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동남아로 떠나기 전에, 동남아는 어디쯤 있는걸까

마리Mary 2019. 5. 21. 02:18

동남아에 대한 이미지를 뒤흔든 태국의 궁전.

 

이전에 동남아에 대해 아는 거라곤 국제결혼으로 팔려오는 사람들의 국적, 아니면 일부 한국 남자들의 성매매원정 장소라는 것 뿐이었다. 지금도 구글에 동남아 국가이름을 한글로 치면 자동완성으로 떡지도, 떡관광같은 게 뜬다. 게다가 그 무더운 날씨. 근데 그냥 더운게 아니라 한국 여름보다도 더 습하고 더운 여름날씨, 그래서 12~1월 정도의 겨울이 여행 성수기라는 것. 이상이 내가 동남아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 전부였다. 동남아 여행을 마친 지금은 그 뜨겁고 살인적인 햇빛마저도 가끔 그립지만, 막 동남아에 갈 생각을 했을 때는 싱가폴, 홍콩이나 대만같이 많이 들어본 국가나 도시로 떠날 예정이었다. 근데 싱가폴의 숙소 가격을 알아보다가 그냥 말레이시아로 날아갔다. 동남아 여행에서 하고 싶은 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였고, 호스텔 아닌 (감옥 독방 사이즈일지라도) 호텔에서 머무는 거였기 때문이다. 아빠는 싱가폴이나 홍콩같이 안전한 곳에 가라고 했지만 관광지만 갈텐데 과테말라도 아니고 미얀마든 싱가폴이든 치안은 매한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가보니 내 생각하고는 괴리가 너무나도 큰 도시였다. 국제결혼, 성매매 따위로만 기억될 수 없는 그런 곳. 그 이후부터 한국에 가기 전 여행을 마무리하고 잠깐 쉬어가려 했던 동남아에서 보고 먹고 마시고 택시와 툭툭을 아주 많이 탔다.

 

Image: Southeast Asia, Wikipedia

동남아 중 어디를 갔는지 얘기하기 전에, 동남아가 도대체 어느 지역인지부터 봐야겠다. 대강 어디에 있는지는 아는 '동남아'라는 곳, 근데 어느어느 나라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곳. 동남아 여행에서 가장 처음 한 일은 아시아 지도를 보는 거였다. 어느 나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왜 알아야 되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때는 언제고, 세계지도는 여행갔을 땐 왜 이렇게 재밌을까? 사진은 이미지만 위키피디아에서 따와 국가 이름을 따로 써넣었다.

 

오른쪽에서 절반이 잘린 섬 중 왼쪽은 인도네시아 지역이고 오른쪽은 파푸아뉴기니다. 파푸아뉴기니는 호주와 뉴질랜드로 대표되는 오세아니아에 속해있다. 인도네시아는, 그래픽으로만 봐도 알수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섬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대략 17,508개. 그 위의 필리핀 또한 섬이 많다. 약 7,107개. 사진으로도 구분되지 않을 만큼 작은 국가도시인 싱가폴은 원래 말레이시아였고, 1965년 (강제)독립했다. 말레이시아 위는 태국 그 옆은 캄보디아, 그 옆의 세로로 긴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에 둘러싸여, 동남아 중 유일하게 국경이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나라는 라오스이며, 지도의 가장 왼 쪽이자 태국의 옆에 위치한 곳은 미얀마다. 여기까지가 동남아로 규정된다. 미얀마 옆에서부터는 인도 등의 남아시아 지역이다. 그 옆으로 더 넘어가면 중동. 이 동남아 중 베트남과 라오스는 공산주의 국가들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동남아 국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폴,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딱 여기까지다. 막상 정리해보면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다.

 

나는 호주 호바트에서 호주 멜버른과 싱가폴을 거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했다. 열대과일 엄청 먹고, 호텔 근처만 돌아다니고, 누워있어야지 생각하면서.

