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퍼스

10년만의 동물원, 퍼스에서 가다

마리Mary 2018. 9. 12. 20:07

퍼스 동물원은 스완 강을 넘어 퍼스 남쪽에 있기 때문에 가려면 페리를 타야 한다. 퍼스에서는 브리즈번처럼 페리도 하나의 대중교통수단이다. 한국사람에겐 버스나 기차로 국경을 넘는 것 처럼 낯선 것 중의 하나다.

 

사우스퍼스에서 내려서 표지판을 따라 걷다가 왼쪽 사진의 빨간 기둥이 보이면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 사진의 동물원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동물원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동물원을 안간지는 언제가 마지막 동물원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됐는데 호주에서 보러 가기로 한 이유는 우선 호주 동물 때문이었고 겸사겸사 코끼리도 보고싶어서였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아주 멀리 떨어진 대륙이고 섬이기 때문에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참 유명하다. 캥거루나 코알라, 뉴질랜드는 키위새같은.

 

가기 전날 뭐부터 봐야하는지 홈페이지에서 지도를 살펴봤다. 가이드가 동물에 대해 설명해주고 먹이주는 talk이 몇개 있었다. 그 중에 보고싶던 것은 펭귄, 악어, 코끼리, 타즈매니아 데빌이었는데 이 시간에 모두 맞추려면 내 동선이 비효율적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시간내에 전부 둘러보지 못할 거라서 펭귄톡만 봐야했다. 타즈매니아 데빌은 은둔형이고 크기가 작아서 톡시간에 못가면 못 볼거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도 눈좋은 남자애와 서있었던 덕에 1분 정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론 바로 식사하러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또충격적인 사실은 이날 미어캣이 전시되지 않아서 못 봤다는 것이다. 꼭 보고싶은 동물이 있다면 꼭 가기 전날 혹은 당일 아침에 체크해야 한다.

 

퍼스 동물원 입장료, 32호주달러.

 

먼저 입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메인 호수부터 봤는데 호수 옆을 따라 tree kangaroo를 볼 수 있다. 너무나도 귀엽다. 저 통통한 몸집과 짧고 뚱뚱한 다리에 척봐도 말랑말랑 부들부들한 꼬리와 작은 귀까지 귀엽다. 트리캥거루라는 종을 처음 봐서 더 귀여웠다. 아마 여기서밖에 못 보겠지? 트리캥거루의 꼬리는 두껍고 긴데 균형을 잡는 데에 쓴다고 한다. 땅에서 사는 캥거루와는 다르게 다리를 따로 움직일 수 있어 나무사이로 돌아다닐 수 있다. 18미터도 넘는 곳에서 점프하는 고양이같은 애들이다. 다람쥐와 캥거루를 섞어놓은 모습이었는데 말도안되게 귀여웠다.

 

 

트리 캥거루는 종류가 14가지인데 그중에 두가지는 노스퀸즐랜드에서만 산다고 한다. 나머지 열두개는 뉴기니에 있다. 물론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트리 캥거루는 먹을 게 없어서 멸종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나는 동물원에 가면 정말이지 짜증나는 게 멸종을 앞두고 있으니 기부를 해달라고 오만천지 사방에 써붙여대는 것이다. 아니 그럼 이 비싼 티켓값은 도대체 어디로 가나? 비싸게 파는 음식점에서 받을 렌트는 어디로 가냐고. 게다가 호주는 유럽처럼 이런 PC뽕을 거하게 맞은 국가라서 이런 도덕 챙기는 것들이 참 많아서 사람을 피곤하게 할 때가 왕왕 있다.

 

여기서 펠리컨도 처음 봤는데 저 엄청난 부리를 쩍벌리고 하품하는 걸 봤다. 뉴질랜드의 바다사자때처럼 놀라서 사진은 못 찍었다. 정말 거대하고 핑크색이었다. 잡아먹히는 줄 알았다.

 

이 예쁜 새는 cassowary인데 퀸즐랜드 야생에서는 1500마리도 안 남았고 로드킬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에뮤랑 같은 ratites인데 둘의 차이점은 잘 모르겠지만 다만 얘는 위에 예쁜 머리장식을 달고 있다.

