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앨리스 스프링스, 다윈, 브룸

호주 울루루 3일 투어 - 둘째날, 카타튜나, 울루루 일몰

마리Mary 2018. 8. 8. 00:10

(사진: wayoutback)

 

둘째날 루트는 Curtin Springs Station-Yulara-Kata Tjuta-Uluru-Yulara다. 이 지도에는 안나와있지만 커튼스프링스하고 카타튜나 사이에 yulara가 있다. 여기는 천막도 있는 캠핑장이라 큰 샤워시설이 있다. 여기서 첫째날 못한 샤워를 아침에 하고 울루루를 보며 카타튜나로 향한다. 투어 시작할 때 앉은 자리에 3일 내내 앉을텐데 운전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이 울루루 보기에 좋다. 카타튜나는 돔 형태의 산인데 가이드는 어쩌면 율루루보다 더 좋아할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그건 진짜였다.

 

 

 

사진으로 보니 올망졸망하고 귀여워보이는데 사람하고 비교사진이 없어 아쉽다. 거대하고 웅장한 돌산이다. 노던 테리토리는 앨리스 스프링스도 그랬지만 하늘이 맑디 맑다. 구름이 하나도 없고 햇볕은 쨍쨍 돌산은 반짝하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한 바퀴 크게 빙 돌 수도 있고, 짧은 길로 정상에 왔다가 같은 길로 내려올 수 있다. 한 바퀴 크게 돌고 싶었는데 첫째날 킹스캐년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가이드는 짧은 길로 간다고 해서 짧은 길을 갔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하지만 다시 간대도 가이드랑 붙어있을 것이다.

 

 

정상에 오르면 아래가 다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쉰다. 계속 그늘이 져있어서 꽤 춥다. 가이드가 말해준 대로 긴 옷을 챙겨입는다. 멀리 낮은 곳을 보면서 살랑살랑하는 바람을 맞고 앉아있으면 상쾌하고 여기 언제 다시 내려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두 개의 봉오리가 양옆에 있다. 양쪽에 두 봉오리를 두고 세로로 찍었으면 예뻤을 텐데 내 카메라 화각으로는 못 담아서 아쉽다.

 

그리고 가이드의 말 대로, 킹스캐년 다음으로 좋았다. 킹스캐년 다음인 이유는 킹스캐년보다는 훨씬 평화로운 하이킹이어서 큰 재미는 없었기 때문이다. 긴 트랙으로 올랐으면 아마 달랐겠지만. 율루루는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곳도 많고 멀리서 봤을 때 더 예뻐서 실망도 했는데 킹스캐년하고 카타튜타는 뭔지도 모르고 갔다가 개힘든 하이킹도 하고 대자연이란 어떤 것인지 알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카타튜나에서 하산하고 율루루 주변을 걸으러 이동한다. 율루루 basewalk은 둘째날 오후와 셋째날 오전으로 나뉜다. 가이드가 말해주길, 율루루는 원래 퇴적되던 방향에서 90도 기울어진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율루루의 한 면은 최근에 쌓인 것이고 그 반대쪽 면은 아주 오래 전 쌓인 거라는 거다. 둘째날 걸은 곳은 최근에 쌓인 곳이다. 율루루의 어두운 줄기는 맨 위에서 물이 넘쳐 물줄기가 내려오던 흔적이다. 율루루 검색을 하다보면 이곳은 신성한 곳이니 오르지 마세요, 사진찍지 마세요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는데 그건 원주민들이 율루루에서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며칠 있다보면 납득이 가기는 한다. 나는 관광객의 입장으로서 이부분을 이해할 마음은 하나도 없었는데 킹스캐년에서의 하이킹이 여기서 물을 얻을 수 있었다는 한 마디에 모든 걸 이해하게 만들었다. 율루루의 맨 위에는 물이 고이고 그 물이 넘치면 아래로 흘러내려오고, 율루루 아래에 우물이 형성되고 거기서 물을 길러다 마신다고 한다.

 

 2019년 10월 26일부터는 울루루 등반이 완전히 금지된다. 내가 울루루를 간 건 그 이전이었으므로 울루루 등반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울루루를 걷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나오는데, 바로 '여긴 신성한 곳이니 오르지 마세요'라고 써있는 입간판 앞이다. 그리고 그 옆엔 율루루를 오르는 문이 아주 활짝 열려있다. 바로 위에 희미한 줄이 보이는데, 그건 오를 때 쓰라고 놓은 쇠막대와 줄이다. 나는 가이드 투어였기 때문에 애초에 오를 수 없었고(안된다고 할 거고 무엇보다 그럴 시간이 없다.) 오르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계단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쌩 바위를 기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작년에는 몇명 죽었고 올해 지금까지는 몇명 죽었고 하도 겁을 주기는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안 죽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저 가파른 바위에, 가이드는 계속 내게 저건 바위가 아니라 산이라고 설명해줬지만 여전히 바위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철봉 몇개 심고 줄 하나 연결해놓은 게 전부고 심지어 더 올라가면 그 철봉마저 없다. 저러면 당연히 올라가다 뒤지지 않을까!