 

비가 정말 엄청 오던 날, 다낭 바나힐

 

동남아에서는 그랩이라는 일종의 택시어플을 쓴다. 우버가 되지 않는 한국에서 동남아의 우버라고 해봤자 알아듣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 그랩은 개인이 택시 면허가 없어도 자가용을 갖고 택시처럼 운영할 수 있다. 그게 GrabCar, 택시 면허가 있는 진짜 택시는 GrabTaxi다. 보통 그랩택시가 그랩카보다 좀 더 비싸다. 근데 어느 공항에 갔는데 그랩카는 법에 의해서 올 수가 없다나? 그랩카 불렀는데 메세지가 왔길래 봤더니 그랩카는 거기 못간다, 지금 경찰 너무 많다, 취소해달라고 왔었다. 그럼 경찰 없으면 왔을거라는 말이니? 그랩 사용법은 카카오택시하고 똑같다. 픽업위치 정하고, 내릴 위치 정한다. 그 다음이 다른데 GrabCar를 쓸건지 GrabTaxi를 쓸건지, 사람이 많다면 7인용같은 큰 차를 부를 수도 있다. 베트남이면 GrabBike를 불러 오토바이 뒤에 탈 수도 있다.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캄보디아는 GrabTuktuk도 있다. 단, 이 툭툭은 일반적인 바이크 툭툭보다는 좀 더 상태가 양호한 툭툭이라고 알고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라오스에서는 그랩이 서비스되지 않는다.

 

첫 동남아로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에는 아직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태도가 빠지지 않아서 트레인을 타고 다녔는데 그 다음 국가부터는 공항에서 숙소까지, 숙소에서 공항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줄기차게 탔다. 가끔 그것조차 귀찮을 땐 길거리에 널려있는 툭툭. 툭툭은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같은 건데, 툭툭 얘기를 할 때는 흥정 얘기를 빼먹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여행객은 봉이다. 내라는 대로 내고, 가는 곳은 정해져있다. 그럼 그나마 적정 금액을 내거나 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지인처럼 입으면 된다. 일본에 가도 한국인인게 티가 나는데 생뚱맞은 문화권에 나가서 현지인 분장을 하라는 게 아니다. 어차피 카메라 들고 다니는데 관광객이지. 그저 기본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딜 가든 맛있어서 감동했던 반미 트럭, 베트남

 

기본은 태도와 옷차림이다. 웨스턴 국가에서 길가다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가벼운 눈인사를 하는 건 기본이다.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정도는 선택사항이다. 상대방이 하면 가볍게 돌려준다. 근데 동남아에 갔다면 눈이 마주치든 말든 한국처럼 그대로 스쳐지나간다. 여행객이란 표시는 어리버리한 태도와 카메라, 그랩을 부르고 있는 핸드폰 정도면 이미 차고 넘치는 것이니, 표정까지 와 너무너무 대단하다/너무멋지다하고 있지 않으면 된다. 내가 여행객이긴 한데 시비털면 니 기분 만큼은 망쳐놓을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을 표정에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표정을 자연스럽게  다음 정색하  끝이다이건 두바이를 가든 포르투갈을 가든 마찬가지다. 

 

옷차림은 쟤는 누가봐도 여행객이란 걸 알려주는 바캉스 옷을 갖다버리면 된다. 뉴질랜드에서 몸빼스런 바지를 입으면 인종차별의 타겟이 되기 쉽다(인종차별 옹호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이거다.). 반대로 동남아에서 왠 뚱뚱한 웨스턴할아버지가 5부 청바지에 반팔체크셔츠 입고 있으면 툭툭기사들이 2배 부르는거다. 현지인처럼 입는다는 건 웬만큼 현지에 있었다는 뜻이고, 그건 현지 관광객 물가 정도는 안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기를 쳐도 안먹힐 확률이 높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 현지인들이 그 더운 날씨에 그렇게 입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반팔티에 얇은 긴바지에 쪼리. 현지특화착장을 애용하자.

 

푸시힐의 일몰, 라오스 루앙 프라방

 

이제 비행기 안이다. 방금 전 벨트를 매라는 등이 꺼졌고 승무원들은 바쁘게 밀로딩 하는 분위기다. 예약이 늦어 비싼 돈 주고 탄 멜번발 싱가폴행 에미레이트 항공기 안에서 수다스런 옆자리 아저씨의 아들과 축구얘기를 흘려들으며 곧 나의 동남아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 날의 떨림이 지금도 기억난다. 처음 여행하는 것처럼 두근두근했고 또 어딘가는 두려웠다. 그런 내게 동남아 각국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들을 보여줬다. 아무 환상도 없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낭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