 

얘는 소리를 꽥꽥 질러서 어필하던 lemur lunch로 lemur중에는 마다가스카에서 가장 크다. 그런데 저 나무에서 도저히 내려오질 않아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는 보지 못했다.

 

이 귀여운 등딱지를 가진 애들은 사바나에 살면서 풀하고 작은 곤충들을 먹는 bell's hinge back tortoise다. 거북이는 살면서 꼭 키워보고 싶다. 개와 고양이는 너무 짧은 생을 사니까, 잘 키우면 100년도 산다는 장수동물같은 거북이는 키울만도 한 것 같다. 게다가 털도 날리지 않고. 하지만 아주 큰 수조를 사줄 수 있을 때 까지는 도저히 뭔갈 키운다는 용기는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호주는 사파리와 야생 생태계의 무섭고 위험한 동물들로 유명한 만큼 Australia reptile encounter가 있는데, 파충류관에는 도마뱀부터 뱀까지 종류가 많다. 특히나 뱀은 갈색 배경에 빨간 점이 있는 아주 예쁜 비단뱀같은 뱀, 10미터가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뱀, 왈라비도 먹고 사람도 먹고 같은 뱀도 먹는 뱀들이 전시돼있다. 보석같은 눈을 보고있는 건 정말 신기해서 온정신을 빼앗기는 것 같은데 그렇게 보다보면 오싹하기도 하다. 하지만 뱀들 대부분은 거의 기력없이 누워있으니 실감이 잘 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어떤 뱀은 내앞에서 하품을 했다. 내가 졸리게 생겼을까, 바다사자부터 펠리컨, 뱀까지 다들 입속을 구경시켜주고 싶어한다. 아니면 혹시 맛있게 생겼나.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으로 카멜레온도 봤다. 심지어 인터넷으로도 라푼젤에 나오는 그 개구리를 본 게 대부분이었는데. 색깔을 바꾸는 건 못봤지만 생각보다 카멜레온은 거대했다. 라푼젤처럼 어깨위에 올려놓았다간 약간 뻐근해질만한 그런 육중해보이는 크기였다.

 

그리고 바로 옆에 펭귄이 있다. 너무나도 귀여운 펭귄이 있다. 이런 극지방 사는 애들보단 코끼리나 표범이나 얼룩말같이 초원을 달리는 애들을 더 좋아하지만 여전히 얘네들이 가지는 신비함이란 게 있다. 17종류의 펭귄들은 오로지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다. 여기 전시된 펭귄들은 그중에 가장 작은 종이다. 얼마나 작은건지 종 이름도 그냥 little penguin이다. 뉴질랜드 가장자리하고 호주 남쪽 가장자리에 분포하고, 퍼스에서 가까운 펭귄섬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고 한다.

 

까꿍

얘네가 얼마나 작냐면 다 커도 1키로가 조금 넘고 키는 40센치 언저리다. 톡시간에 맞춰 갔기 때문에 먹이주는 걸 볼 수 있었다. 온통 미취학아동과 엄마아빠 사이에 앉아있자니 어색했다. 톡시간이 돼면 가이드가 와서 펭귄들 먹이로 생선을 던져주면 펭귄들이 잠수해서 찾아먹는걸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다. 수영도 잘하는 작은 애들이 얼마나 귀엽던지.

 

펭귄 다음으로 australian wetland를 통해 새들도 보고 거북이도 본 다음 악어를 볼 수 있는데 악어는 다윈 카카두 국립공원 투어할 때 하품하고 수영하는 야생악어를 정말 많이 본지라 정말 아무 느낌 없었다. 얼마나 감흥이 없었냐면 내가 갔을때 막 talk을 시작했는데, 재미가 없어 그냥 돌아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카카두 국립공원의 악어 사파리는 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비현실적이었어.

 

bird of south west는 말그대로 새가 있는 곳이다. 여기서 파랑새를 한 마리 봤는데 splendid fairy-wren이 이름이었다. 정말 온몸이 새파란 새였다. 파랑새 동화는 분명 그 파랑새를 보고 만들었을 것이다. 예전에 파랑새 동화를 읽었을 때 결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틸과 틸틸은 파랑새를 찾았다는 얘기인가? 새장에 있다고 했는데 왜 날아갔다는 거지? 왜 자기들이 기르던 비둘기는 갑자기 파랑새가 되었다는 건가? 이 이야기로 인해 파랑새가 잡히지 않는 희망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는 걸 안 건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의 일이다.

