 들켰을 때 백성들 앞에서 분수를 얼려버렸을 때의 그 그로테스크한 모양이 떠오른다. 어딘가 괴물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뒤틀려있고, 그래선 안될 것들이 그렇게 굳어있는 것 같다. 

 

하롱베이는 앞서 말한 대로 실망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마주친 석회동굴은 산화칼슘과 탄산칼슘의 차이를 내손으로 검색하게 할 만큼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