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남섬

빙하와 작별하는 비오는 와나카

마리Mary 2019. 3. 17. 02:21


폭스 마을에서 프란츠 조셉 마을로 돌아온 건 아침이었다. 뉴질랜드 마트 브랜드 중 하나인 포스퀘어 4 square 에서 바르는 파스를 하나 사고, wild life centre에서 키위새 두 마리를 봤다. 키위새는 작지 않고 웬만한 사람 머리통만 했다. 뒤뚱뒤뚱 짧은 다리로 열심히도 걷는 키위새는 날지 못한다. 날개가 퇴화됐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호주와도 꽤 멀리 떨어진 섬나라다. 그래서 새들의 천적들이 없어 키위새처럼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못하는 새들이 많다. 키위새를 보는 곳에서 나오면 빙하 모형을 전시해 놨는데 특징을 잘 살린 것이 프란츠 조셉과 폭스 빙하에서 했던 투어가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손발목이 시큰시큰 아파왔다. 호스텔에 있는 뉴질랜드 퍼즐을 완성시키고 잤다.


격렬했던 빙하 투어를 모두 마치고, 키위버스에 올라타 와나카로 향하는 날이다. 빙하는 왼쪽에 있지만 폭스빙하를 지나치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오른쪽에 앉아 와나카 설산과 호수를 보는 게 낫다. 



와나카로 가면서 빙하지대를 벗어나기 전에 뷰포인트에서 빙하 잠깐 보고, 거울호수에 들려 1시간 산책을 한다. 그 이후로 화장실을 두 번 더 들리고, thunder creek fall에도 잠깐 멈춰 폭포를 구경한다. 8시 이전에 버스를 타서 4시가 돼서야 와나카에 도착한다. 



빙하가 녹은 물은 맑은 청록색이다.




뉴질랜드에서 버스를 타다보면 농장에서 민트맛 마시멜로와 오레오 오즈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농장 마시멜로우는 그냥 흰 색으로 감싸서 정말 마시멜로같이 생겼지만 뉴질랜드는 민트색 포장지를 더 많이 쓴다. 사진은 뭔가를 흰걸로 덮어놓고 날아가지 말라고 타이어를 올려놓는 건데 언제 봐도 오레오오즈가 생각났다. 오레오오즈 진짜 맛있는데.



와나카에서는 슬프게도 비가 왔다. 여행 중 만난 일행으로 보이는 영국애들 무리가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 며칠을 묵을 건지 상의했는데, 3일을 묵으려고 했지만 베이스 숙소에서는 계속해서 오는 키위익스피리언스 여행객들한테도 하루 씩을 보장해야 하기 때무에 이틀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비싸기도 비쌌다. 첫날은 32달러, 둘째날은 37달러를 받았다. 미리 예약한 내 가격이나 비슷했다. 37달러면 동남아 좋은 호텔에서 트윈룸 쓸 수 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호주에서 했던 것처럼 맑은 공기값이라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틀 머물렀는데 다음 날 와나카 폭포등반을 하기 위해서였다. 퀸즈타운 이전의 투어들은 비 오는 타우포에서 일정을 정리하며 예약한 거였는데, 폭스 빙하가 그정도의 익스트림한 투어일 줄을 모르고 예약한 거였다. 하게 되면 한 다음 붕대 감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투어사가 메일로 날씨가 안 좋아 날짜를 미루면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와나카 다음 일정인 퀸즈타운 숙소를 이미 예약해둬서 그럴 수 없다고 하니 날씨가 안 좋아 취소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제발 취소되길 바라며 잠들고 일어나자 투어 당일에 투어는 취소되었고 환불도 받았다. 다행히도 비오는 와나카에서 하루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와나카는 비가 와도 아름다운 곳이다. 비오는 와나카에서는 설산에 안개가 무지하게 끼는데 정말 신비롭고 예쁘다. 



와나카에 도착한 날과 그 다음날 비가 오다가 와나카를 출발하는 날 날씨가 정말 맑았는데, 맑은 와나카는 비오는 와나카와는 차원이 다르도록 예쁘다.



와나카에서 퀸즈타운으로 가는 날의 키위익스피리언스 픽업시간은 9시였는데 사람들이 다 타려면 10분은 좀 더 걸린다. 버스에 가장 먼저 올라타 짐을 내려놓고 와나카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뉴질랜드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 전날 비가 와준 덕분에 설산은 눈이 내리다 못해 새햐얗게 변해있었다.



키위익스피리언스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뉴질랜드 최고의 장소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오후의 햇살이 쏟아지는 와나카 호수다. 그 외에는 북섬 로토루아의 better quality pies에서 스테이크 앤 치즈 파이, 웰링턴 부둣가에서 스케이트보드, 푸나카이키에서 서핑같은 것들이 있다. 리스트 중에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는데 와나카 호수다. 퀸즈타운도 미치도록 예쁘지만 비온 다음날의 와나카의 넓은 호숫가가 더 예뻤다.


제목은 빙하와 작별이지만,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레이크 테카포에서 다시 마운트 쿡 빌리지에 가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