 

근데 그 파라앳보다 더 신기한 새를 봤다. 옆 날개가 저렇게 오색찬란한 비늘같은 새였다. brush bronzewing인데, 땅 위나 가깝게 둥지를 틀어서(도대체 왜?) 여우나 고양이한테 당하기 쉽다고 한다. 그런것 치고는 너무나 예쁘고 눈에 띄게 생겼다.

 

그리고 더 더 신기한 새를 봤다. 

 

Golden pheasant인데 꼭 염색한 꿩같이 생겼다. 당연히 사진은 수컷이다. 얘는 새지만 많은 시간을 땅 위에서 보내고, 날기보다는 뛰는 일이 더 많으며, 밤에는 나무 위에서 쉰다고 한다.

 

앵무새도 신기한 새지만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새는 아니었던 것이다. 머리위에 똥쌀까봐 새 전시관은 정말 눈도장만 찍고 나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머리털나고 처음 보는 신기한 새들이 너무 많아서 오래 머물렀다.

 

tropical birds 전시관 바로 위에 캥거루와 왈라비가 널부러져있는, 호주 동물을 모두 모아놓은 australian bushwalk이 있다. 하지만 케언즈 쿠란다에서 캥거루도 봤고 로트네스트에서 쿼카도 많이 봤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보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호주에 있는 이상 호주동물을 볼 기회는 많기 때문이다. 처음 생각은 호주 동물들을 볼 생각이었지만 동물원에 온 이상 아프리칸 사바나와 아시안 레인포레스트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캥거루가 아무리 귀여워도 나는 사바나 동물들이 정말이지 좋다.

 

정말 성의없는 영문이름을 가진 얘는 african painted dog으로 하이에나와 다르다고 한다. 조금 더 걸으면 하이에나도 있는데 생각보다 순하게 생겼었다. 정말 마치 강아지같은 맹한 얼굴이었다.

 

이전까지 거북은 모두 물에서 헤부작헤부작하는 애들이었는데, 처음으로 육지거북의 매력을 알려준 이 거북은 radiated tortoise은 백년이 넘게 산다고 한다. 막 태어났을 때에는 5cm가 안되는데 10년 안에 성체 사이즈인 40센치로 크고 몸무게는 16키로 정도. 

 

그리고 내가 엄청 좋아하는 코뿔소를 보러갔었는데 저렇게 누워만 있었다. 그래 돈버느라 힘들지 쉬어라 하고 다른 동물들을 보고 있는데 건너편으로 얘가 일어나서 돌아다니는게 보이길래 헐레벌떡 뛰어갔다. 코뿔소야 조금만 기다려줘.

 

감동적인 옆태.

 

코뿔소는 정말 멋있다. 어렸을 때 갖고놀던 모형중에 가장 좋아한 곤충 모형은 귀뚜라미였고 동물 모형은 회색 코뿔소하고 하마였는데 큼직하고 육중한 무게감이 세보여서 좋았다. 나중에 그게 육식동물에게서 살아남기 좋은게 이유라는 점에서 환상이 깨졌지만. 같은 이유에서 코끼리도 좋아했지만 코끼리는 코뿔소보다는 훨씬 귀여운 느낌이다. 일단 코뿔소는 한국이름상으론 어쨌든 '소'인데다 코끼리는 이미 충분히 귀여운 이미지로 매체에서 다뤄지고 노래도 있지만 코뿔소는 아니다. 코뿔소는 아직은 엄청 쎄다. 코뿔소는 코끼리보다 뭔가 훨씬 야생의 냄새가 난다. 기린은 보기에나 예쁜 것이지 쎄보이지 않아서 별로다.