 

울루루 등반을 금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원주민이 싫어해서이고, 사실적으로는 사람이 죽기 때문인 것 같다. 자연환경을 관광객 유치에 쓰는 국가나 지역이 으레 그렇듯 환경을 굉장히 중시하는 척 한다. 그게 주 수입원이고 그걸로 로컬들이 먹고 사니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런 의미에서가 아니라,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것에 힘쓰는 척 한다. 쿠란다 스카이레일도 이 곤돌라를 옮기는데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으려고 헬기를 썼네 어쩌네 하지만 직접 가서 보면 헬기 말고는 어차피 곤돌라를 옮기고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인부와 자재를 나를 수단이 없다. 선택지가 그거 뿐이었다는 거다. 율루루도 여길 오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과 그걸 거부하는 원주민 사이에서 돈 주는 관광객이냐 돈 줘야하는 원주민이냐 사이에서 읍소하는 척 오르지 말라는 판때기나 좀 세워놓고 문은 활짝 열어서 돈 쓰는 관광객 편 들어주다가 관광객들이 하도 죽다보니까 오르지 말라고 하면서 겸사겸사 원주민 의견 들어주는 척 한다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았다.

 

사진의 울루루 오른 쪽 끝 능선에 하얗게 떠있는 것 같은 물체가 사람들이다. 모쪼록 죽지 말고 화이팅이다.

 

(Google Image)

하지만 궁금하니까 울루루 정상 사진을 가져와봤다.

 

사람들이 율루루를 오르는 것을 원주민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물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물인가 싶지만, 울루루 정상엔 연못들이 있다. 저 연못에 물이 넘치면 산을 타고 물이 졸졸 내려와 주요 물 공급원이 된다. 폭포가 있던 자리가 남아있기도 하다. 울루루의 검은 색 선들이 바로 그 물이 흐르던 곳의 흔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울루루를 등반하며 저 물에서 수영하거나 노상방뇨하고, 쓰레기도 버리다보니 지금은 연못이 훼손되어 쓸 수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에서도 살던대로 살아가는 애보리진들이 있다는 것. 그 말이 진짜인진 모르겠지만, 울루루는 애보리진의 문화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니 화가 나긴 할 거다. 왜 2008 년 숭례문 화재때는 그거 보고 우는 한국인도 있던 것처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다윈하고 앨리스 스프링스에 애보리진이 진짜 많다. 케언즈에서는 라군 쪽 가면 거기에 앉아서 노래부르고 춤추는 사람들 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에스플레네이드 거기서도 라군 근처에서 꽤 있다 뿐이었는데, 노던 테리토리는 그냥 어딜가나 있었다. 특히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는 고성방가에 가깝게 노래 부르던 애보리진남도 있었다. 노던 테리토리가 비개발지역이라 있는건지 자기들 땅인 율루루 근처라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많았다. 내 생각에 전자일 것 같기는 하다.

 

하여간 그렇게 신성한 곳이셔서 사진을 못 찍는다고 가이드가 강조하길래 카메라를 차에 두고 내렸는데 후회했다. 신성하신 곳이신 곳에는 표지판이 붙어있고 화살표로 여기부터, 혹은 여기까지라고 표시가 돼있기 때문에 그런 구간이 아닌 곳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된다. 그리고 투어를 동반하지 않은 개인여행자였다면 신성한 곳이어도 사진쯤은 찍지 않았을까? 나는, 계속 말하지만 가이드 투어였으므로 일행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찍지 못했지만 혼자 오는 사람이면 당연히 찍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카메라를 두고 내렸기 때문에 둘째날 율루루 사진이 많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하지만 이건 내가 사진 찍기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이지, 이곳에 특별히 사진 찍을 것이 많지는 않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빨간 산, 그리고 듬성듬성 있는 나무들과 가끔 날아다니는 새들은 멋진 풍경이지만 내내 이 모습인지라 몇 장 찍은 후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 물론 볼수록 신기하긴 하다. 이렇게 생긴 것도 이 지구에 있구나 싶은 마음이다. 둘째날 걸은 곳은 Mala Walk이었는데 울루루 평평한 주변을 따라 걷는 것이기 때문에 길은 험하지 않지만 정말 길다. 그리고 그늘이 하나도 없다. 선크림도 바르고 모자도 쓰기를 추천한다. 나는 둘다 안하긴 했지만 추천한다. 울루루 하이킹을 마치고 울루루 선셋을 보러 이동한다.

 

 

이거 보려고 비행기 탔으니 감동적인 사진이다. 남들 다 찍는 사진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서빙하는 것처럼 들고 찍기, 손가락 두개로 길이 재기, 두손으로 받치고 있기, 혀로 핥기, 입으로 먹기 등등등 10분동안 사진찍고 있으면 나머지는 선셋을 기다리는 일 뿐이다. 

 

율루루는 멀리서 보는 게 훨씬 예쁜데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이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행사진을 잔뜩 볼 때는 정말 몰랐는데 *이걸* *내가* 보러 여기 *왔다*는 말의 감동이 무엇인지 알았다. 웨니 위디 위키가 생각나는 문구지만 내가 느낀 감동에 대해 카이사르처럼 담담한 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한건 궁극적으로는 돈을 쓰고 가이드 말에 따른 것 말고는 없으나 내가 느낀 감정은 어쩐지 성취에 가까웠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물론 울루루가 예쁜 게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늘은 파란색에서 점점 붉어지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짙은 남색이 되고, 하늘을 태우면서 태양빛은 납작하고 길쭉하고 두께감있는 (바위)산까지 주황색으로 활활 태운다. 주변의 낮은 초목은 맑은 초록색이었다가 밀빛으로 변한다. 이 모든 질감이 어울리며 주는 안정감이란 것이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울루루 왼쪽 위에 작게 나타난 화성까지 보고 있으면 이런 게 눈호강이구나 하는 것이다.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지루하지만 옆에 일몰을 같이 기다리는 비싼 투어의 가이드에게 샴페인을 달라고 하면 한 잔 쯤은 나눠준다.

 

울루루 투어 첫째날

울루루 투어 셋째날