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서 뉴질랜드 여행을 시작하며
뉴질랜드 최대의 도시인 오클랜드(근데 뉴질랜드 수도는 같은 북섬의 웰링턴이다.)가 갖고있는 세 가지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첫번째는 요트, 두번째는 스카이타워, 마지막은 저 엄청난 구름들이다. 오클랜드를 비롯한 뉴질랜드 서쪽의 도시들은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 오클랜드에 갔는데 날씨가 맑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사진 아랫부분의 빨간 나무를 뉴질랜드 사람들은 new zealand christmas tree라고 부른다. 빨간 꽃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쯤 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단장을 해서 효율적인 크리스마스 나무라고 오클랜드 hop on hop off 버스 드라이버가 말해줬다. 영어로는 metrosideros excelsa, 마오리 어로는 pohutukawa다. 11월에 시작한 뉴질랜드 여행은 끝날 때 쯤에서야 이 빨간 나무를 보여줬다.
뉴질랜드는 키위버스(키위 익스피리언스)로 버스여행을 했다. 호주에서 비행기를 너무 많이 타서 지겨워지기도 했고 뉴질랜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영어가 아니라 마오리 어가 지명인 곳들이 많아서 호주 여행때보다 더 귀찮았다. 그래서 처음엔 키위버스 노선에서 몇 개를 빼고 인터시티버스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뉴질랜드 전부를 돌아보는 the whole kit가 45퍼센트 할인하는 중이었고 이 가격이 인터시티보다 훨씬 저렴해서 키위버스를 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후회한다. 키위버스는 여행자 버스고, 관광버스다. 키위버스 홈페이지에서는 party bus가 아니라고 하지만 응 맞다. 관광버스인 만큼 편리한 게 장점이지만 관광버스이기에 당연히 따라오는 단점들이 있다.
오클랜드에서 도착한 첫날은 잤고 둘째날은 폰 개통하고 스카이타워 올라가서 사진 조금 찍다가 시내 건물 구경하고 바로 숙소에 돌아왔다. 한국 여권은 뉴질랜드 무비자가 돼서 방문 비자 3개월짜리를 내준다. 근데 뉴질랜드 가기 전에 돌아오는 항공권을 미리 사놔야 한다. 호주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비행기 셀프체크인 하는데 기계가 직원을 부르라기에 불렀더니 직원이 뉴질랜드에서 나오는 항공권을 확인하고 보딩패스를 내줬다.
오클랜드에 도착해서 스카이버스 왕복권을 사면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드랍오프 장소가 어딘지 알려주는 걸 잘듣고 내린다. 키위버스 패스가 오클랜드로 다시 돌아오는 거였고 또 다시 다른 곳에서 호주로 돌아올 것 같지 않아서 스카이버스 왕복권을 샀다. 근데 돌아오는 날 바코드를 찍더니 이미 사용한 티켓이라고 했다. 그럴리가 없다고 하니까 그냥 태워줬다. 보다폰에 가면 뉴질랜드 심카드로 여행자 심카드가 있는데, 30일 짜리와 60일 짜리가 있다. 내 패스대로 따라가면 30일이지만 뉴질랜드의 하루 4계절 날씨에 대해 걱정이 매우 컸으므로 60일 짜리 심카드를 샀다. 좋은 점은 30일동안 인스타그램이 무료였던 것이다.
키위버스 여행을 끝내고서 hop on hop off 버스를 탔는데 홒온홒옾 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다르고 회사마다 루트가 약간씩 다르다. 24시간 패스를 샀는데 이든 산까지 안 가는 걸 나중에 알았다. 가려면 갈 수는 있었지만 게을러서 안 갔다. 오클랜드에서는 생각보다 안 해본 게 많았는데 데본포트에 맛있다는 스테이크 앤 치즈 파이도 못 먹어봤고, 맑은 날 미션베이까지 자전거를 타지도 않았고, 그린홍합 맛집에 가지도 않았고, 오클랜드 3대 전망대라는 마운트 이든, 원트리 힐, 데본포트 중 어느 곳에도 가지 않았다. 미션베이까지의 자전거는 아쉽게 됐다. 내게 맞는 시간에 맑은 날의 오클랜드를 만나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내가 탄 버스는 soaring kiwi라는 회사의 버스로 24시간 무제한 패스를 샀다. 시티센트럴을 도는 버스하고, 오클랜드 서쪽을 돌아다니는 버스가 있었다. 관광투어라고 해봤자 4시면 버스 운영이 끝나기 때문에 관심 있는 곳을 미리 봐두고 어디서 내릴 지 정해두는 게 좋다. 시티 센트럴 버스는 스카이타워에서 출발해서 비아덕트 하버, 바스티온 포인트, 아쿠아리움, 홀리 트리니티 성당, 오클랜드 박물관, 오클랜드 도메인, 알버트 공원을 지났다. 시티센트럴 버스는 버스를 타기 전에 노란 오클랜드 역과 비아덕트 하버를 구경하다가 비아덕트 하버에서 버스를 탔다. 바스티온 포인트는 버스가 잠깐 정차할 때 사진만 찍었고, 오클랜드 도메인에서 내려 오클랜드의 가장 오래된 공원을 산책한 다음 다시 버스에 타서, 웨스턴 버스를 타기 위해 스카이타워에서 내렸다. 뉴질랜드 첫날에 스카이타워를 갔었는데, 식당은 메뉴가 별로여서 이용하지 않았다. 도시마다 높게 솟아있는 건물 중에서는 오클랜드 스카이타워하고 쿠알라룸푸르 kl타워가 예쁜 것 같다. 경치는 골드코스트 스카이포인트가 제일 멋있었다. 이 이후로는 전망대 타워는 가지 않아서 다른 곳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웨스턴 버스는 이든 파크, 웨스트필드 쇼핑몰, 오클랜드 동물원, 모탓이라는 박물관, 웨스턴 스프링스와 폰슨비를 거쳐 오클랜드 하버 브릿지를 지나가면서 스카이타워로 돌아온다. 스카이타워에서 다시 웨스턴 버스를 탄 다음 전부 다 건너뛰고 폰슨비에서 내렸다. 폰슨비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동네가 정말 맘에 들었다. 조용하고, 카페 많고, 책방도 있다. women's book shop옆에 있는 카페에서 토마토 살사가 같이 나오는 프리타타에 플랫화이트 시켰는데 커피가 맛있었다. 웰링턴에서 먹었던 프리타타가 너무 맛있어서 여기서도 시켜본건데 웰링턴에서 먹은 건 약간 전같았는데 여기건 팬케이크 느낌이었다. 커피는 라떼아트도 하트 말고 나무로 나왔고 바닥하고 가구도 목재에 예쁜 골동품도 벽난로 위에 놓여져있었다. 음악도 시끄럽지 않아서 차분한 분위기였다.
뉴질랜드를 여행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뉴질랜드는 예쁘고 행복하고 또 여행하기 좋은 곳이었다. 모든 것이 비싸긴 했지만 모든 시설이 뉴질랜드의 공기처럼 쾌적했고 사람들은 친절했고 음식도 맛있었고 빙하도 폭포도 온천도 울창한 산림도 뒤뚱뒤뚱 걷는 키위새도 길을 건너던 소떼도 다 좋았다. 어딜 가나 카메라 셔터소리가 폭죽 소리처럼 터지는 곳, 그곳이 뉴질랜드였다.
ps. 뉴질랜드를 오래 여행하는 데 필수품은 우비다. 우산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