 

그렇다고 안좋다는 말은 아니다. 저 상큼한 얼룩무늬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Giraffe라는 이름도 기린이라는 이름도 긴 목도 목 뒤의 저 털도 좋다. 마르고 흰 다리도 좋다. 애초에 기린은 생긴거 자체가 브라키오사우르스하고 똑같으니 항상 환상같은 존재다. 다만 어느 동영상을 본 이후로 기린의 목에 대한 이미지가 바뀐 적이 있는데 그건 바로 giraffes fighting이다.

 

아니 이렇게 살벌할 수가? 물론 코뿔소나 하마가 싸우는 건 완전 대박이지만 원래도 세보이니까 별로 놀라울 일도 아닌데 기린이 저러고 있는건 충격적이었다. 고상하게 아랫풀 윗풀 뜯어먹을거 같은 애들이 모가지로 헤드뱅잉하면서 상대 모가지를 후려치고 있다니.

 

저런 걸 보면 얘네는 완전 천국에서 사는 중이다.

 

육지거북도 나쁘지 않구나에서 육지거북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island giants라는 별명이 써있던 galapagos tortoise 때문이다. 아니 그 전에 갈라파고스에 가고싶어졌다. 얘네는 1.8미터까지 자라는데 몸무게가 400키로까지 는다고 한다. 400키로! 가장 오래 산 애는 175살이었다고 한다. 그런 애가 내눈앞에 두 마리나 있었다.

 

혹성탈출은 재밌게 봤지만 동물원에서 보는 오랑우탄은 별로 안 좋아한다. 사람하고 너무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 구경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건 이런 작은 몽키들이다. primate trail에 전시돼있다.

 

이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귀여운애는 마다가스카에 사는 ring-tailed lemur다. 어째 다 귀여운 건 마다가스카에 있을까.

 

꼭 붙어있기로 유명한 pygmy marmoset들은 여기서도 꼭 뭉쳐있다. 이런 작은 애들을 감상하려면 우리 안을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멀쩡히 있는데 없는 줄 알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잘 구경하고 있는데 옆의 다른 가족들은 없나보다 하면서 그냥 지나쳐갔었다.

 

종류중 가장 컸던 거 같은 bolivian squirrel monkey의 저 노란 팔이 귀엽다. 철창에 매달릴 때도 있는데 그때의 조그만 발가락이 얼마나 귀여운지.

 

여기까지 돌아보면 놀라운 것은 아직 동물원을 반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힘들어서 벤치에 앉아 벤딩머신에서 과자하고 음료수를 까먹었다. 동물원은 너무 좋은데 내 체력이 안 좋다.

 

그래서 들어갈까 말까 했던 이곳은 nocturnal house로 야행성 동물들이 전시돼있다. 그래서 정말 어둡고 조용히 하라고 써있다. 조용하고 시원해서 좋았다. 그리고 동물들이 다 평범하지 않고 엄청 특이하게 생겼다.

 

얘는 spinifex hopping mouse로 그냥 완전 햄찌다. 여우나 고양이같은 애들이 이미 hopping mouse 몇 종류를 멸종시켰다고 한다.

 

얘 사진을 찍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귀는 토끼에 하체는 캥거루 느낌이 나는 bilby라는 애다. 정말정말 귀엽다. 예전엔 호주 땅의 70%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안내판에 또 그 도움좀 달라고 기부하라고 하는데 앞서 말했듯 정말 이런 것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들은 모기가 멸종한다고 하면 당연히 기뻐할 거면서 펭귄이나 북극곰같이 좀 귀엽게 생긴 애들이 멸종한다고 하면 뭐 어쩌고 저쩌고 북극곰의 '눈물'... 빙하가 녹아서.. 오늘도 북극곰은.. 집을 잃습니다.... 수영하다 쉴 곳이 없어요.. 이러면서 엄청나게 감정적으로 돈을 요구하는데 모순적인데다 양심이 없다. 이렇게 귀여운 애들이 멸종하니 도와달라고 하면 그나마 낫겠다. 인간이 한 종의 멸종에 대해 신경쓰는 건 엄청난 시간과 자본의 낭비다. 멸종도 어차피 자연의 일부인데말이다. 게다가 인간은 오만하기 짝이 없어서 '인공'이란 말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자기들을 자연과 분리시키는데 그럼 인간은 외계인이 데려다놨나? 설마 그렇다 해도 외계인도 어차피 세상에 있는 거 아닌가. 게다가 플라스틱이 어떻게 지구에 해가 된단 말인가? 논리대로 굴면 해가 되는 건 그 플라스틱을 만드는 인간일텐데말이다. 

 

여기까지 갈 것도 없이 나는 플라스틱하고 유리병이 지구에 안좋을 거라는 인간들이 진심으로 짜증난다. 지구는 4.5억년이나 살았고 공룡들이 땅위에서 뭘 하든 말든, 빙하기가 죽도록 춥든 말든 살아남았는데 비닐쪼가리를 지구가 신경이나 쓰겠냐는 말이다. 그렇다고 비닐봉지를 하루에 10개씩 쓰고 마음껏 잔디를 뽑자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소위 사람들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당장 장바구니를 쓰지 않으면 지구가 아니라 당장 인간이 위험하니 그만 쓰라고 말이다. 내 미래에 위대한 지구님 걱정까지 집어넣지 말란 거다.

 

어쨌건 토끼귀를 가진 얘는 참 귀여웠다. 10분 넘게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feathertail glider라는 복슬복슬한 이름을 가진 이 조그만 쥐는 gliding mammal중에서 가장 작다. 얘 뿐만이 아니라 이 녹터럴 하우스에 있는 애들은 전부 작아서 프리메이트 트레일에서 원숭이 볼 때보다 훨씬 더 집중해서 움직이는 생물체를 찾아야 한다. 소싯적에 보물찾기 하던 감각을 살려서.

 

퍼스 동물원 가기 전에, 퍼스 동물원 관광을 마치고 킹스파크에 갈 수 있을까 해서 검색해봤는데 이 동물원이 다들 작다고 하는거다. 도대체 누가 그랬나? 엄청 크다. 개장한지 얼마 안 지나서 입장하고 폐장시간 맞춰서 퇴장했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동물도 다양한 편이고 길가의 나무들도 높게 잘 키워놨다. 그래서 동물 보다가 앉아 편히 쉬기가 좋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코끼리도 봤다. 코끼리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별 거 없다.

 

코끼리는 귀엽기 때문이다.

 

갔을 때 코끼리는 조련사와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라는 그 동요처럼 코끼리는 상당히 친숙한 동물이 됐다. 코가 손인 이 이상한 그리고 괴상한 동물이 어쩌다 이렇게 귀여워지고 친숙해졌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코끼리가 귀엽다는 건 변함없다. 코끼리는 하루에 야채를 150키로 먹는데 이빨이 4개밖에 없는데 이갈이를 6번 한다. 코끼리의 코는 동요대로 식사하고 물을 마시거나 뭔가에게서 방어를 하는 손이기도 하지만 의사소통을 위해 소리를 만들 수도 있다. 어렸을 때 어디선가 코끼리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건 동물 삼대장(코뿔소, 코끼리, 하마)에 코끼리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울음소리 중에 뿌에에에엥하는 코끼리 울음소리가 제일 시원한 것 같다. 소리만 들어도 개쎄다.

 

코끼리까지 보고 너무 피곤해서 갈까말까했던 australian bushwalk이다. 호주 동물원까지 와서 엑기스를 볼까말까 고민할 정도로 이 동물원은 볼것 많고 컸다.

 

이것이 개여 캥거루여

 

문득 지금이 사냥하는 시대고 내가 이런 풍경을 봤다면 참 행복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얘는 태즈매니안 데빌tasmanian devil인데 넘뱃도 움뱃도 코알라도 못 본 대신 얘를 봤다. 

 

완전 진돗개같이 생긴 이 아이는 딩고인데, 딩고같이 네발 달린 짐승들은 동물원에서 유난히 기운이 없다. 반달곰이나 호랑이, 하이에나같은 애들은 다 우리 가장자리에서 왔다갔다 서성인다. 이런 애들 보고있으면 정신병걸릴 것 같으니 빨리 나와야지.

 

 

11시에 가서 5시가 폐장인데 그때까지 있으면서 기념품샵에서 얼룩말이 달린 연필도 알차게 구매했다. 앞으로 또 10년동안 동물원은 안 가도 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하마편으로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